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을 재선거는 이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선무효형 확정 탓에 치러진다. 이 전 의원은 2024년 총선 과정에서 재산 신고 일부를 누락한 혐의 등으로 벌금형을 확정받아 의원직을 상실해 이번 선거에서 새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에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출마해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김 전 부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은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해온 만큼 이번 재선거 출마를 통해 정치 복귀를 모색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용 전 부원장은 최근 평택 지역을 방문하며 출마 준비를 해왔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그를 공천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김 전 부원장의 재판 관련 부담 등을 고려해 공천에 신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전 부원장을 공천하면 자칫 평택을 선거가 ‘방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이 지도부에서 나왔다”며 “당 내부에서는 김 전 부원장을 지지하는 것과 별개로 당이 공천하는 것은 공적인 영역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김용 전 부원장의 대안으로 과거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용남 전 의원을 전략공천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김 전 의원은 2014년 국회의원 보궐선거(경기 수원병)에서 당선됐고,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중앙선대위 공보단 상임공보특보를 맡았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지난해(2025년)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당에 입당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평택을은 보수 성향이 짙은 편이어서 보수 진영 출신 인사인 김 후보를 전략적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평택을은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와 조국 혁신당 대표, 국민의힘 유의동 전 국회의원 등 현재까지 ‘5자 구도’가 형성됐다. 조 대표는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평택 출생인 유의동 전 의원은 평택을에서만 3선(19~21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김용남 전 의원은 2014년 수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시 대선주자급 인물이었던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바 있다.
김용남 전 의원과 조국 대표가 과거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관계에 놓였던 이력도 주목된다. 김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을 제기하며 ‘조국 저격수’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지지율 구도는 ‘쏠림’보다 분산 양상이다.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기 전인 지난 25~2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프레시안 의뢰를 받아 평택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703명을 대상으로 가상대결 성격 지지율 여론조사(민주당 후보는 김용남 전 의원으로 가정)를 실시한 결과, 조국 대표 23.4%, 김용남 전 의원 21.4%, 유의동 전 의원 21.2%, 황교안 대표 12%, 김재연 상임대표 9.4%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7%포인트, 무선 ARS 방식, 응답률 6.7%,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진보·보수 진영 모두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각 당의 복잡한 전략 고민 속에 진척은 거의 없는 상태다. 범진보 진영에서는 김재연 상임대표가 먼저 ‘시민참여형 경선’과 당선 시 ‘공동지방정부 구성’ 등 확실한 ‘지분 보장’을 조건으로 한 선거 연대를 제안했다. 그는 “범진보로 불리는 정당들이 연대의 그림을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을 돌아다녀 보면 ‘끝까지 후보가 많이 있으면 안 되지 않겠느냐’는 말씀이 많다”고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단일화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28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단일화 이야기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김용남의 이름으로, 또 민주당의 이름으로 승리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김용남 전 의원은 같은 날 “단일화를 논의하기엔 너무 이른 단계”라며 “제1야당(국민의힘)이 당선될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아야 하고, 그럴 가능성이 보이면 그때 가서 단일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 대표는 지난 29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금 시점에 단일화 협상을 하는 건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후보가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난 다음에, 선거운동 기간 개시일(5월 21일)이 돼야 단일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요한 정치평론가는 “조국 대표는 전국구 정치인이자 대선주자급 인물”이라며 “조 대표 입장에서는 평택에서 이겨야 국회에 입성하고 정치 생명과 혁신당의 존재감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혁신당은 조 대표를 앞세운 단일화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고, 민주당은 이에 응하기 꺼려하는 분위기여서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단일화 진척이 쉽지 않을 분위기다. 유의동 전 의원은 지난 28일 SBS라디오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물은 질문에 "아직 생각이 없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는 강경 보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이며, 특히 최근에는 ‘윤어게인’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란청산 논란에 얽히면서까지 단일화할 이유가 없다”며 “유 전 의원이 지역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는 강점을 토대로 선거를 치른다면 승산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후보들의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상황이 지속되면 각 정당에서도 단일화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민주당과 혁신당, 국민의힘 3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캐스팅보트인 진보당이 어느 당과 단일화를 하는지가 평택 선거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