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럭키금성 시절부터 지속된 긴 역사, 이전까지 6회의 리그 우승 이력, 수도 서울에 자리 잡은 연고지 등 FC 서울은 리그 내 ‘빅클럽’으로 분류되는 구단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다시 한번 강팀으로 올라섰고 2010년대 세 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2016년 우승 직후 서울은 내리막을 걸었다. 2018년에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참가, 강등 위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구단은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구단에서 우승을 경험한 지도자 최용수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고 강등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었다.
최용수 감독은 이듬해 팀을 곧장 리그 3위로 이끌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팀은 장기간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사이 2020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네 시즌에 걸쳐 모두 여섯 명의 지도자(대행 포함)가 팀을 거쳐 갔다.
위기 속에서 팀이 손을 내민 인물은 김기동 감독이었다. 포항 스틸러스를 맡아 팀을 꾸준히 리그 상위권으로 이끌었고 코리아컵 우승,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경험한 지도자였다. 김기동 감독은 서울에 부임하면서 ‘임기 3년 중 리그 우승’을 약속했다.
김기동 감독은 취임 첫해(2024시즌) 4위를 기록하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최용수 감독 시절 이후 5년 만의 파이널 A(6위 이내) 성적이었다. ‘슈퍼스타’ 제시 린가드(잉글랜드)가 영입되며 흥행에도 순풍을 탔다.
하지만 2025시즌 상황은 다시 나빠졌다. 구단은 예상 밖 부진을 보였다.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듯했으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팀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 중 하나인 기성용과 결별하면서 팬들의 지지를 잃었다. 최종 6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김기동 감독의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2026시즌, 김기동 감독과 동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다시 한번 기회를 받았다. 구단은 이적 시장에서 적극적인 보강으로 반등 의지를 보였다. 앞서 기성용에 이어 팀의 간판 린가드가 팀을 떠났으나 수비수 로스(스페인), 미드필더 바베츠(크로아티아), 공격수 후이즈(콜롬비아) 등 중앙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들이 영입됐다. 이에 더해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이던 검증된 수비수 야잔(요르단)을 붙잡게 됐다. 골키퍼 구성윤, 공격수 송민규 등 국가대표급 국내 자원도 품었다.
보강에 적극 나선 서울은 4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초반부터 리그 선두에 나선 이들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선두 자리를 지켰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K리그는 외국인 제도에서 변화가 있었다. K리그1의 경우 보유 무제한, 출전 5명으로 제한이 늘어났다. 서울은 신입생에 이어 기존 안데르손(브라질), 야잔, 클리말라(폴란드)의 활약까지 더해져 바뀐 제도를 가장 잘 활용하는 구단으로 거듭났다.

그간 K리그에서 중앙 수비 포지션은 국내 자원을 반드시 1명 이상 포함시키려는 경향이 강했다. 팀의 최후방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은 다른 선택을 했다. 로스와 야잔, 외국인 선수들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이들은 리그 최소 실점(33경기 29실점)으로 화답했다. 지난 수년간 불안했던 뒷문을 구성윤 영입으로 단속한 것도 실점 감소에 기여했다.
김기동 감독의 4-4-2 포메이션 또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미드필더 숫자가 부족할 수 있는 약점을 선수들의 활동량으로 메운다. 폭넓은 움직임이 강점인 정승원(33경기 8골 7도움)은 시즌 MVP 후보로도 거론된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유럽으로 떠난 송민규(25경기 4골 9도움), 주로 조커로 활용된 문선민(31경기 5골 8도움)도 힘을 보탰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서울 우승의 원동력으로 김기동 감독의 존재감을 꼽았다. 그는 “결국 감독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선수단을 하나로 만들었다. 주장 김진수의 존재도 힘이 됐다고 본다”면서 “큰 틀에서 변화 없이 하나의 포메이션으로 밀고 나갔다는 점도 좋게 평가하고 싶다. 강팀의 조건 중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서울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던 당시 안타까움을 많이 표현하던 인물이다. 빅클럽으로서 꾸준히 상위권 경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번 우승 한 번으로 서울이 만족해서는 안 된다. 꾸준히 우승권에서 전북, 울산 등과 경쟁을 해야 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곧 라이벌 수원 삼성도 1부리그로 올라올 텐데 두 구단이 좋은 그림을 만들어 줘야 한다. 앞으로 아시아 무대에서도 성적을 내려면 보강이 필요하다. 김기동 감독은 똑똑한 사람이다. 준비를 잘할 것이다. 재계약 협상을 하면서 전력 보강에 대한 이야기도 구단과 나눌 것이다.”
국내 리그에서 유망주와 좋은 기량을 선보인 외국인 선수들의 해외 이적은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시즌 데뷔한 손정범은 벌써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야잔은 이미 지난겨울 이적 작업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즌 우승을 달성하면서 큰 힘을 보탠 인물들은 해외 구단들의 레이더망에 오를 공산이 크다. 구단으로선 대비가 필요하다.
김기동 감독 또한 이적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2024년 1월 서울과 계약을 맺은 그는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계약이 끝난다. 아직 재계약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시즌 초반까지는 김 감독과 서울 사이 재계약이 없을 것이라는 축구계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다른 구단과 얕은 수준의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구단도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다만 서울이 우승에 성공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는 모양새다. 김 감독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선수층을 두텁게 만드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이번 시즌 내내 1위 자리를 지키며 우승까지 이뤘으나 약점은 있었다. 백업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기동 감독은 이를 이유로 들며 AFC 챔피언스리그2에서 비주전 선수들만을 출전시키는 운영으로 임했다. 일부 팬들로부터 ‘대회를 포기한 것인가’라며 지탄을 받기도 했다. 서울은 2027년 하반기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 출전한다.
김기동 감독은 ‘3년 내 우승’이라는 약속을 지켜냈다. 우승 이후로도 할 일이 많은 서울이다. 더 강한 팀을 만들어야 하며 아시아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제 서울의 과제는 다시 10년을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