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중순부터 코스닥시장에서 원자력 관련 기술을 보유했거나 우라늄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원자력 테마주로 분류되며 급등했다. | ||
향후 증시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루면서 ‘쉬는 것도 투자다’라는 증시 격언도 언론에 종종 등장했다. 이럴 때 마음 급한 투자자들이 찾는 것이 바로 테마주다. 증권시장이 어수선할수록 ‘한방의 추억’을 가진 테마주에 더 끌리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개미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올해도 어김없이 증권시장에 새로운 테마주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번엔 ‘원자력 테마주’가 그 주인공이 됐다. 물론 큰 틀에서 지난해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에너지 테마주’에 속하지만 올해 증권시장에 새롭게 얼굴을 내밀었다. 2월 중순부터 코스닥시장에서 모건코리아, 케이아이씨, 일진정공, 보성파워텍, 범우이엔지, 코아정보 등 원자력 관련 기술을 보유했거나 우라늄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테마주로 분류되며 급등했다. 모건코리아의 경우 지난 11일 3500원이던 주가가 불과 일주일 만에 5500원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에 때 아닌 원자력 바람이 분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내 원자력 발전 기술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터다. 인수위는 지난 13일 에너지효율화와 신재생 에너지, 원자력 등 3대 사업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을 3% 정도 추가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특히 인수위는 대형 상용원자로를 연간 2기 수출해 부가가치 5조 원을 창출하고 중소형·연구용 원자로는 연간 2기를 수출해 1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원자력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큰 폭의 지수 하락에 상처를 입은 개인 투자자들이 눈을 치켜뜨고 테마주 찾기 혈안이 된 상황에서 인수위의 이 같은 발표는 원자력 테마주 탄생의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이처럼 이유 없는 테마주 탄생은 없다. 테마주가 형성되기 위해선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많은 경우 정부가 그 이유를 제공해 주거나 새로운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테마를 형성한다. 테마주는 지난 2000년 이후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모두 떠난 코스닥 시장이 작전 세력의 놀이터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황우석 교수의 등장으로 인한 바이오 테마주를 비롯,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줄기세포, 로봇, 와이브로, 엔터테인먼트, 자원개발 등이 차례로 대표 테마주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맞아 ‘대선주’가 각광을 받았다.
그렇다면 새롭게 등장한 원자력 테마주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테마주가 등장한 이유를 분석하고 해당 테마로 인해 실질적으로 수혜를 받는 코스피(옛 거래소) 기업에 관심을 둘 것을 조언한다. 과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테마주는 주가가 한순간에 급등락하기 때문에 비록 올랐다고 해도 그 수익을 손에 쥐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매도시기를 놓쳐 작전 세력이 떠난 후의 공허함을 맛봐야 한다.
최근 등장한 원자력 테마주의 경우 그것이 주는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그 의미를 파악한 뒤 진정한 수혜주를 찾아야 하는 것. 우선 원자력 테마주가 등장한 이유를 살펴보자. 앞서 밝힌 것처럼 인수위가 원자력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꼽는 수혜 종목을 찾아보자.
대우증권은 두산중공업과 함께 LS산전, 효성 등과 같은 변전 및 변압기 업체들도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소형주 가운데는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직접 수주를 받는 보조기기 업체인 범우이엔지와 케이아이씨, 한전KPS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추천했다.
이제 원자력 테마주에서 한발 더 나가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한승수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자원외교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또 대통령직 인수위 산하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내에 ‘기후변화 및 에너지대책’ TF팀이 있다. 여기서 에너지·해외 자원개발에 전문성 있는 기업이 이명박 정부에서 주목을 받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에너지 자원개발주로 관심을 가져 볼 곳은 SK에너지,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삼성물산, 한국가스공사, 삼천리 등이 꼽힌다. 이들은 유전, 가스전, 석탄광 등에 투자하고 있고 정부가 이들 사업에 대해선 세제 혜택을 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특히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이들 업체가 가지고 있는 해외 자원의 지분 가치도 급상승 중이다.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업체들도 주목받고 있다. 동부증권 김유진 애널리스트는 “풍력은 경제성 측면에서 높은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풍력발전소 운영과 발전설비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유니슨을 주목하라고 권했다. 그는 유니슨에 대해 “풍력발전산업의 선도업체로 발전단지 운영 경험과 발전기 개발 등 풍력관련 전 분야에서 성장이 예상되며 최근 완공된 단조공장을 통해 조선 및 풍력부품을 수주함에 따라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태양광의 경우 설치 및 시공에 노하우를 보유한 에스에너지를 추천했다. “에스에너지는 비교적 수익성이 낮은 모듈 및 시공 위주의 업체지만 국내 최대의 시공 경력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부정책에 따른 지속적 성장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시장친화적 정부를 표명한 이명박 정부 ‘첫 테마주’로 이름을 올린 ‘원자력 테마주’가 침체된 시장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