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분쟁은 애초 저작권 문제에서 처음 시작된 사건이 아니었다. 2023년 6월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과의 전속계약 갈등 과정에서 어트랙트는 외부 세력이 멤버 이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했고, 그 배후로 프로젝트 제작을 맡았던 더기버스와 안성일 대표를 지목했다. 이 과정에서 더기버스가 '큐피드' 저작권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확보했다는 문제가 함께 제기되며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스웨덴 작곡가들이 만든 곡 '큐피드'는 2023년 2월 발매된 피프티 피프티의 첫 싱글 앨범 '더 비기닝: 큐피드'(The Beginning: Cupid)에 수록돼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해외 소셜미디어(SNS)의 영상 배경 음악으로 이용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터진 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7위까지 오른 '큐피드'는 K-팝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흥행 사례로 꼽혔다. 그런 만큼 이 히트곡을 두고 불거진 저작권 분쟁은 업계에 있어 초미의 관심사였다.
재판 쟁점은 크게 두 갈래였다. 하나는 더기버스가 해외 작곡가들로부터 '큐피드' 저작권을 취득한 행위 자체가 적법한지 여부였고, 다른 하나는 외주 용역 관계 속에서 발생한 그 권리가 어느 쪽에 귀속되는지였다. 더기버스는 해당 곡이 피프티 피프티 프로젝트 이전부터 확보해 온 자산이며 작곡가들과의 계약을 통해 자신이 저작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어트랙트는 외주 수행 과정에서 확보된 곡인 만큼 저작권은 외주업체인 더기버스가 아니라 본청인 자신들에게 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 지분과 등록 방식도 논쟁으로 번졌다. 어트랙트는 더기버스가 저작권 이전 과정과 지분 변경을 충분히 공유하지 않았고, 곡 작업에 참여한 멤버 키나의 지분이 축소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저작권 계약 관련 일부 문서에서 원곡자들의 서명이 위조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분쟁은 단순한 권리 해석을 넘어 절차의 적법성 문제로 확대됐다.

남은 핵심 쟁점인 '외주 프로듀서가 확보한 곡의 저작권을 제작사의 자산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법원은 계약서의 '문언'을 토대로 판단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계약서 문언과 권리 취득 주체를 기준으로 더기버스를 저작권 양수 계약의 당사자로 인정하면서 해당 권리가 어트랙트를 위해 취득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봤다. 계약 해석은 내심이 아닌 계약서 문언을 기준으로 해야 하고, 계약 체결 과정 및 비용 부담 등 모든 실질적 행위가 더기버스를 통해 이뤄진 만큼 저작권 역시 더기버스에 귀속된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다.
이 같은 판단 구조를 두고 업계에서는 "계약서에 적힌 주체와 실제 권리 취득 경로가 그대로 인정된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외주 제작 구조에서는 곡을 누가 먼저 확보했고, 그 과정에 필요한 각종 실질적인 행위가 누구를 통해 이뤄졌으며 어떤 계약 조건에 따라 권리를 가져왔는지가 핵심인데 이번 판결은 그 기준을 명확히 재확인한 것"이라며 "제작과 권리 확보가 분리된 K-팝 산업 구조에서 관련 계약 해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월 어트랙트가 더기버스와 안성일 대표, 백 아무개 이사 등의 배임 행위로 제기한 2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더기버스와 안 대표가 공동으로 어트랙트에 4억 995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현재 양측 모두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어트랙트는 전 멤버 3인과 3인의 부모,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 백 아무개 이사 등에 대해 13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워너뮤직코리아 등에 제기한 20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함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