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의 갤러리아 포레 조감도(위)와 대림산업의 한숲 e-편한 세상 조감도. | ||
선공은 한화가 날렸다. 당초 2월 말로 예정돼 있던 ‘갤러리아 포레’(갤러리아) 분양시기를 3월 7일로 연기한 것. 업계에서는 이것을 대림산업이 건설 중인 ‘한숲 e-편한세상’(한숲)의 분양시기(3월 4일)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일단 대림이 하는 것을 지켜본 후에 대응을 하겠다는 전략이란 것이다.
한화의 이런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대림 측에서 철저하게 비공개로 분양을 진행했기 때문. 그 흔한 모델하우스도 없을 뿐 아니라 분양상담을 받기 위해선 미리 예약을 해야 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대림은 “대한민국 0.1% 고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숲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공사현장으로 찾아오는 약도가 올라와 있는데 대부분이 강남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일반분양 마감결과 한숲은 196명 모집에 29명이 접수했다. 청약률은 14.8%다. 여기엔 이준용 명예회장 부자가 명단에 올라있어 눈길을 끈다. 다른 아파트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청약률이지만 회사 측은 느긋해 보인다. 어차피 일반분양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 따라서 한숲의 성공 여부는 일반분양이 모두 끝나고 이뤄지는 선착순 분양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처럼 비밀리에 분양이 이뤄지자 비난도 커지고 있다. “아무리 비싸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볼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것.
한화에서는 대림의 분양방법에 대해 이처럼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자 서둘러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듯하다. 우선 올해 상반기에 모델 하우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은 인터넷상에서 사이버 모델하우스만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비밀리에 상류층 고객들만 접촉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폭넓게 준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 김승연 회장, 이준용 명예회장. | ||
아파트 가격을 놓고서도 신경전은 치열하다. 현재 갤러리아 분양가는 3.3㎡당 3971만~4598만 원이다. 한숲은 같은 평수가 3856만~4594만 원으로 책정됐다. 일단 3.3㎡당 가격은 갤러리아가 아슬아슬하게 한숲을 눌렀다. 총 분양가도 갤러리아의 최대금액은 52억 5200만 원이고 한숲은 45억 9800만 원이다. 이는 갤러리아 최대 평형이 377㎡인데 반해 한숲은 331㎡이기 때문.
결국 금액을 놓고 보면 한화가 한 발 앞서 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고 나면 한숲이 갤러리아를 누를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숲은 아파트 전체가 331㎡인 단일 평형으로 되어 있어 다양한 평형의 갤러리아보다는 가격이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단일 평형 아파트가 디자인이나 사업시행 등 여러 면에서 다양한 평형보다는 가격 상승 여지가 더 많다고 한다.
한화 측에서는 “저쪽(대림)보다는 우리가 입지가 좋다”라고 주장한다. 뚝섬 주상복합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가 한강에 대한 조망권인데 이 부분에서 대림보다 낫다는 것. 하지만 대림 관계자는 “말도 안 된다”며 “높이만 봐도 알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갤러리아는 최대 높이가 45층인 반면에 한숲은 51층이다.
그렇다면 현재 아파트가 건설 중인 뚝섬 주민들은 한숲과 갤러리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곳에서 20년을 넘게 살았다는 한 주민은 “주상복합아파트를 시작으로 이곳도 개발이 되지 않겠느냐”며 “지금도 집값이 상당히 올랐다”라고 귀띔했다. 반면 “위화감이 조성될 것이다”라는 의견도 일부 접할 수 있었다. 몇몇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세입자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적으로 이들을 지원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처럼 뚝섬에서 분양 초반부터 치열한 대립구도에 있는 한화와 대림이 손을 잡을 일이 생겼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양사가 뚝섬 아파트 분양으로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한 것. 경실련은 한화와 대림이 서울시로부터 특혜를 받아 1조 원 이상의 이익을 올렸으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사 관계자들은 “경실련이 금융비용이나 기타비용 등을 모두 제외한 왜곡된 자료를 발표했다”며 불쾌해하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