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날씨 속에서 이어진 주중 라운드였다. 더위가 한풀 꺾이는가 했으나 여전히 선수들의 유니폼은 킥오프 직후부터 땀으로 젖어든다. 전력이 강한 팀이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환경에서는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은 무더운 날씨마저 이겨냈다.
승부는 후반에 갈렸다. 전반을 0-0으로 마무리한 서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미드필더 이승모를 빼고 공격 자원 송민규를 투입했다. 송민규는 후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결정적인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혀 코너킥이 만들어졌다. 코너킥 상황에서 서울의 선제골이 나왔다.
코너킥이 후방으로 흐르자 박스 밖에 있던 최준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슈팅이 수비에 맞고 문전으로 향했고 이를 클리말라가 밀어 넣었다. 클리말라의 이번 시즌 리그 10호 골이었다.
후반 막판 부천이 반격을 노렸으나 서울이 잘 막아냈다. 외국인 센터백 듀오 로스(스페인)와 야잔(요르단)은 90분 내내 단단한 모습을 보였고 이들이 뚫리면 국가대표급 골키퍼 구성윤이 막아냈다. 경기는 1-0으로 마무리됐다.

최근 서울의 경기 내용은 제각각이다. 15일 대전전에서는 선제골을 내주고도 경기를 뒤집었다(4-2 승리). 22일 안양전에서는 초반부터 골을 몰아쳤고 7-0 대승을 거뒀다. 부천을 상대로는 수비를 뚫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결국은 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양상은 달랐어도 어떻게든 승리를 따냈다. 점점 우승팀의 위용을 갖춰가는 모양새다.
김기동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안양전처럼 다득점을 하는 경기에서 골을 내주기도 하는데 끝까지 실점하지 않았다. 그런 부분이 오늘까지 이어졌다고 본다"고 짚었다. 주전 공격수 클리말라는 "선수들이 어떤 상황이든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우리 팀은 자기 자리에서 성실하게 뛰는 선수들로 가득 차 있다"고 설명했다.
FC 서울은 수도를 연고로 하면서 대기업(GS그룹)이 후원하는 '빅클럽'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행보는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2024시즌 김기동 감독 부임, 월드스타 제시 린가드 영입 등으로 흥행에 불을 지피는 등 가능성을 보였으나 2025시즌 다시 순위가 하락하며 실망감을 안겼다. 어느덧 마지막 리그 우승은 10년 전(2016시즌)의 이야기가 돼버렸다. 강산이 바뀐다는 시간이 지나 다시 한 번 우승 기회를 잡았다.

이후로도 신중한 발언은 이어졌다. 이전부터 서울의 우승 가능성은 다수에 의해 언급됐다. 지난 3월 말 리그 선두에 올랐다. 이후 단 하루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경쟁자들이 혼란을 겪는 사이, 서울은 꾸준히 승점을 추가했다. 2위권과의 격차는 점차 벌어졌다. 이번 라운드에서 최대 15점까지 차이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김기동 감독은 "우승에 대해서 4월, 5월부터 주변에서 말씀을 하셨다"라며 "그래도 조심스럽게 하려고 한다. 의도치 않은 변수가 생길 수 있는 것이 축구다. 9월이 지나가면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승골을 넣은 클리말라 또한 우승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김 감독에 비해 더 또렷하게 우승을 바라봤다. "감독님이 조심스러운 것을 나도 알고 있다"면서 "우리가 우승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우승을 노리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승이라고 섣불리 생각하면 안 된다. 13경기가 남았고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클리말라의 말대로 시즌 종료까지는 13경기가 남았다. 김기동 감독의 말처럼 변수는 발생할 수 있다. 그는 얇은 선수층에 대한 우려를 남겼다. 시즌 막판 이어지는 파이널 라운드는 상위권 간 맞대결이 펼쳐지기에 승점 차가 급격히 좁혀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서울은 우승을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 무더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착실하게 승점을 쌓았고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멀어졌던 트로피의 추억이 10년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