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속세 재원 조달 방식에서 이재용 회장은 다른 가족들과 차이를 보였다. 홍라희·이부진·이서현, 세 모녀가 계열사 지분 매각과 주식 담보 대출 등 이용한 것과 달리, 이 회장은 보유 지분을 1주도 매각하지 않고 주식 담보 대출 역시 받지 않았다. 배당금과 개인신용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를 납부하며 그룹 보유 지분을 유지해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부정 의혹과 관련 혐의에 대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받으며 10년 가까이 이어온 여러 사법리스크의 마침표를 찍었다. 여기에 상속세 납부 절차까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이 회장을 둘러싼 재무·사법 변수가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1분기 잠정 실적을 기록해, 향후 미래 사업 투자 여력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 원, 영업이익 57조 2000억 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규모(43조 6000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전체 영업이익 중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반도체 사업부에서 50조 원 이상 실적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바탕으로 삼성이 사업구조 재편과 대형 M&A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자회사 하만이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의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사업을 15억 유로(약 2조 6000억 원)에 인수하며 조 단위 M&A를 재개한 것이 그 시작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AI와 로봇 등 미래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속도를 낼지도 주목된다. 역대급 실적과 전폭적인 투자가 맞물리며 이 회장의 미래 비전이 담긴 경영 행보가 탄력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사법리스크 해소와 상속세 종료, 삼성전자 실적 개선이 맞물린 상황”이라며 “이재용 회장이 ‘뉴삼성’ 관련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설 시기”라고 평가했다.
다만, 상속세 완납이나 사법리스크 해소 등 총수 개인 변수 해소가 기업의 성장 전략 개선 효과로 직결되기엔 제한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최근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반도체 업황 변동성 대처와 글로벌 파운드리 수익성 확보, 내부 비주력 사업 정리 등 전반적 경영 체력 개선이 실질 과제로 지적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실적 반등과 상속세 완납이라는 호재가 겹친 현시점이 책임 경영의 전면에 나설 최적의 시기란 목소리가 나온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재용 회장이 최근 주주총회 때 등기임원으로 복귀했다면 1분기 기록적인 실적과 맞물려 경영 리더십에 대한 주목도가 극대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