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전 5사 내부에서는 통합 자체에 대한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고용이다. 정부의 석탄발전 폐지 계획에 따라 기존 발전소가 순차적으로 문을 닫고 향후 재생에너지 설비가 들어서면 필요한 운영 인력이 줄어든다. 발전사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별로 인력을 운용하는 것보다 5개사의 사업장과 인력을 한 회사 안에서 재배치할 수 있는 통합 체제가 고용 유지에 유리하다.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석탄발전소가 폐지되고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면 근무할 수 있는 인원이 15~20% 수준으로 줄어든다”며 “직원들이 계속 근무하려면 더 많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장을 가져야 하는데 문제는 투자할 돈”이라고 말했다. 이어 “5개 회사를 모으면 신규 사업 투자 여력이 커지고 회사별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분도 합쳐서 관리할 수 있어 기존 직원의 구조조정을 최소화하면서 적정 인력을 맞출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연료 구매도 노동계가 꼽는 통합 효과다. 발전 5사가 각각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구매하면서 동일한 연료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대신 통합사가 대규모 물량을 한 번에 구매하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외사업이나 재생에너지 투자 역시 각 회사가 별도로 추진하면서 발생했던 중복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부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통합 이후 근로조건과 근무지다. 발전 5사는 2001년 분리된 뒤 25년 동안 각자 임금·복지·인사제도를 운영해왔다.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고용이 승계되는 것과 현재의 근로조건이 유지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5개사의 근로조건에 편차가 있기 때문에 어느 수준으로 맞출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 임금이나 복지 등 근로조건이 후퇴할 경우 현재 통합에 찬성하는 개별 발전사 노조가 반대로 돌아서거나 협의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합 본사의 위치와 인사 범위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발전 5사가 현재 운영하는 발전소는 전국에 흩어져 있다. 통합 이후 전국 단위로 직원을 순환 배치할지 기존 5개사를 본부 형태로 남겨 본부 안에서 인사를 운용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 9월 4일 정부 간담회에서도 통합본사 소재지가 정해지지 않아 직원들이 근무지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에 따라 임원과 보직도 감소한다. 현재 5명의 사장과 5명의 감사, 10명의 상임이사는 통합 이후 사장 1명과 감사 1명, 상임이사 4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위 조직까지 합쳐지면 본부장과 처·실장 등 관리직 보직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발전사 노조 한 관계자는 “조직이 슬림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관리직 입장에서는 앞으로 승진할 수 있는 자리가 줄고 직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불만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통합은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25년 만에 발전공기업 체제를 사실상 되돌리는 작업이다. 당시 한전 발전부문을 6개 자회사로 나눈 배경에는 발전사 간 경쟁을 유도해 경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 있었다.
분리 이후 발전 5사는 민영화되지 않고 모두 공기업으로 남았다. 부실한 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효율적인 회사가 사업을 확대하는 일반적인 경쟁은 작동하지 않은 반면 각 회사가 사장과 이사회, 관리조직을 따로 두면서 중복 비용은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쟁의 이익이라는 것이 사실 실현되지 않았고 그런 경우에는 합쳐서 규모의 경제를 가져가는 게 나을 수 있다”며 “기존 체제에서 얻었던 경쟁의 이익이 크지 않았던 만큼 경쟁 소멸에 따른 손실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통합으로 인한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통합되고 나면 비교할 상대가 없어지는 것이고 방만 경영으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며 이어 “발전원 구성과 사업 지역, 사업 포트폴리오가 회사마다 다른데 무작정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 공룡 기업을 만드는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5개사를 하나의 법인으로 합칠 필요가 있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와 노동계는 5개사가 각각 맡아온 연료구매를 일원화해 구매 물량을 키우면 공급자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고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법인을 하나로 합치지 않고도 공동구매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여러 민간 사업자가 공동으로 연료를 구매해 조달비용을 낮춰왔다”며 “연료 구매에서는 협력하고 실제 발전소 운영 효율에서는 경쟁하면 된다. 공동구매를 위해 법인까지 하나로 합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발전 5사 통합이 해상풍력 개발 역량 확대로 이어질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통합사의 자본과 인력을 모아 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덴마크 오스테드와 같은 해상풍력 사업자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오스테드는 전신인 ‘DONG Energy’ 시절부터 북해 유전 개발과 해상풍력 사업을 병행하며 관련 기술과 공급망을 축적해왔다. 국내 발전 5사의 사업 기반은 석탄·가스 발전에 맞춰져 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오스테드는 해상 유전 개발을 하면서 해상풍력과 이어지는 기술과 공급망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며 “국내 발전자회사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에 필요한 장기 자본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해상풍력은 착공 전 개발에 수년이 걸리고 사업비도 수조 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유럽에서는 연기금과 인프라펀드 등 장기 투자자가 자기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된다.
한전과 발전 자회사 등을 합친 한전그룹의 올해 상반기 연결 부채는 210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1000억 원 늘었다. 차입금은 133조 3000억 원, 상반기 이자비용은 2조 1000억 원이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은 이미 부채가 큰 상황이다. 개발 기간이 긴 해상풍력을 추가 차입으로 추진하면 그 기간 동안 이자 부담도 계속 쌓이게 된다”며 “정부가 엄밀하게 따지지 않고 무작정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통합과 분리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다”며 “여러 회사의 기능을 합치면 중복 비용을 줄이고 고용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조직이 커지면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떨어지고 노사분규가 발생했을 때 영향도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통합 이후 조직 운영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