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지주회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인 CVC를 보유할 수 없었지만, 벤처투자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되며 2021년 12월 31일부터 CVC 보유가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그러나 도입 초기부터 현행 규제가 투자 확대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 CVC는 부채비율이 200% 이내로 제한되고, 펀드 조성 시 외부자금 비중도 40% 이내로 규제되고 있다. 총자산 중 해외투자 비중도 20%로 제한된다. 투자 행위만 허용되며 융자 등 다른 금융업은 금지되고 있다. 반면 일반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CVC를 두거나 해외법인 또는 해외법인 자회사 형태로 운영할 경우 일반지주회사 CVC 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덜한 구조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2022년 12월 발표한 ‘해외 CVC 현황과 일반지주회사 CVC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반지주회사 CVC는 모기업의 100% 자회사인 독립 법인인 만큼 외부 출자를 막으면 자본금만으로 투자재원과 운영비를 감당해야 한다”며 “현행 펀드별 외부자금 한도 규제 아래에선 외부 기업의 전략적 출자 수요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일반지주회사 CVC 전환 이후 펀드 조성 규모가 줄어든 사례도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인 CJ그룹의 CJ인베스트먼트는 일반지주회사와 비지주회사 CVC를 모두 경험했다. 비지주회사 계열 CVC 시절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함께 5000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결성해 해외 기업에 투자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일반지주회사 CVC로 전환 이후 펀드 조성 규모는 2022년 920억 원, 2023년 625억 원, 2024년 311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새로 조성한 펀드가 없었고, 올해는 400억 원 규모 신규 펀드 조성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일반지주회사 CVC의 해외투자 비중 제한은 단순한 투자 규모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유망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좁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지주회사 CVC 규제를 받지 않는 VC의 경우 해외 비상장 기업에 대한 대형 투자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가 없는 미래에셋그룹의 경우 그룹 내 VC인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을 통해 2022~2023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약 4000억 원을 투자했다. 최근 스페이스X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 소식이 알려져 향후 투자 회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들어 일반지주회사 CVC의 해외투자 비중 제한 완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외부자금 유치와 해외투자 비중 한도 확대는 벤처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며 “벤처투자 위축을 방지하고 민간 모험 자본이 적극적으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유입될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 처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관련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 7월 15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2024년 12월 3일과 2025년 11월 25일 두 차례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규제 완화에 대한 신중한 접근 필요성도 제기돼 적절한 완화 수준을 찾기 위한 국회와 공정위, 재계 차원 공동 논의가 요구된다. 앞서 2023년 12월 국회입법조사처는 일반지주회사 CVC 규제 완화를 위한 입법안 관련 보고서에서 일반지주회사 “CVC의 긍정적 기능은 살리되, 금산분리 원칙 훼손과 경제력 집중,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가능성 등 잠재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