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장남 조현준 사장, 차남 조현문 부사장, 삼남 조현상 전무. | ||
그러나 조 회장을 무엇보다 흡족하게 만드는 일은 아마도 ‘자식농사’가 아닐까. 장남 조현준 사장과 차남 조현문 부사장, 그리고 삼남 조현상 전무가 각각 경영일선에서 후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들들이 대주주로 참여 중인 계열사들의 급속한 몸 불리기가 진행 중이라 삼형제의 자산가치 역시 급증하고 있다.
효성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효성의 최대주주는 조석래 회장(10.29%)이지만 장남 조현준 사장(7%)과 차남 조현문 부사장(6.62%), 삼남 조현상 전무(6.61%) 등 아들 삼형제의 지분 확보가 순조롭다. 조 회장 아들 삼형제 모두 경영일선 전면에 배치돼 있어 지주사 지분율만 어느 정도 높이면 후계구도가 안정권에 접어들 것이란 평을 듣는다.
문제는 어떻게 지주사 격인 ㈜효성 지분을 추가 확보하느냐다. 현재 ㈜효성 지분을 1% 늘리는 데 필요한 돈은 약 230억 원. 이런 관점에서 최근 들어 조 회장 아들들이 대주주인 계열사들이 증자, 상장, 지분인수 등을 통해 사세를 키워가는 일 또한 후계구도 안착을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주목받는다. 회사 지분 가치가 오르면 고스란히 대주주의 이익으로 연결되기에 조 회장 아들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효성 지분 매입용 ‘실탄’을 확보할 길이 넓어지는 까닭에서다.
가장 눈에 띄는 계열사는 장남 조현준 사장이 최대주주인 효성CTX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조현준 사장이 20억 원을 출자해 효성CTX 지분율을 종전의 50%에서 87.7%로 늘렸다. 효성CTX가 사실상 조현준 사장의 개인회사가 된 셈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직후 가진 경제인간담회에 참석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 ||
효성CTX의 증자와 조현준 사장의 지분율 급증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이 회사의 상장 가능성 때문이다. 주요 재벌가 2·3세들이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저가에 사들인 뒤 계열사 물량지원으로 회사 가치를 키우고 상장시켜 엄청난 차익을 거둬온 사례가 종종 있었다. 만약 효성CTX가 ‘선배들’의 전례를 따라간다면 ㈜효성의 지분 매각과 주요주주의 증자 불참 등이 조 사장의 훗날 이익을 위한 각본 이행이었다는 구설수를 낳을 수도 있는 셈이다.
재계 인사들 사이에 효성CTX의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이 회사의 탄생 과정과 무관치 않다. 효성CTX는 지난 2006년 12월 텔레서비스(현 효성ITX)란 회사가 인적분할을 해서 만들어진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다. 효성CTX를 분리시키고 새롭게 출발한 효성ITX는 지난해 10월 상장을 통해 최대주주인 조 사장에게 수백억 원대 평가차익을 안겨줬다. 효성ITX 지분구조엔 조 사장(37.63%)과 ㈜효성(30.10%)이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그밖에 조석래 회장 아들들이 공동 지분 참여 중인 계열사들의 몸 불리기도 한창이다. 조현준 사장과 조현문 부사장, 조현상 전무 삼형제가 각각 14.13%씩 지분을 갖고 있는 노틸러스효성은 최근 ‘노틸러스효성 아메리카’라는 미국 ATM·CD기 판매업체 지분을 인수해 신규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조 사장 삼형제가 5.08%씩 각각 지분참여하고 있던 더클래스효성은 지난해 12월 증자를 단행했다. 이로써 ㈜효성 지분율은 종전의 84.75%에서 58.02%로 하락했고 조 사장 삼형제의 지분율도 각각 3.48%로 떨어졌다. 더클래스효성 대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결국 지분율이 하락했지만 증자를 통해 회사 가치를 높여 상장 기대감을 갖게 했다는 평이다.
조 회장 차남 조현문 부사장과 삼남 조현상 전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두미종합개발 또한 관심을 끈다. 이 회사는 지분 100%를 조 회장 아들 삼형제가 나눠 갖고 있다. 당초 조현준 사장이 이 회사의 최대주주였는데 2006년 12월 유상증자 과정에 조 사장만 불참하면서 차남 조현문 부사장과 조현상 전무의 지분율이 각각 종전의 25%에서 49.16%로 치솟은 반면 조 사장 지분율은 50%에서 1.68%로 내려앉았다.
최대주주 자리가 장남에서 차남과 삼남으로 옮겨간 것을 두고 분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호사가들의 평이 나돌기도 했다. <일요신문>이 777호(2007년 4월 8일자)에 보도한 ‘두미종합개발이 2006년 12월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두미리 소재 조현준-조현문 형제 명의 땅 20만 평을 350억 원에 사들였다’는 내용 역시 효성 계열사가 조 회장 아들들 자산을 늘려줬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최근 효성은 조현준 사장에 이어 조현문 부사장 이름을 ㈜효성 등기이사 명부에 올리기로 결정해 효성 후계구도가 조 사장 독주체제가 아닐 것이란 전망을 낳기도 했다. 조 사장은 최근 효성이 인수한 진흥기업 등기이사진에 합류하게 돼 장자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어 조석래 회장의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경우처럼 조 사장 형제들이 분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