지난 12월 28일 리드코프의 경영권을 인수한‘DK마린’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인인 서정화 전 내무부 장관(현 한나라당 상임고문) 일가 소유다. DK마린의 대표는 서정화 전 장관의 차남 홍민 씨로, 김승연 회장에게는 처남에 해당한다.
DK마린을 설립한 창업주는 서 전 장관인 것으로 알져지고 있다. 서 전 장관은 몇 년 전 서홍민 대표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일선에서는 물러난 상태다. 지난 1993년 설립된 DK마린은 사돈 기업인 한화그룹의 해운운송 분야에서 일감을 많이 확보해왔다. 특히 한화에너지 등과 밀접한 업무관계를 맺고 있다.
대부업계에서는 연 매출액 4000억 원 수준에 육박하는 규모의 ‘DK그룹’ 소유주인 서 전 장관 측이 리드코프를 인수한 이후의 시장 판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DK그룹은 현금 동원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한화라는 후광까지 업게 될 경우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드코프는 이미 대부업 시장에서 확실한 인지도를 갖고 있어 DK가 브랜드와 금리라는 무기를 내세워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경우 시장 판도가 통째로 흔들릴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대부업계에 눈길을 주는 기업은 또 있다. 대기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법한 E 그룹도 얼마 전 대부업체 인수 목전까지 갔던 케이스다. 건설, 유통, 금융까지 사업영역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E 그룹은 업계 선두권인 모 대부업체와 인수협상을 벌였다. E 그룹 계열 E 사는 자산실사까지 벌이며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오너가 막판에 반대하는 바람에 인수협상을 중단하고 말았다.
하지만 E 그룹이 대부업 진출 의사를 완전히 접었는지는 불확실하다. 대부업체 인수를 포기할 당시 다른 기업 인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당시 E 그룹에서 대규모 자금수요가 겹치는 통에 인수협상이 결렬된 것일 뿐 대부업 자체에는 여전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는 중이다.
주식과 부동산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사세를 키운 P 그룹도 대부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유 자금이 많기로 손꼽히는 P 그룹은 그룹 회장이 대부업의 높은 수익성에 관심이 많지만 참모진이 극구 반대해 아직 대부업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대부업계에서는 P 그룹 회장과 직접 만나 투자논의를 진행했다는 이들이 꽤 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사회봉사활동 등으로 기업 이미지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 경영진들이 “애써 쌓아놓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망칠 수 있다”며 극력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P 그룹 회장은 아직도 대부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돈놀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기는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이미 2008년 중에 소비자금융을 취급하는 자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우리금융도 2007년 8월에 여신전문회사인 한미캐피탈을 인수해 우리파이낸셜로 이름을 바꾸는 등 준비를 마친 상태다. 신한지주 역시 계열사인 신한캐피탈을 통해 소비자금융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2007년 하반기에 신용대출 확대를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부분의 대형은행이 이런저런 형태로 사실상 대부업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해 논란을 빚었던 대부업체 광고들. | ||
은행들이 대부업에 속속 진출하면 시장은 은행계와 일본계 대부업체로 일단 양분될 전망이다. 여기에 저축은행들도 가세하면 대부업 시장은 은행과 대형 대부업체, 저축은행, 캐피털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된다.
이처럼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 등이 훨씬 앞서는 경쟁자들의 등장에 기존 대부업체들은 코스닥 상장이라는 카드로 맞서고 있다. 코스닥에 입성하게 되면 ‘상장회사’라는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잘만 하면 대규모 자금조달도 가능하기 때문. 현재 코스닥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리드코프가 유일하다. 그러나 리드코프의 경우 석유사업과 휴게소사업을 근간으로 우회 등록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대부업체 자체가 코스닥에 상장되는 경우는 아직 없었다.
현재 웰컴크레디라인, 아프로에프씨 등의 대형 업체들이 코스닥 문을 노크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웰컴크레디라인은 이미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간사로 선정하는 등 코스닥 상장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아프로에프씨는 ‘러시앤캐시’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국내 대부업계 1위 업체다. 당초 러시앤캐시, 아프로소비자금융, 해피레이디, 퍼스트머니, 파트너크레디트, 여자크레디트 등 6개 계열사를 러시앤캐시 브랜드로 통합한 아프로에프씨는 2009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코스닥 상장 요건상 계열사 통합 후 3년이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도적인 걸림돌로 대부업의 감독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업 감독은 금융감독원이 아닌 지자체에 위임된 상태고 제대로 된 감독규정 또한 갖춰져 있지 않다. 몸집 큰 기업의 대부업 입성과 이에 맞선 대부업체들의 상장회사로의 변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