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불로 주차된 차량 3대가 전소됐고, 주민 8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주민 20명은 스스로 대피했으며 불은 약 1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불을 붙인 뒤에도 현장 인근에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다세대주택으로, 1층은 기둥 사이 공간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필로티 구조다. 화재 당시 불길이 1층 주차장을 뒤덮으면서 주민들은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다.
70대 여성 B 씨는 “손녀가 서둘러 대피하자고 해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1층으로 내려가 보니 차량이 계속 폭발하면서 불꽃이 출입구를 막고 있었다. 겨우 사람이 빠져나갈 만한 공간이 있어 주변에서 빨리 나오라는 말을 듣고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1층 출입구로 빠져나가지 못해 옥상으로 대피했다. 입주민 C 씨는 “1층으로 내려가 보니 주차장에 이미 불이 붙어 있어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며 “저를 포함해 주민 8명이 옥상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부터 연기가 엄청나게 올라왔고 문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건물 소유주인 A 씨의 어머니도 건물 안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A 씨의 어머니는 화재 발생 후 건물 밖으로 내려와 자신의 건물이 불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 주민은 당시 A 씨의 어머니가 별다른 동요 없이 담담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대피 과정에서는 건물 내부에 쌓인 물건들이 장애물이 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현행 소방법에 따르면 아파트 복도와 계단은 화재 시 대피로로 활용되는 공용 공간으로, 물건을 쌓아두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10월 19일 주택 내부를 확인한 결과 5층에서 위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통로에는 각종 생활용품과 짐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일부 구간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주민들은 적치물 상당수가 건물주의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1층 출입구가 불길에 막혀 옥상으로 올라가려 했는데, 계단이 연기로 까맣게 변한 데다 짐까지 쌓여 있어 올라가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부 주민들은 화재 당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으며, 경보기 발신기를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A 씨의 어머니는 수년 전부터 고물상에 팔 목적으로 폐지와 헌 옷 등 재활용품을 수집해 건물 1층 필로티 주차장 한편에 쌓아뒀다고 한다. 재활용품은 주차 공간 한 칸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한 입주민은 “3년 전에는 폐지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 소방서에서 나와 치우라고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어머니가 폐지 등 재활용품을 모아두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또 다른 입주민은 “집주인과 딸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주차장에 재활용품을 모아두는 문제로 불만이 많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들이 집에 올 때마다 재활용품 문제로 잔소리를 하자, 어머니가 자녀들과 만날 때도 집이 아닌 밖에서 만났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폐지 수거 일을 하는 게 싫어서 어머니가 모아둔 폐지에 불을 붙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시작된 곳은 A 씨의 어머니가 평소 폐지 등 재활용품을 모아두던 장소였다.
이와 관련해 ‘일요신문i’는 건물 소유주인 A 씨의 어머니에게 연락해 주차장에 폐지 등을 쌓아둔 이유 및 최근 딸과 갈등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러나 A 씨의 어머니는 “지금은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송파경찰서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