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인은 이번 여름, 팀을 옮긴 한국인 선수 중 가장 큰 이적료를 발생시킨 인물이다. 파리 생제르맹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하며 이적료 3500만 유로(약 562억 원)를 기록했다. 옵션을 포함한다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2023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5000만 유로)에 이어 역대 한국인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었다.
이강인은 파리에서 숱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강인이 활약하는 기간, 파리는 세계 최고 구단 중 하나로 올라섰다. 프랑스 리그에서 3연패를 기록했고 최근 두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이강인 역시 구단의 성공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마냥 만족할 수만은 없었던 3년간의 파리 생활이었다. 매 시즌 10개 내외의 공격포인트를 생산했으나 팀의 주요 일정에서는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특히 2연패를 기록한 직전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 2차전부터 결승까지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강인을 향한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조기에 이적이 확정됐음에도 팀 합류는 늦었다. 팀원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짧았음에도 이강인을 주요 전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강인은 공식전 데뷔였던 리그 개막전부터 교체 투입 이후 득점을 하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번 여름에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열렸다. 월드컵은 이적 시장의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선수들의 '쇼케이스' 무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첫 골을 넣었던 황인범은 유럽에서 다섯 번째 유니폼을 입게 됐다. 행선지는 포르투갈 명문 FC 포르투였다.
황인범은 그간 꾸준히 활약 무대의 수준을 끌어올려왔다. 러시아 루빈 카잔에 입단하며 유럽에 첫발을 내디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혼란을 겪은 그는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를 거쳤다. 이후 페예노르트(네덜란드)에서 뛰다 포르투까지 이르게 됐다. 포르투는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 랭킹 15위에 오른 강팀이다. 포르투 위로는 잉글랜드, 스페인 등 빅리그의 소수 강팀들만이 자리해 있다. 전 소속팀 페예노르트는 34위였다.
함께 월드컵에서 활약한 이한범과 설영우 역시 강한 리그와 팀으로 이적했다. 이한범은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 중 몇 안 되는 긍정 평가를 받은 자원이다. 덴마크 미트윌란에서 벨기에의 클럽 브뤼헤로 이적했다. 미트윌란은 유로파리그 예선에서 탈락하는 처지가 된 것과 달리 브뤼헤에서는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설영우는 즈베즈다에서 2년간의 활약을 뒤로하고 빅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우크스부르크로 향하게 됐다. 과거 구자철, 지동원, 홍정호가 동시에 활약하는 등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구단이다. 2022년 천성훈이 떠난 이후 약 4년 만에 설영우가 입단하며 한국과 다시 인연을 맺게 됐다.
이외에도 월드컵 대표는 아니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들이 적을 옮겼다. 스페인 라리가와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등 지로나에서 성장한 2006년생 측면 공격수 김민수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레인저스(스코틀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더비 경기로 꼽히는 셀틱과의 올드펌 더비에서 또 다른 한국인 선수 양현준을 만나게 됐다.
짧은 K리그 생활 이후 유럽으로 건너간 유망주 양민혁과 윤도영은 임대 생활을 이어간다.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소속 양민혁은 베스테를로(벨기에)로 향했다. 베스테를로는 이전부터 토트넘이 어린 선수를 임대 보내던 구단이다. 브라이튼(잉글랜드) 소속 윤도영은 독일 2부 리그의 마그데부르크로 임대됐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새로운 유럽파가 다수 탄생하기도 했다.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이는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던 공격수 이호재다. 5시즌 반 동안 149경기 43골 7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2025시즌에는 34경기 15골로 도드라지는 활약을 펼쳤다. 독일 2부 리그 다름슈타트로 이적했다. 지난 9일(한국시간) 리그 개막전에서 이미 유럽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측면 공격수 송민규는 포르투갈 무대(나시오날)로 향한다. 여름 이적시장 막판에 극적으로 이적이 성사되는 모양새다. 8월 28일 포르투갈행 비행기를 탔고 곧 이적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송민규는 이전부터 유럽 진출을 노려왔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2026시즌을 앞두고 FC 서울과 단기 계약을 맺었다. 입단 당시에도 유럽에서의 제안이 있을 경우 이적료 없이 떠나는 조건을 달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자원임에도 포르투갈의 작은 구단을 선택한 도전 의지가 박수를 받고 있다.
유럽 구단들이 국내 어린 선수들을 데려가는 트렌드는 이번 여름에도 지속됐다. 과거 K리그, A대표팀 등에서 활약을 보여 검증 과정을 거친 이청용, 이재성, 조규성 등과 달리 10대 어린 선수들이 유럽 구단의 선택을 받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 이적시장에서는 박시후, 김예건이 아로카(포르투갈)와 즈베즈다에 입단했다. K리그 출전 경험이 각각 18경기, 8경기에 불과한 어린 선수들이다. 전북 현대에서 뛰던 김예건은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은 학생 선수다. 7월 초 프로 계약을 한 이후 50일도 되지 않아 유럽 진출을 이뤄냈다. 충남 아산 소속이던 박시후 역시 고교생 신분으로 지난 시즌부터 활약을 이어왔다.
또한 대전 하나시티즌 수비수였던 김도연은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하게 됐다. 김예건과 동갑내기인 그는 아직 성인 무대 데뷔는 이뤄내지 못했으나 잠재력이 높은 평가받아 이적을 하게 됐다. 김민재, 조슈아 키미히, 해리 케인 등 쟁쟁한 스타들이 즐비한 1군에서 당장 활약하는 것이 아닌 2군 계약이다. 하부리그에서 활약을 인정받는다면 앞서 정우영(우니온 베를린)이 그랬듯 1군에서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각국마다 차이는 있으나 9월 2일이면 대부분의 리그에서 이적시장이 종료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한국인 선수들의 추가 이동 가능성이 감지된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을 경험한 황희찬이 그 대상 중 하나다. 황희찬은 다년간 유럽에서 활약한 데 힘입어 소속팀 울버햄튼 원더러스에서 고액 급여를 받는 자원으로 통한다. 2부 리그 강등으로 살림살이를 줄여야 할 구단으로서는 황희찬을 이적시키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스페인, 독일 등 빅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인 선수로서 유일하게 프리미어리그에 남은 김지수(브렌트포드) 역시 이동을 선택할 수 있다. 지난 시즌에는 독일 2부 리그로 임대를 다녀왔다. 새 시즌 개막 시점까지 원 소속팀 브렌트포드에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출전 기회를 위해서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