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업계에서 가장 먼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호텔신라 면세(TR) 부문은 매출 8846억 원, 영업이익 12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고 영업손익은 지난해 1분기 50억 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신라면세점의 실적 개선은 시장 전체 회복이라기보다 공항임대료와 송객수수료, 할인율 등 비용 부담을 줄인 결과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라면세점은 업황 부진에 따른 임대료 부담으로 3월 중순 인천국제공항 DF1 구역 영업권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나머지 면세점들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드는 대신 영업이익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이후로도 고전을 면치 못하던 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따이궁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외형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신세계면세점은 일부 공항 면세 사업을 정리하고 온라인·전문관 강화에 나서며 K-뷰티 등 카테고리별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면세점도 따이궁 거래 축소와 해외 비수익 점포 정리 등으로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과 채널을 선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에도 면세점 업황이 장기간 회복되지 못하면서 수익성 악화와 재무 부담이 누적됐다. 현금 보유액 등 재무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장기 운영이 가능한데 그 기반이 약해지다 보니 업계 전반이 매출 규모를 키우는 방식에서 수익성 제고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할인 경쟁과 송객수수료를 통해 외형을 키우기보다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고객과 채널을 선별하는 흐름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24년 14조 2249억 원에서 지난해 12조 5340억 원으로 12%가량 줄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만 올해 3월 매출은 1조 83억 원으로 전년 동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업계에서는 실적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수익성 중심 재편에 나선 면세업계에는 전쟁 변수가 다시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면세업은 결국 해외여행객과 방한 관광객이 있어야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중동 전쟁 장기화로 항공유 가격이 오르면서 유류할증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 단계로 오르며 장거리 노선은 왕복 유류할증료만 100만 원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권 부담이 커질 경우 해외여행 수요 자체가 위축될 수 있어 면세점에는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장거리 여행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장거리 여행객은 면세점에서 고가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도 높은 고객층으로 꼽힌다. 여기에 고환율로 인한 환전 부담까지 겹치면 소비자의 면세품 구매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환율·고유가 상황에서는 프리미엄 고객과 실속형 고객으로 시장이 갈라질 수 있다. 과거처럼 명품을 넓게 깔아놓고 파는 방식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장 여행 수요 감소가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항공권과 숙박 예약이 앞서 이뤄지는 만큼 유류할증료 인상 영향은 여름 휴가철 무렵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면세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유류할증료가 오르기 전에 여행계획을 세운 소비자들이 많아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4~5월 유류할증료 인상분을 고려하면 7~8월부터는 현실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면세업계에서는 면세 한도 상향과 구조 단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해외여행자 기본 면세 한도는 800달러이며 주류는 2병·총 2l·400달러 이하, 담배는 200개비, 향수는 100ml까지 별도 면세가 적용된다. 물가가 오르고 고환율로 원화 결제 부담까지 커지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면세 구매 여력은 줄어든 만큼 기본 면세 한도를 현실화하고 품목별로 나뉜 별도 한도 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면세업계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계산하기 불편하기도 하고 주류와 담배를 구매하는 여행객에게만 추가 면세 혜택이 주어지는 구조여서 조세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소비자 선택권 측면에서 통합하는 쪽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800달러 면세 한도가 실제 소비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면세 소비의 주요 고객층은 40대 이상 중산층인데 현행 한도로는 브랜드가 있는 가방 하나를 사기도 어렵고 주류 한두 병만 사도 한도에 걸리는 구조”라며 “면세업계를 활성화하려면 면세 한도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국장 인도장 확대 여부도 첨예한 쟁점이다. 입국장 인도장은 출국 전 시내·온라인 면세점에서 구매한 상품을 귀국할 때 입국장에서 받는 방식이다. 2019년 관세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2020년 관세법 시행령에 설치·운영 요건이 신설됐지만 실제 운영은 2023년 4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시범 운영에 머물러 있다. 인천·김포·김해공항 등 주요 공항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아 대부분의 여행객은 이용하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면세업계가 주목하는 품목은 주류다. 롯데·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 기준 주류 매출 비중은 1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7월부터 온라인 면세 주류 구매가 허용됐지만 현행법상 온라인에서 구매한 주류는 출국 인도장이나 기내·선내에서만 받을 수 있다.
앞서의 면세업계 관계자는 “무거운 주류를 출국 시점에 받아 여행 내내 휴대해야 하는 점이 구매 수요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입국장 인도장이 주요 공항으로 확대되고 온라인 구매 상품의 입국장 수령이 가능해지면 여행객 편의성이 높아지고 면세 소비의 구매 장벽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입국장 인도장 확대가 쉽게 추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경복궁면세점·시티플러스 등 중견 면세점은 입국장 인도장 확대가 대기업 면세점으로 수요를 흡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법적으로 입국장 인도장 설치는 시설권자와 협의가 필요한데 공항공사 측도 수익성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입국장 인도장보다 입국장 면세점의 임대료가 높고 적용 요율도 달라 공항 입장에서는 입국장 면세점 유치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은희 교수는 “소비자의 소비를 진작하고 면세업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는 구매장벽을 지속적으로 낮춰줄 필요가 있다. 대부분 물건을 사면 집까지 배달되는 시대에 여행객에게 여행 내내 짊어지고 다니라고 하면 수요에 큰 장벽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종우 교수는 “입국장 인도장 유치는 단순 판매량만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를 유인하려면 면세 한도와 할인율을 높이고 공항·면세점의 판매 방식도 바꿔야 한다”며 “시설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소비가 살아나기 어렵고 면세점이 실제로 싸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되거나 관광객이 원하는 체험과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