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완쥔은 “김정은이 사망한 뒤 중국군 9000명이 평양에 파견돼 김주애 정권의 안정을 지원했다”고도 했다. 미국 ‘뉴욕포스트’, 영국 ‘더선’ 등이 셰완쥔 주장을 보도하면서 파급력이 커졌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일요신문과 통화한 대북 소식통은 10월 22일 “김정은은 멀쩡히 살아 있을 것”이라면서 “셰완쥔이 온라인을 통해 주장한 김정은 사망설에는 너무나도 많은 정황적 모순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베이징으로 갔다고 가정하면, 베이징 비행장부터 병원 인근까지 평상시와 다른 상황이 감지될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 내부에도 주목할 만한 ‘시그널’이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망설은 거짓으로 밝혀질 것이다. 최고지도자가 사망한다면 그 발표는 3일 이상은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중국군 9000명이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소식통은 “북한 군부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외국의 내정간섭이다. 특히 중국군에 대해선 배척하는 기류가 상당히 강하다”면서 “현재 병력이 모자라거나 경계를 설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 아닌데, 9000명의 중국 병력이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주장엔 당위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소식통은 “김정은 신변에 이상이 생겼더라도, 유엔 협약이나 국제법 등을 근거로 했을 때 중국군 9000명이 무작정 평양으로 투입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더구나 한국과 미국 등이 감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9000명이 아무런 조짐도 없이 움직일 수는 없다”고 했다.

10월 25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당정 주요 간부들을 대동하고 항미원조기념탑을 방문해 헌화했다. 김정은은 “우리 인민은 중국 인민과 함께 싸운 영광의 연대를 영원히 기억하겠다”면서 “우리 혁명을 피로써 도와준 중국 인민에 대한 영원한 감사를 대를 이어 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선 권력 서열 4위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김정은을 맞이했다. 왕이 외교부장, 류하이싱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 주요 간부들이 왕후닝과 동행했다. 북중 정상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권력서열 2위 리창 총리 등은 ‘김정은 스케줄’과 무관한 행보를 보였다.
중국 소식통은 “이번 김정은의 깜짝 방중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면서 “중국은 오중전회(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었다”고 했다.
소식통은 “이 회의는 당 주요 정책과 당 운영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라면서 “중국 정치 향방을 가늠할 최고지도부 회의와 맞물린 타이밍에 중국 최고지도부가 움직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나지 않는 타이밍을 직접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은 이번 김정은 방중을 통해 북중관계를 ‘혈맹’으로 강조한 반면, 중국 측은 ‘우호적인 이웃’으로 표현했다. 두 나라의 온도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중국은 김정은 체면을 살려주는 취지로 ‘서열 4위’ 왕후닝을 내보냈다.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 혹은 방향성을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함께 외교적 동선을 공유하는 프로세스를 합의했을 수는 있다.”
김정은이 사망설을 불식하며 전격 방중한 것과 관련해 외교가 일각에선 ‘트럼프를 향한 간보기’라는 말도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 등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사망설’로 북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을 적극 이용한 것 아니냐는 취지다. 더구나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국정 동력을 가늠할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김정은이 최적의 외교 효율을 뽑아낼 타이밍을 계산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소식통은 “사망설이 일축되며 드라마틱한 등장으로 포장된 상황”이라면서 “김정은에게 더 신경 쓰일 만한 체크포인트는 신압록강대교 개통 이후 중국의 물류뿐 아니라 ‘중국의 영향력’이 함께 배송될지 여부일 것”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준공 이후 12년 만에 공식 개통이 됐다. 이 다리를 통해 북중 경제 협력이 가속화될 수 있다”면서 “경제협력 가속화는 곧 외부 세계 정보나 중국의 영향력이 북한으로 스며든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폐쇄성이 체제 유지 덕목인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 입장에선 이런 부작용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는지 반드시 체크를 해야 했을 것”이라며 “이번 당일치기 방중을 통해 김정은이 동행한 지도부와 함께 이런 요소들을 들여다보고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사망설과 맞물린 깜짝 방중은 김정은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대화 추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한국 정부를 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장관은 “(김정은 방중을) 단순한 경제 행사로만 보기 어렵다”면서 “정상회담이 없는 정상외교라는 특성이 굉장히 이례적이다. 신중하게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휴전선에서 요새화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북쪽 국경에서 외교 행보를 개시했다”면서 “남북관계엔 관심이 없고, 북미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