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 롯데역사. 사진제공= 코레일 | ||
코레일이 롯데역사에 민자역사를 허가해주고 받을 수 있는 있는 돈은 철도부지 사용요금과 최대주주로서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이 전부다. 하지만 그동안 코레일은 최대주주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배당금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롯데역사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당기순이익은 약 5600억 원. 2005년에도 이와 비슷한 금액이었다. 대부분의 민자역사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눈부신 실적이었다.
롯데역사는 이처럼 많은 순이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인 코레일에는 당기순이익 1% 내외의 배당금만 지급했다. 코레일 민자역사 담당자에 따르면 코레일은 매년 주주총회나 회의에서 배당금을 올려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이 담당자는 “코레일이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전체로 놓고 보면 롯데계열사가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리 뜻을 관철시키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배당은 주주총회에서 결정되는 사항인데 지분구조로 보면 코레일이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물론 롯데역사 측도 할 말은 있다. “당기순이익을 꼭 주주에게 배당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 돈으로 역세권을 개발하고 시설을 보완하는 등 간접적으로 코레일을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롯데역사 관계자는 “어차피 경영권을 우리에게 일임한 이상 당기순이익의 용도를 코레일에서 관여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코레일 노조에서 배당금 지급 요구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노조는 롯데그룹이 지난 1월 대한화재를 인수할 때 롯데역사가 1472억 원을 지원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롯데역사가 코레일에 주지 않고 모아놨던 배당금으로 모그룹 배만 불렸다는 것. 노조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롯데그룹 들러리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롯데역사 측은 “사업을 확장하면 코레일에게도 이익이 가지 않겠느냐”라고 반박했다. 대한화재 인수지원에 대해 코레일은 한마디로 “섭섭하다”는 입장. 롯데역사가 현금을 투자할 능력은 있으면서 배당금은 충분히 지급해주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대한화재 인수 지원을) 꼭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롯데역사의 회사가치가 올라가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 코레일이 롯데역사 지분을 팔 경우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코레일이 매년 수천억 원대 적자를 내는 등 한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배당금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한편 롯데역사의 배당금에서 시작된 이 논란이 엉뚱한 곳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유탄’을 우려하는 곳은 한화역사. 1987년에 설립된 한화역사는 2003년부터 서울통합 민자역사를 운영하고 있고 현재 청량리 민자역사를 개발 중이다. 한화리조트(41.07%) 등 한화계열사가 67.96%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코레일은 30%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코레일은 한화리조트에 이어 2대주주인 것이다.
한화역사에서의 사정은 롯데역사보다 더욱 안 좋아 보인다. 아예 배당금을 받을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것. 이것은 한화역사의 수익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2006년 한화역사의 당기순이익은 29억 원에 불과했다. 2005년에 비해 9억 원 증가한 수준. 전국 17개 민자역사 중 가장 알짜배기인 것으로 평가받는 서울통합 민자역사에서 나오는 수익치고는 보잘것없다.
코레일 측에선 한화역사가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청량리 민자역사도 개발 중이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한화역사 측에서도 “청량리 민자역사가 완공되면 재도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코레일 일각에서는 롯데역사가 좋은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 지급엔 인색한 것을 예로 들며 “한화와는 미리 배당금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들린다.
최근 코레일에는 배당금과 부지사용료를 받는 것 말고도 “민자역사에 대한 경영 감시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코레일은 민자역사에 이사와 감사를 파견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자칫하면 민자역사가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 자본에 의해 설립된 역이긴 하지만 공공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양대 민자역사 측에서는 코레일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내심 불쾌해 하는 듯하다. “모든 경영에 대한 권한은 우리에게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 특히 그룹 총수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어이없다”고까지 말한다. 롯데역사와 한화역사는 신동빈 부회장과 김승연 회장이 각각 8.73%, 0.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개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주주명단에 올라 있기 때문에 코레일 일부 인사들은 신 부회장과 김 회장을 비난하고 있다. “총수들의 욕심에 코레일이 덤터기를 쓰게 됐다”는 것.
배당금 문제는 올해 1월 사퇴한 이철 전 사장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이 전 사장은 재임기간 동안 민자역사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당시에도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민자역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한다며 내부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었다고 한다. 코레일 노조에서는 “우리는 오래전부터 대기업에 의해 설립된 민자역사가 코레일의 이익을 도외시하려는 행태를 지적해왔다”며 “최대주주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코레일 경영진들도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