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업계의 관심은 온통 곧 현실화 될 지각변동에 쏠려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G마켓, 엠플 등이 M&A 시장에 나왔다는 소문 때문이다. 누가 인수하건 단숨에 시장 선두그룹에 합류하게 될 월척급 매물들이다.
우선 ‘최대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매각설은 크게 세 가지다. 증권가에서는 KT,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인수 주체로 거론된다. 흥미로운 점은 세 가지 소문 모두 다음의 매각은 기정사실로 하고 “누가 인수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대목이다.
한 증권사에서는 아예 특정회사로 인수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연말 인터넷산업 보고서에서 “KT와 다음이 결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분석했다. 유진증권은 “KT가 KTH를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KTH의 역할이 계열사 지원용 MCP에 그치고 있다”며 “KT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중대형 포털을 노릴 수밖에 없고 다음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 소문은 다음이 구글의 유튜브코리아와 함께 UCC사업을 전개할 것이며 나아가 구글이 다음의 지분을 사들일 것이라는 내용이다. 유튜브는 지난 23일 한국 서비스 개시를 선언했으며 CJ미디어, JYP엔터테인먼트 등과 제휴한 상태. 다음은 유튜브코리아의 ‘개국멤버’에 이름이 빠져있지만 시장에는 다음이 650만 개에 달하는 유튜브의 동영상 데이터를 관리하고 구글은 다음의 동영상이 구글검색 서비스에서 검색되도록 하는 제휴를 추진한다는 소문이 여전하다.
마지막 소문은 MS가 다음을 인수한다는, 다소 믿기 힘든 내용이다. 이 소문 역시 출처는 증권가로 한 증권사에서 MS의 다음 인수에 관한 보고서를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다.
다음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매각설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뭘까. 우선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더 이상 경영권에 별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이재웅 창업자는 지난해 9월 20일 다음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이 창업자의 퇴진 이후 다음은 이후 석종훈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12월 들어서는 회원수 1200만 명을 자랑하는 메머드급 계열사 디앤샵을 GS홈쇼핑에 팔았다. 이재웅 창업자는 GS홈쇼핑에 자신과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디앤샵 주식 318만 주(29.35%)가량을 약 394억 원에 매각, 막대한 현금도 확보했다. 이 창업자가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손에 쥔 것은 1995년 창업 이후 12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부터 돌던 다음 매각설은 본격적으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재웅 창업자가 다음을 매각한 뒤 항공사업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다음이 지난해 내내 구조조정에 열중한 것은 매각을 염두에 두고 한 행동”이라며 “이제 구조조정이 충분히 된 만큼 조만간 매각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음이 당장 매각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현 경영진이 회사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믿고 있는데다 인수하는 입장에서도 아직은 다음의 투자가치가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으나 대주주가 회사 가치 상승을 자신하고 있다”며 “이럴 경우 빠른 시일 내에 매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음 측은 이런 소문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매각과 함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또 하나의 기업은 인터넷쇼핑몰 업계의 강자인 인터파크다.
인터파크는 옥션과 함께 ‘오픈마켓’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자회사 G마켓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인터파크는 그동안 부인으로만 일관했던 ‘G마켓 지분매각설’에 관해 최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계열사인 G마켓의 지분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인터파크가 부진한 쇼핑몰 분야에서 손을 떼는 동시에 G마켓 매각 등으로 확보된 자금을 여행 티켓 등의 사업부를 강화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파크가 인터파크쇼핑과 G마켓의 사업 영역이 쇼핑몰로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터파크는 인수자를 찾기 위해 다양한 기업들과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KT는 실사단을 구성해 일정수준의 협상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KT는 조만간 선보일 ‘TV장터’와 인터넷 쇼핑몰을 양대 축으로 삼을 생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온라인 쇼핑의 세계 1위 기업이자 옥션 지분 100%를 보유한 이베이와도 직간접적인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과 맥 휘트먼 이베이 회장은 직접 얼굴을 맞대기도 했다. 당시 이베이 측은 “인터파크에서 G마켓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기회를 엿보는 차원에서 검토하는 단계”라며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아직 잡혀있지 않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유력 인수후보로 지목됐던 이베이는 새해 들어 갑작스럽게 G마켓 인수작업을 중도포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베이는 올해 초 G마켓 인수전 참여 중지 소식을 인터파크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옥션을 소유한 이베이가 G마켓마저 인수하면 전체 오픈마켓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거라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것.
이밖에 CJ홈쇼핑 역시 설립한지 2년이 채 안된 인터넷 자회사 ‘엠플’을 접기로 결정했다. 아직 어떤 방식으로 언제 철수할지는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안에 방향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