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영 사장 | ||
지난해 초 현대차 비자금 사건 재판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던 정몽구 회장을 괴롭힌 또 하나의 골칫거리는 바로 기아차 위기설이었다. 2004년 50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기아차 영업이익은 2005년에 700억 원대로 줄더니, 2006년에 120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적자행진이 2007년 1분기까지 이어지자 사회 전반에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위기설이 확산되자 기아차는 지난해 5월 4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순수 가용 현금만 5000억 원 보유하고 있다”며 전혀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이날 기아차 인사들은 “신차 출시와 원가 절감 등을 통해 2분기부터는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아차는 2분기 적자에 이어 2007년 3분기 현재 15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정몽구 회장 외아들 정의선 사장이 기아차 대표이사사장직에 취임한 것은 2005년 3월이다. 공교롭게도 정 사장 취임 이후부터 기아차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흑자였던 당기순이익마저 2007년엔 3분기 현재 240억 원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는 정 회장 사위들이 경영 참여 중인 계열사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정몽구 회장 둘째 사위인 정태영 사장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직에 취임한 2003년 10월의 일이다. 이듬해인 2004년만 해도 2000억 원대 영업손실을 냈던 현대캐피탈은 2005년 400억 원대 영업이익 흑자 기업으로 돌아섰다. 이후 2006년 38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2007년은 3분기 현재 4000억 원 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2004년 1900억 원대 영업손실을 낸 현대카드도 2005년 5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더니 2006년 1100억 원, 그리고 2007년엔 3분기 현재 18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05년 3월 현대하이스코 대표이사사장직에 취임한 신성재 사장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현대하이스코는 2006년 370억 원에 이어 2007년 3분기 현재 58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정 회장 장녀 정성이 고문의 이노션도 지난 2005년 영업이익 69억 원에 이어 2006년엔 218억 원으로 흑자폭을 늘렸다.
이에 앞서 기아차는 지난해 9월 21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시화산업단지 내 토지·건물을 물류계열사 글로비스에 670억 원에 매각한다는 공시를 냈다. ‘유휴부동산 매각으로 자산운용의 건전성 확보’가 거래 목적이었다.
기아차가 지난해 11월 계열사 현대파워텍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점 역시 장기적 관점의 기아차 재무구조 개선 노력 일환으로 풀이된다. 주식 총수 증가와 현대모비스 주요 주주 추가로 인해 지분율은 종전의 50%에서 37.58%로 떨어졌지만 보유 주식 수는 약 300만 주를 늘렸다. 여기에 기아차가 투입한 금액은 총 150억 원이었다.
현대파워텍은 기아차를 비롯해 현대차가 37.58%, 현대모비스가 24.85%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현대파워텍은 자동변속기 등 자동차 주요부품을 제조 판매하는 업체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대주주로 있어 그룹 내 물량 몰아주기가 가능한 회사다. 만약 그룹 차원에서 일감을 몰아줘 몸집을 키운 뒤 상장하게 되면 현재 5000원 수준의 주가도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윤은 대주주인 기아차에게 상당부분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아차의 신흥증권 지분 인수 역시 주목을 받는다. 신흥증권 주가는 지난해 폐장일인 12월 28일 1만 5050원이었지만 연초부터 매각설의 탄력을 받아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1월 14일 현대차의 인수 발표를 전후로 치솟아 현재 1월 18일 현재 2만 5850원을 기록 중이다.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을 감안할 때 기아차가 신흥증권 지분 인수로 향후 높은 평가차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천우진 기자 wjc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