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LG상사가 헬스케어 전문업체 오씸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래 사진은 구광모 씨가 대주주로 있는 LG이노텍은 지난해 12월 상생협력 대상을 수상했다. | ||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구광모 씨의 ㈜LG 지분율은 2.80%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구 회장 부인 김영식 씨와 구자경 명예회장 둘째 사위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을 앞질러 현재는 구본무 회장(10.51%)과 구본준 LG상사 부회장(7.58%),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5.01%),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4.46%)에 이은 5대 주주로 올라섰다. 총수일가 4세들 중 가장 높은 지분율로 동갑내기인 구 회장 장녀 구연경 씨(0.86%)와도 제법 큰 차이를 보인다.
2월 20일 현재 ㈜LG 주가 6만 2800원으로 환산해보면 ㈜LG 지분 1% 사들이는데 100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시민단체들은 주식 배당금 외에 큰 수입원이 없어 보이는 구광모 씨가 그동안 어떻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동원해 ㈜LG 지분을 사들여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재원을 마련해 지분 추가 확보를 해나갈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다.
㈜LG는 지난 2월 12일 1주당 750원을 지급하는 현금배당 결정을 공시했다. 구광모 씨에겐 57억 원가량이 배당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1주당 550원)에 비해선 고액이지만 ㈜LG 지분율을 급격히 높이는데 쓰이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구광모 씨가 대주주로 참여 중인 계열사들에 일어난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계열사들이 상장과 신규사업 진출 등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 대주주의 금전적 이익을 늘려줄 수 있게 된 것이다.
구광모 씨는 ㈜LG 외에도 LG이노텍 지분 0.5%와 LG상사 지분 1.52%를 보유하고 있다. 올 초 허영호 LG이노텍 사장이 실적부진을 겪는 LG마이크론의 사장을 겸직하게 되면서 양사 합병을 통한 LG그룹 전자부품사 일원화와 함께 LG이노텍 우회상장설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LG이노텍은 지난 2월 17일 연내 기업공개를 하고 상장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회상장설은 사그라졌지만 LG이노텍이 휴대전화 사업을, LG마이크론이 디스플레이 사업을 주력으로 삼아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합병설은 설득력을 잃지 않고 있다.
LG이노텍이 상장을 전후로 LG마이크론과 합병해 LG전자 등의 물량 지원에 힘입어 고속성장을 하게 될 경우 주가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는 고스란히 대주주들의 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다.
구광모 씨 지분율은 현재 LG이노텍 지분율이 0.5%(4만 2000주)에 불과해 당장 ‘거액 차익 실현’ 운운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상장을 예고한 대기업 계열사가 기업공개 직전 내부 거래를 통해 헐값에 대주주에게 지분을 몰아준 뒤 상장을 해서 대주주에게 엄청난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 준 사례가 적지 않아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월 초 트윈와인과 한국상용차 두 곳의 계열회사를 추가 공시한 LG상사의 몸집 불리기 또한 주목할 만하다. 트윈와인은 LG상사가 지분 100%를 출자해 만든 주류 수입업체로 LG상사는 이를 통해 고급 와인 수입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한국상용차는 이탈리아 피아트그룹 상용차 계열사인 이베코의 대형트럭을 독점 수입 판매하는 업체로 LG상사가 2003년부터 일부 지분을 갖고 있다가 최근 수익성이 높아지자 나머지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8월 중순까지만 해도 3만 3000원~3만 6000원을 오가던 LG상사 주가는 이후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2월 20일 현재 1만 7600원을 기록 중이다. 연초부터 벌이는 신규사업들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해 구광모 씨는 LG상사 주식 24만 800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종전의 0.88%에서 1.52%로 두 배가량 올렸다. 구광모 씨는 LG상사 현금배당(1주당 350원)으로 2억 원가량을 챙기게 됐지만 현금 배당보다는 신규사업 활황으로 인한 주가 상승 여부에 시선을 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구광모 씨와 관련한 ‘부동산 투자’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사저널> 1월 22일자는 ‘LG 임원이 경기도 이천 일대 땅을 매입해 지난 2003년 1월 구본무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화중 씨를 거쳐 2004년 3월 구광모 씨에게 소유권을 이전했고 구광모 씨가 이 땅을 통해 엄청난 시세 차익을 챙기게 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LG그룹은 아직 구광모 씨에 대한 ‘황태자’ 수식어를 꺼리고 있지만 구광모 씨의 쌈짓돈이 늘어가는 속도만큼은 가히 ‘황태자급’이라는 이야기가 재계에서 속삭여지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