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QPR로 옮겨간 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퀸즈파크레인저스·QPR)은 한 시절을 풍미한 대표 태극전사였다. 그런데 요즘 기류는 심상치 않다. 팀 내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외부 시선이 많다. 유럽 무대를 갓 밟은 초짜처럼 비쳐진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조금만 플레이가 부진할 때마다 거론돼 왔던 그 지긋지긋한 ‘입지 불안’ 이야기도 있다.
유럽 최고 클럽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뛸 때처럼 화려한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 탓이 크다. 하지만 맨유에서 박지성의 존재는 오히려 QPR에서보다 미미했다. 교체 출전도 훨씬 많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처럼 큰 무대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반면 QPR에서의 박지성은 맨유에서와는 달리, 출발부터 팀 내 중심이 돼야 했다. 작년 여름 이적과 동시에 주장 완장을 차면서 안팎의 기대를 불러 모았다. 높았던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커졌다.
그러나 다른 이유도 분명 있다. 사령탑과의 궁합이다. 현재 QPR의 지휘봉은 해리 레드냅 감독이 잡고 있다. 여기서 레드냅 감독의 성향을 살필 필요가 있다. 인종차별주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정통 보수주의자라는 게 유럽 축구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전임자였던 마크 휴즈 감독과는 또 다른 케이스다. 휴즈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박지성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으나 레드냅 감독은 다소 냉정한 모습이다. 한 에이전트는 “레드냅 감독은 철저하게 백인 선수, 그것도 골수 영국 선수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고 했다.
같은 팀인 지동원(앞)과 구자철은 팀 적응에 명암이 갈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이러한 모습이 눈에 띈다. 수비형 미드필더 구자철이 대표적이다. 첫 기착지는 볼프스부르크였지만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되면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고 이젠 팀 내 최고 에이스 중 하나가 됐다. 그러다보니 전 소속 팀 볼프스부르크가 올 시즌이 끝난 뒤 곧바로 복귀시키겠다는 계획을 현지 언론을 통해 흘릴 정도다.
손흥민(함부르크SV)도 그렇다. 클럽과의 궁합은 거의 최고에 달한다. 중도에 사령탑이 교체됐음에도 불구, 오히려 점차 부각돼 지금에 이르렀다.
또 다른 프리미어리거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이청용(볼턴)도 소속 팀과 찰떡궁합을 이룬 경우다. 전통적으로 힘을 중시하는 잉글랜드 축구 스타일과는 달리 스완지와 볼턴은 일정 템포와 리듬을 갖추고 있다. 특히 스완지는 금세기 최고의 클럽으로 꼽히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영향을 받은 덴마크 출신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이 이끌고 있어 패스 축구를 즐기는 기성용과 완벽하게 어울린다.
한편, 이도저도 아닌, 어려움에 처한 선수들도 분명 존재한다. 프랑스(AS모나코)에서 잉글랜드(아스널)를 거쳐 이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새 출발을 진행 중인 박주영(셀타비고)은 여전히 사령탑-팀-동료들과 긍정적인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고 있고,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도 선덜랜드(잉글랜드) 시절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아우크스부르크에서도 딱히 임팩트를 주지 못해 상당한 안타까움을 준다. 궁합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수원삼성 ‘정대세 일병 구하기’ “손배 불사” AFC에 항의 지난 2월 27일 호주 A리그 1위 센트럴코스트와 대회 조별리그 원정 1차전(0-0 무승부)을 치른 수원은 하마터면 예상치 못한 변수에 폭탄을 맞을 뻔했다. AFC가 결전을 이틀 앞둔 2월 25일 늦은 밤, “정대세의 신분 문제를 재확인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던 것이다. AFC는 1월 말, 수원에 “정대세를 챔피언스리그에 한해 한국 국적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통보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AFC는 상급기관인 국제축구연맹(FIFA)에 한 달여간 정대세의 한국 선수 등록 사실을 보고하지 않다가 뒤늦게 문제 삼았던 것이다. 양 팀 매니저 미팅도 정대세 사안이 주를 이뤘다. 수원은 강력히 항의했다. “정대세를 뛸 수 없게 하면 손해 배상을 요구하겠다”고도 했다. 다행히 우려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AFC는 FIFA로부터 “관련 조치를 인정한다”는 공문을 받았고, 경기 당일수원에 다시 “뛸 수 있다”고 전달했다. 그렇게 정대세의 데뷔가 이뤄졌다. 그래도 나름 준비는 철저했다. (비록 다른 팀이 겪은 일일지라도) 과거 원정 사례와 현지 상황까지 정확히 체크했다. 심지어 센트럴코스트의 호주 정규리그 일자까지 확인한 뒤 이병근 수석코치를 현장에 선발대로 파견해 상대 전력 분석에도 온 힘을 쏟았다. 이번 원정길에 동행했던 수원의 한 직원은 “작년 성남이 센트럴코스트를 방문했는데 도착 첫날부터 사단이 일어났다. 선수들이 일찍 방에 올라가지 못한 채 호텔 로비에서 쪽잠을 자는 사태가 빚어졌다. 당시 상황을 토대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같은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이번 원정 업무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