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연보조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니코틴엘, 니코레트, 니코스탑(위부터). | ||
국내 금연보조제 시장은 동화약품의 ‘니코틴엘’과 한독약품의 ‘니코스탑’이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고 그 뒤를 한국 존슨앤존슨의 ‘니코레트’가 쫓고 있다. 한 해 중 가장 큰 대목인 새해를 맞아 금연보조제 업계들이 ‘타들어가는’ 골초들의 마음을 어떻게 공략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동화약품이 2006년 10월에 출시한 ‘니코틴엘’은 나오자마자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불과 2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이 두 자릿수로 오르더니 지난해 1분기엔 시장점유율 32.9%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금연보조제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올리며 사실상 독주를 달리던 한독약품 ‘니코스탑’을 0.01% 따돌렸다. 비록 1위 자리를 니코스탑에 다시 내주긴 했지만 ‘신인’치고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니코틴엘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금연효과’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금연보조제의 성패는 니코틴의 적절한 방출이 좌우한다”며 “니코틴엘은 금연보조제 중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니코틴을 몸에 공급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금단현상을 최소화하면서 흡연욕구를 차단시켜준다는 것. 이 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조건에서 금연할 경우 니코틴엘을 사용하면 두 배 이상 성공률이 올라간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에 동화약품은 니코틴엘 껌을 출시했다. 몸에 붙이는 패치와 트로키(캔디)에 덧붙여 라인업을 완성한 것. 현재 금연보조제 전체 시장점유율은 패치가 70%, 껌이 20%, 트로키가 10% 정도. 세 가지를 모두 출시하고 있는 곳은 니코틴엘뿐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 가지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세 가지를 적절하게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편하고 효과가 좋다는 이유로 패치를 고집하고 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한다. 담배는 ‘습관성’이다 보니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데 그럴 때는 껌을 씹거나 캔디를 먹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독약품 니코스탑은 금연보조제 시장에서 절대강자였다. 하지만 2006년 니코틴엘이 출시된 이후 잠시 1위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점유율은 60%를 넘나들던 것이 30% 대로 하락했다. 자존심이 상한 것은 둘째치고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한독약품의 관계자는 “1분기 통계는 의미 없다. 우리가 판권을 획득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그 이후에 다시 1위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삼양사가 만드는 니코스탑은 그동안 대웅제약이 판매해 오다가 지난해 3월 한독약품이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금연보조제의 상반기 시장점유율에서 니코스탑은 37%를 기록해 니코틴엘을 눌렀다.
니코스탑의 장점은 패치의 두께가 출시된 제품들 중 가장 얇아 부착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 번 붙이면 하루를 견뎌야 한다. 또 생활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두께는 얇은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격이 싼 것도 아닌데 다른 제품들처럼 자꾸 떨어져서야 되겠느냐”며 경쟁 제품들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한독약품의 가장 큰 고민은 니코스탑의 판매량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니코스탑이 예전처럼 팔리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가격도 비쌀 뿐 아니라 신제품에 비해 특별히 나은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냐”며 그 원인을 분석했다. 니코스탑의 가격은 다른 제품에 비해 1500원~2000원가량 비싸다.
그래서인지 한독약품은 최근 홍보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현재 배우 유준상 씨를 모델로 발탁해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또한 ‘담배스탑 니코스탑’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인쇄물을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연운동을 펼치고 있는 보건소나 단체 등과도 연계해 판매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1967년 스웨덴에서 탄생한 니코레트는 전 세계 판매량 1위인 금연보조제다. 그동안 화이자가 판매하다가 올해 초부터 한국 존슨앤존슨이 팔기 시작했다.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패치는 시장점유율 3위지만 껌은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올해 성적은 니코스탑과 니코틴엘에 다소 밀렸지만 이 두 회사와 트로이카 체제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선방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니코레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기술력’을 꼽았다. 40년 넘게 임상실험을 해왔기 때문에 기술만큼은 최고라는 것. “괜히 세계 최고가 아니다”라는 이 관계자의 말에서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시장점유율 3위라는 것이 뼈아파 보인다. 그래서인지 한국 존슨앤존슨도 요즘 중견배우 안내상 씨를 모델로 발탁, TV 광고를 하는 등 홍보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니코레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6시간 부착’이다. 즉 대부분의 금연보조제가 패치를 24시간 동안 부착하는 것인데 반해 니코레트는 수면시간을 제외한 16시간만 부착하면 된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경쟁사에서는 “패치를 떼고 자면 아침에 일어나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망을 이기기 힘들다. 아침이 담배가 가장 피우고 싶을 때 아니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 존슨앤존슨 관계자는 “수면 중에도 부착하면 니코틴 과다 공급이다. 몸에 해롭다”라고 반박했다.
현재 금연보조제 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니코레트는 동화약품의 니코틴엘 껌이 나오면서 위기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패치를 독점하고 있던 니코스탑이 니코틴엘 패치가 나오면서 겪었던 판매 하락을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 그래서 지금 한국 존슨앤존슨은 과일, 후레쉬, 민트 등 다양한 맛의 니코레트 껌을 출시하면서 껌 시장 1위 수성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금연보조제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금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라는 것. 부득이하게 금연보조제를 이용할 경우 약사와 충분히 상의하라는 것이 그들의 조언이다. 자신의 흡연패턴이나 의지력 등을 감안해 ‘맞춤형’ 금연보조제를 사용해야 효과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