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정의선, 이재용, 최태원 | ||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 시점은 삼성 2인자 이학수 부회장의 거취 문제와 맞물려 해석되곤 한다. 일단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차명계좌 조성 발언 핵심에 삼성 2인자 이 부회장이 포함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동시에 논란이 되는 이 전무의 주요 지분 취득과정에 이 부회장이 연결돼 있음을 시민단체들이 지적하고 나선 상태다.
이 부회장의 향후 거취 논란은 그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비난 여론 무마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이 부회장이 이건희-이재용 부자 승계문제에 깊이 개입해왔다는 부담도 있다. 삼성 비자금 파문으로 무산된 이 회장 취임 20주년 기념식이 이 전무 대관식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조만간 이뤄질 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이 부회장을 비롯한 가신그룹이 어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될지에 따라 이 전무 승계구도 역시 결정될 전망이다.
비자금 사건 여파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하느라 2007년 한 해를 다 써버린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에게도 후계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닐 수 없다. 2006년 61일간의 수감생활에도 끄떡없던 정 회장의 기력엔 문제가 없겠지만 외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율이 이재용 전무와 비교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까닭에서다.
이렇다보니 물류 계열사 글로비스의 행보가 끊임없이 주목을 받는다. 물량 몰아주기를 통해 회사 가치를 키워 최대주주인 정 사장 몫의 31.88% 지분이 주요 계열사 지분 취득 실탄이 될 수 있는 까닭에서다. 2006년 3월 검찰 압수수색 당시 글로비스 비밀금고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발견돼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의 도화선이 됐다. 얼마 전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사들의 부당지원을 받았다는 명목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정 회장이 지난해 11월 사회환원 차원에서 글로비스 지분 92만 주(600억 원 상당)를 해비치문화재단에 기증한 것이 글로비스 이미지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정몽구-의선 부자의 편법 승계 수단으로 지목받기도 했던 글로비스는 지난 9월 6000톤급 벌크선 구입으로 해운업 진출을 선언하는 등 몸집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올해 글로비스가 현대·기아차 수출 차량 운송까지 맡게 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글로비스 물량지원과 정의선 사장의 승계 문제는 톱니바퀴처럼 계속해서 맞물릴 전망이다.
이미 지주회사제가 정착된 LG그룹에선 지난해 구본무 회장 양아들 광모 씨의 ㈜LG 지분 증가가 눈에 띄었다. 2007년 초만 해도 2.85%에 불과했던 ㈜LG 지분율을 1년 만에 4.45%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LG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46%를 넘을 정도라 지배력 유지엔 문제가 없지만 구광모 씨가 구본무 회장 지분율 10.51%에 버금가는 주식을 확보하려면 현재 7만 원을 웃도는 주가를 볼 때 7500억 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그동안 구광모 씨 지분 획득과정에서 ㈜LG가 증여가 아닌 장내매수로 공시해온 점이 구광모 씨의 자금조달 출처에 대한 의문으로 연결돼 왔다. 구광모 씨가 향후 7500억 원이 넘는 돈을 출처 논란 없이 조달할 수 있을지, 혹은 구본무 회장이 거액 세금 납부를 통한 지분 증여를 단행할지에 시선이 쏠린다. 2006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했다가 2007년 초 미국 유학을 떠난 구광모 씨가 올해 경영일선에 복귀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재계 3위 SK그룹의 젊은 총수 최태원 회장은 아직 후계 승계문제를 걱정하기 앞서 자신의 지주회사 지분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지상과제 앞에 서 있다. 2007년 지주회사제 전환을 통해 자신이 최대주주인 SK C&C를 통한 SK㈜ 지배 구도를 확립했지만 SK㈜ 지분율을 높여 ‘기형적 지주회사제’논란에서 벗어나야할 부담이 있다.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지주회사제 전환 이전의 0.97%에서 2.22%까지 높아졌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또한 2008년 새해 최 회장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사촌 최신원-창원 형제와의 분가설도 정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천우진 기자 wjc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