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네덜란드 FC흐로닝언을 떠나 포르투갈 1부리그 CS마리티무로 전격 이적한 석현준(22). 지난 27일 새벽(한국시간) 2012-2013 포트투갈 수페르리가 16라운드 히우 아베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교체 멤버로 출전하며 홈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 그는 비록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32분여 동안 쉼 없이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2010년 1월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 입단하며 주목을 받았던 석현준은 그 후 주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여름 FC흐로닝언으로 이적했지만 줄곧 벤치 신세에 머물렀고, 지난 해 9월 중순에는 2군 경기에서 비신사적인 파울을 했다는 이유로 1군 6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포르투갈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석현준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포르투갈 데뷔전이 예상보다 빨랐다. 소감이 어떠했나.
▲무려 4개월 만에 그라운드에서 뛰어본 것 같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오랜만의 실전이어서 더 긴장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기분은 좋았다. 이렇게 경기에 뛰고 싶어서 이적을 했는데 그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지난 연말에는 한국에서 휴가를 보냈다. 그때 이미 이적하기로 결정된 것인가.
▲아무래도 흐로닝언에서 벤치에만 머물다 보니까 날 필요로 하는 팀으로 가고 싶었다.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무조건 많이 뛸 수 있는 데로 가고 싶었다. 그 기회가 이제야 주어진 것 같다.
―자신의 SNS에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K리그 진출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나.
▲유럽에서 생활하다보니 언어가 가장 어렵다. 네덜란드어를 배우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자국어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부러울 정도로 힘들었다.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면 축복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한국 운운했던 것 같다.
―결국엔 마리티무로 향하게 됐는데 선택에는 후회 없는 건가.
▲사람이 간사해지는 게 네덜란드에 있을 때는 경기에 뛰고 싶은 마음에 다른 건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막상 포르투갈에 오니까 네덜란드 선수들이 그리워지더라. 서로 많이 친하고 가깝게 지냈는데 여긴 언어도, 선수들과의 관계도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조금 낯설었다. 영어보다 어렵다고 하는 네덜란드어로 의사소통할 정도의 수준이 됐는데 다시 포르투갈어를 배워야 한다. 언어는 여전히 나한테 큰 숙제로 다가온다. 내 선택에 항상 후회는 하지 않는다.
―아약스 입단 후 우여곡절이 많았다. 가장 아쉬운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아약스에 있을 때다. 그 명문 클럽을 맘에 담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자만을 떨며 더 큰 클럽에 대한 꿈만 키웠다. 아약스에서 인정받고 성공한 후 빅클럽으로 가도 되는데 난 겉멋에 치우친 나머지 프리미어리그의 첼시를 거론하며 아약스에서의 생활을 소홀히 했다.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약스에서 멋진 승부를 펼쳐 보이고 싶다.
―또래의 선수인 지동원과 손흥민은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소속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월드컵 무대에 대한 꿈이 있을 것 같은데….
▲조광래 감독님이 계실 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 후엔 내가 부족해서인지 대표팀과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고, 앞으로 충분히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소속팀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그 기회가 오지 않겠나. 올해는 이 팀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 공격수이기 때문에 골을 많이 넣고 싶다. 포르투갈 리그에서 석현준이 뛰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