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손흥민의 가치가 날로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빼어난 활약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챔피언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2경기 4골을 터뜨리며 유럽 전역에 이름을 떨쳤다. 도르트문트는 독일 분데스리가를 2년 연속 제패한 팀이자,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를 연이어 무너뜨리며 16강에 진출한 팀이다. 조별리그가 끝난 뒤에는 이번 대회 32강 최고의 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지금은 이적이 불가능한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겨울 이적 시장이 닫히면서, 올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는 팀을 옮기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모든 이적설은 말 그대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제 아무리 쟁쟁한 팀들이 그를 원한들, 데려갈 수 있는 시기는 빨라야 여름이다. 매체들이 거론하는 거액의 이적료 역시 현재로선 아무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선수 본인이 이러한 소문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직 어린 나이, 팀 내에서도 여전히 막내급에 해당하는 손흥민 입장에서는 주위의 여러 이야기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그의 주변에는 적절한 조언자가 있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목표 의식이 뚜렷한, 그리고 손흥민을 직접 만들어낸 아버지의 철두철미한 관리는 물론이고, 그를 케어하는 에이전트의 조심스러운 접근 역시 걱정을 덜어주는 요소다. 실제로 손흥민 측은 이적설이 나올 때마다 이에 휩쓸리기보다는 소속팀과의 조용한 협상을 통해 영리한 대처를 해왔다. 이번에도 손흥민은 기존 계약을 1년 연장하는 조건으로 연봉 인상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약스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토트넘 핫스퍼를 거쳐 다시 함부르크로 돌아온 팀 내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라파엘 판 더 바르트와 같은 멘토가 곁에서 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상황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지금 손흥민이 유럽 축구계의 핫 이슈로 떠오른 것은 실제 그가 보여준 활약 이상의 ‘장래성’ 때문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와 아시아 선수라는 독특함, 유럽 최고 수준인 분데스리가에 무난히 적응한 경기력 모두 손흥민의 가치를 높여주는 요소이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그는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많은, 불확실성 가득한 존재에 불과하기도 하다. 게다가 향후 수 년 안에 큰 고민거리가 될 수 있는 병역 이슈도 있다. 병역과 무관한 나라의 선수들과는 달리, 다음 한 번의 이적이 손흥민 개인의 경력에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래서다.
독일 분데스리가 공격수들의 일반적인 진로를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유럽 클럽의 유스팀 출신인 손흥민에게 함부르크는 단순한 클럽 이상이다. 흔히들 말하는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격언은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자신을 키우고 안착시켜준 클럽에서 완숙의 시기를 경험하는 것이 다음 스텝으로 나가는 데에도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손흥민은 내년 여름 브라질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 이적이 클럽에서의 출전 기회를 빼앗아가는 선택이 된다면 그것은 손흥민과 대한민국 대표팀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될 것이다. 한국 선수가 유럽 빅 클럽들의 구애를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선수와 팬들 모두 들뜬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기에 보다 신중한 선택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얻은 보석 같은 재능을, 좀 더 오래, 웃으며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형욱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