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오후 6시 경기 부천시 원미구 피노키오광장. 스피커에서는 개인 방송과 촬영으로 인한 불편을 주의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광장 중앙에는 ‘막장 유튜버 OUT’이라는 문구가 적힌 컨테이너 형태의 미디어안전센터가 자리했다. 지난해만 해도 삼각대와 스마트폰을 세워놓고 실시간 방송을 하는 유튜버와 인터넷 방송인(BJ)들이 줄지어 앉아 있던 곳이다.
이날 광장에서 눈에 띈 BJ는 도로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한두 명에 그쳤다. 대신 경찰관들이 근처를 순찰했고, 지역 협회 회원들이 ‘막장 유튜버, 부천을 떠나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광장 주변을 돌았다.

기행 방송이 잇따르자 부천시와 경찰은 2025년 10월부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시는 광장 돌의자를 철거하고 연석에 시선유도봉을 설치해 방송인들이 오래 앉아 방송하기 어렵게 했다. 전담팀을 꾸려 현장 관리와 온라인 방송 모니터링에도 나섰다. 경찰도 일대를 집중 순찰 구역으로 지정했다. 경찰은 지난 6월 구독자 5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A 씨를 명예훼손·모욕·특수협박 등 혐의로 구속 송치하는 등 위법 행위를 한 방송인들을 잇달아 구속했다.
단속이 강화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상인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이었다. 눈에 띄는 기행은 줄었지만 새로운 BJ들이 계속 들어오면서 오히려 수가 늘었다는 말도 나온다.
광장 인근 상가의 한 업주는 “요즘에는 예전처럼 소리 지르는 유튜버들은 많지 않은데 숫자는 전보다 늘었다”며 “여름에는 밖에서 방송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근처 노래타운 같은 실내에서 방송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근처 식당 주인은 “최근에는 기존 방송인들보다 새로운 얼굴이 많이 보인다. 외부에서 여럿이 함께 방송하러 왔다가 가는 경우도 많다”며 “광장 옆 골목에는 여전히 줄지어 앉아 방송한다. 요즘에는 노인 방송인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관련 민원도 다시 늘었다. 부천시에 따르면 올해 1~5월 부천역 일대 인터넷 방송인 관련 국민신문고 민원은 12건이었으나, 6월부터 10월 27일까지는 27건이 접수됐다.
실제로 광장은 BJ들이 드물었지만 일대에서 두세 명씩 무리 지어 이동하며 방송하는 BJ들을 볼 수 있었다. 광장 뒤편 골목에도 BJ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전깃줄 위 참새처럼 줄지어 방송한다고 해서 이른바 ‘부천 전깃줄’로 불리던 곳이다. 골목 연석에는 시선유도봉이 줄지어 설치돼 있었지만, 방송인들은 유도봉이 없는 곳에 자리를 잡고 방송을 이어갔다. 경찰이 다가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1년 전 부천에서 방송을 시작했다는 한 BJ는 “부천을 달면 시청자들이 쇼츠를 넘길 때 일찍 뜨거나 검색했을 때도 상단에 노출된다”며 “서울 같은 다른 지역에 가면 유튜버들이 별로 없어 알고리즘을 타지 못한다. 부천에서 방송할 때 후원 수익도 훨씬 잘 나온다”고 말했다.
방송 소재를 만들기 쉽다는 점도 이들을 붙잡는 이유다. 여러 BJ들이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함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근 또 다른 BJ A 씨는 “혼자 방송하면 할 게 없지만, 여기서는 같이 방송하고 놀러도 가면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유명 BJ의 크루에 합류해 이름을 알리려는 신입들이 몰렸지만, 잇따른 단속과 구속 이후에는 이런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부천이 ‘BJ 성지’로 알려지면서 외지에서 찾아오는 이들에게는 부천 방문 자체가 하나의 방송 콘텐츠가 되기도 했다. A 씨는 “부천을 다녀와야 다른 지역에서도 인정받는 분위기가 있다”며 “인근 여인숙에 한 달 단위로 방을 구해 머물며 방송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부천이 BJ들의 활동 지역으로 유명해진 2020년대 초부터 이곳에 정착해 생활 터전을 잡은 만큼 쉽게 떠나기 어렵다는 이들도 있었다.
반면 이를 제어할 수단은 제한적이다. 일대 상인과 BJ들에 따르면 경찰이 다가오면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방송을 켜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며, 인근소란으로 경찰에 적발돼도 범칙금은 3만 원 정도다. BJ들 사이에서는 단속에 걸리더라도 방송을 조금만 하면 범칙금을 웃도는 후원 수익을 올릴 수 있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수익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올해 4월 발의한 이른바 ‘막장 유튜버 근절 3법’은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공공장소의 평온을 현저히 해치는 소란행위 영상을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몰수·추징하는 내용을 담았다.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으나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플랫폼을 통한 제재도 한계가 있다. 부천시는 지난해 구글코리아에 특정 지역에서의 방송 제한과 신고가 반복되는 콘텐츠의 수익 제재 가능성을 문의했으나, 가이드라인상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개별 콘텐츠의 가이드라인 위반 여부에 따라 삭제나 계정 정지 등을 요청하는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계정이 정지돼도 새 계정을 만들어 손쉽게 방송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에는 지난해 기행 방송으로 징역형을 받은 뒤 출소한 BJ가 이번 달 복귀 방송을 하던 중 계정이 정지되자 유튜브에서 새 계정을 만들어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시는 과거 기행을 벌이거나 문제가 됐던 유튜버들은 대부분 구속됐다며 경찰과의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현장 관리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정당한 촬영 활동은 존중하되 소란과 통행 방해 등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공공장소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상인회를 중심으로 한 방범활동 등 미디어 안전관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