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과 3월 연이어 6개월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분당저축은행(위)과 전북 현대저축은행. 연합뉴스 | ||
올해 분당저축은행과 전북 현대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전 이미 지난해에도 대운(목포), 홍익(광양), 경북(포항), 좋은(분당) 저축은행 등이 잇따라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중소형 저축은행을 둘러싼 위기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도 지방 저축은행 가운데 서너 곳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실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연쇄부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일이다. 은행이 얼마나 튼실한지를 나타내주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열악한 곳이 많다는 것은 이미 금융권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0개 저축은행 가운데 BIS 비율이 5%가 안 되는 저축은행이 여섯 곳이었는데, 올해 영업정지를 당한 두 저축은행은 이 여섯 곳에 포함된 곳이었다. 나머지 네 곳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이 BIS 비율 역시 전적으로 믿을 것은 못 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한 현대저축은행의 경우는 2006년 말 BIS 비율이 6.16%였지만 1년여 만에 -40.41%로 급격히 나빠졌고 분당저축은행도 2006년 말 6.58%에서 지난해 말 -16.96%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업계는 ‘전체의 위기’는 아니라고 반박한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3월 26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는 일부 지방 소형 저축은행에 국한된 것으로 전체 저축은행의 위기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현대저축은행 영업정지는 상당수 언론들이 제기하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의 경제성을 담보로 한 대출)과 무관한 기업대출 채권의 부실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칫 시장에 불안감만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민간경제연구소에서 “저축은행발 한국판 서브프라임사태가 터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은 최근 발표한 ‘한국판 서브프라임 부실 가능성 없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80%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대출로 인해 ‘저축은행의 PF 부실화→신용경색→일본식 거품붕괴 혹은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발발’ 이라는 시나리오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경연 측은 “최근 수년간 주택담보대출, 중소기업 부동산대출, 부동산 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칫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해 담보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연체율이 급증하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경연이 위기의 뇌관으로 저축은행을 지목한 이유는 이렇다. 저축은행 담보대출규모는 지난 2001년 9조 원에서 지난해 말 37조 원을 넘어섰고 대부분 부동산 관련 대출로 추정된다. 이중 PF 대출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조 5000억 원으로 전체의 18%를 차지했다.
문제는 무려 전체 여신의 79%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대출. 시중은행의 경우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47%선이며, 1990년대 초 부동산거품 붕괴 직전이던 일본 은행권의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25%, 비은행권은 40%였던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국내 은행권들 역시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담보인정비율(LTV·담보가치 대비 대출이 가능한 최대 비율)이 40~60%로 과거 100%까지 대출해주던 일본 은행권과 달라 불안감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가계대출 외에도 사업자에 대한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높고 부동산 PF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자산담보부채권(ABS) 등 단기 유동화 상품이 대량 유통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쉽게 말해 미분양 아파트 급증으로 저축은행 PF 부실이 터질 경우 전반적인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상호저축은행중앙회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지방중심의 미분양 아파트 증가와 최근 건설사 부도 여파로 연체율이 지난해 6월 말(11.4%)보다 약간 높은 11.6%로 늘었지만 총 대출 연체율(14.7%)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감독기관이 특정분야 대출이 전체 대출총액의 3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30%룰’ 등 리스크관리 강화 조치와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조치 등으로 PF가 하락세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상호저축업계에서는 “결국 경기회복 시간이 관건”이라는 시각이다. 당장 업계 전체로 위기가 확대되지는 않겠지만 경기회복까지 시간이 걸리면 부동산 부실이 해소되지 못하고 쌓여 결국엔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저축은행 PF 충당금 감독규정’ 개정안 시행시기를 올 6월 말에서 내년 12월 말로 연기한 것도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는 그들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는 분명한 만큼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한 방지대책은 시급해 보인다. 만에 하나 대형 저축은행의 부실사태라도 발생할 경우에는 그 파장이 중소형 저축은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