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4시 45분(한국시각) 잉글랜드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2012-2013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홈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2대 1 역전승을 거줬다.
이미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1차전에서 1대 1 무승부를 거둔 레알 마드리드는 원정경기에서 2대 1 승리를 거두면 1, 2차전 합계 3대 2로 8강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의 중심에는 맨유의 미드필더 나니의 퇴장이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세리히오 라모스의 자책골이 나오며 경기 분위기는 급격히 맨유 측으로 기울었다. 그렇지만 후반 11분 나니가 퇴장당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10명의 선수로 레알 마드리드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은 맨유 입장에서도 힘겨운 일이었고 결국 나니의 퇴장 이후 연이어 두 골을 내주면서 맨유는 무너지고 말았다.
올 시즌 거듭해서 이적설이 나도는 중요한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의 부름을 받았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한 채 레드카드라는 최악의 결과를 선보였다. 올 시즌 내내 영국 언론들은 나니의 이적설을 거듭 보도하고 있지만 맨유 구단 측과 퍼거슨 감독은 이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그렇지만 이번 나니의 레드카드로 인해 그의 이적설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계화면 캡쳐
레알 마드리드에도 올 시즌 내내 이적설이 나돌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가 옮길 것으로 보이는 새 팀으로 맨유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 호날두는 맨유와의 16강전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선 맨유를 벼랑 끝으로 내몬 역전골까지 성공시켰다. 호날두의 골로 인해 맨유는 두 골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렸고 결국 맨유는 무너지고 말았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호날두는 득점을 성공한 뒤 굳은 표정으로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두 손을 들었다. 친정팀 맨유 팬들에 대한 예의를 지킨 행동이다. 비록 맨유를 16강에서 탈락시킨 호날두에게 맨유 팬들의 원성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그의 귀환을 바라는 팬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명의 이적설이 나도는 스타인 맨유의 루니는 선발출장하지 않았다. 비밀 무기로 후반에 등장했지만 이미 나니가 퇴장당한 상황에선 루니 역시 경기 분위기를 뒤집지 못했다. 올 시즌 아스널에서 로빈 판 페르시를 영입하면서 맨유의 공격이 판 페르시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있지만 여전히 맨유의 중심은 루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레알 마드리드와의 격전에서 루니가 벤치 멤버가 됐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심지어 그의 부인 콜린 루니가 트위터에 “남편이 선발 출전이 아니라니 믿을 수 없다”는 글을 남겼을 정도다. 이번 루니의 선발 출전명단 제외 역시 여름 이적 시장 내내 루니의 이적설을 부축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서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가 영입한 선수들의 활약상도 엇갈렸다. 우선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 영입한 루카 모드리치가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나니의 퇴장으로 경기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무리뇨 감독은 교체 멤버로 모드리치를 투입했다. 그리고 결국 후반 21분 모드리치가 동점 골을 집어넣었다. 후반 11분 나니가 퇴장 당했음에도 좀처럼 득점을 올리지 못하던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선 모드리치의 한 방이 엄청난 힘이 됐다. 만약 레알 마드리드가 10명인 맨유를 상대로 후반 25분 내지는 30분까지 득점을 올리지 못했을 경우 오히려 몰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따라서 모드리치의 한 방은 반드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절실한 순간에 터진 천금 같은 골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맨유가 지난 시즌 영입한 최고의 수확인 판 페르시는 이날 경기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유난히 몸이 무거워 보인 판 페르시는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공격진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한 명의 이적생 가가와 신지는 아예 출전하지도 못했다. 올 시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가가와는 바로 전 경기인 지난 2일 열린 노리치 시티와의 2012-201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선보이며 드디어 이름값을 했다. 그렇지만 퍼거슨 감독은 가가와의 이름을 선발 명단이 아닌 교체 명단에 올려놓았다. 노리치 시티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가가와와 두 개의 도움을 기록한 루니가 모두 벤치 멤버도 출전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