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김 씨의 ‘카사노바’ 행각 폭로 글.
유명 프로듀서 김아무개 씨가 A 씨(여)를 만난 건 2011년경. 당시 A 씨는 출판사 창간을 위해 김 씨와 같은 건물에 사무실을 냈다. 유머감각과 붙임성이 좋은 김 씨는 A 씨에게 유난히 친절했다고 한다. 연예계 쪽으로 인맥이 넓은 김 씨가 A 씨의 연예인 섭외를 도와줬다는 것. 김 씨의 도움으로 한 유명 걸 그룹의 멤버가 A 씨의 잡지를 홍보하는 영상을 찍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김 씨는 A 씨에게 “잡지 창간 준비로 힘들고 밤도 깊었으니 직원들을 집에 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집으로 돌아가자 김 씨는 “기사 교열을 봐주겠다”며 A 씨의 집으로 함께 가길 요구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잡지 창간 문제로 정신이 없고 김 씨의 역할이 큰 상황이라 김 씨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달 정도를 집에 오고 가더니 잡지가 나올 시점에 결국 관계를 요구했다. 강압적인 관계였다”고 밝혔다.
김 씨는 A 씨에게 하루 종일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만약 A 씨가 답을 안 할 경우 9시간 동안 집 앞에서 기다리는 등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A 씨는 김 씨의 행동이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유부남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고. 그때마다 김 씨는 “이혼을 했고 아이는 내가 키운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김 씨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김 씨는 종종 A 씨와 성관계를 맺을 때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미친 거 아니냐”며 촬영을 거부하는 A 씨에게 김 씨는 “오늘 데이트 좋게 해놓고 기분을 망치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이후 김 씨는 관계가 끝날 때마다 동영상을 삭제하는 것을 보여주며 A 씨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김 씨의 행동은 ‘시늉’에 불과했다. 김 씨가 성관계 동영상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던 것.
김 씨의 행동에서 여러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 A 씨는 김 씨의 행적을 알아보기 위해 그의 포털 사이트 메일 주소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을 했다. 그런데 A 씨는 그 자리에서 성관계 동영상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야 말았다. 김 씨가 동영상을 삭제하기 전 휴대폰과 메일 계정을 연동시켜 동영상을 은밀하게 빼돌린 것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동영상에 출연하는 여성이 한두 명이 아니었던 것. A 씨가 이를 김 씨에게 따져 묻자 김 씨는 “네가 성관계를 잘못해 욕정에 못 이겨 업소여성을 만나서 찍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A 씨의 사정을 들은 한 지인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A 씨의 사연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또 다른 피해 여성 B 씨(43)가 나타난 것도 이 시점이다. 글을 본 B 씨의 지인이 “네가 당했던 경우와 비슷하다”며 B 씨에게 이 사실을 알린 것.
실제로 김 씨가 빼돌린 동영상에는 B 씨가 출연한 영상도 있었다. 김 씨와 B 씨는 2011년 9월경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났다고 한다. B 씨는 “김 씨가 자신을 ‘돌싱남’이라고 소개하고 만남을 이어갔다. 성관계를 맺을 때 김 씨가 요구해 동영상 촬영을 했지만 헤어지기 전 모두 삭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동영상이 버젓이 있는 사실을 알게 돼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씨가 B 씨를 만난 기간은 김 씨가 A 씨를 만난 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A 씨와 B 씨가 갖는 공통점은 또 있다. 두 여성 모두 김 씨와의 관계 후 ‘성병’에 걸린 것이다. A 씨는 “첫 관계를 맺을 때부터 따끔 거리는 게 있었다. 후에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김 씨와 함께 산부인과를 다니며 8주가량을 치료했다”고 전했다.
김 씨와 함께 일했던 업계 관계자는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한때 김 씨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돌았었다”라고 귀띔했다. A 씨는 “김 씨가 건드린 여자 가수지망생이 한둘이 아니라는 소문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재 김 씨에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은 2명뿐이지만 주변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특히 방송가 주변을 떠돌며 연예계 입성을 꿈꾸는 여성들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경찰 수사가 주목된다.
한편 김 씨의 행방은 현재 오리무중인 상태다. 기자가 김 씨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김 씨의 지인 또한 “행방을 알 수가 없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기자가 직접 찾아간 김 씨의 집 앞에는 자전거와 유모차 등이 놓여 있었지만 집 안에 사람은 없었다. 김 씨의 아파트 경비원은 “김 씨의 얼굴을 알지만 김 씨가 집에 안 들어온 지 꽤 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어렵사리 김 씨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아들 내외와 연락도 안 되고 찾을 수도 없다”는 것. 연락이 안 되는 이유를 묻자 “모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 씨의 어머니는 집으로 들어간 후 창문을 통해 기자가 돌아갔는지 확인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A 씨는 “김 씨를 찾지 못해 부모님을 찾아갔을 때도 ‘연락이 안 된다’는 답을 되풀이 했다. 김 씨가 수사와 관련해 경찰 연락만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경찰 수사 지연 이유 “국정원 사건으로 바쁘다” 김 씨의 수사를 맡은 경찰은 공교롭게도 국정원 여직원 수사를 함께 맡았다. A 씨는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사건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수사를 미루기 일쑤였다.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담당 형사는 피해자를 두고 국정원 여직원 사건 브리핑으로 왔다 갔다 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김 씨 관련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어서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