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지난해 내수 62만 4000대, 수출 107만 6000대로 국내생산 총판매 170만 대다. 여기에 해외 현지생산 판매 91만 7000대를 합치면 모두 261만 7000대의 완성차를 판매, 전년대비 4%의 성장을 이루었다. 이 중 해외시장 판매가 199만 3000대로 해외 판매비중이 76%에 달했다.
현재 현대차는 전 세계적으로 12개국 해외생산·판매법인과 5개 해외지역본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178개 국가에 5200여 개의 판매 및 정비 네트워크를 가동 중이다. 또한 심화되고 있는 경제 블록화 및 보호무역정책의 벽을 넘기 위해 해외 현지생산체제 구축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130만 대의 국내생산시설을 기반으로 터키 인도 미국 중국 공장에서 현지 고객의 요구에 맞는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올 2월, 인도에 제2공장을 완공해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인 연간 60만 대로 확대하여 인도시장의 선도메이커로 자리매김 하는 동시에 전 세계 소형차 생산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최근에는 연산 30만 대 규모의 북경현대 제2공장을 완공하여 중국인 취향에 맞는 현지전략차종인 ‘엘란트라 위에동’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초 착공한 유럽 체코공장은 연산 30만 대 규모의 유럽 전용 자동차 생산공장으로 만들어져 2009년 3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러시아에는 연산 10만 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계약서를 체결하여 러시아 최고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추진 중인 연산 30만 대 규모의 체코공장과 10만 대 규모의 러시아공장이 완공되고 나면 2011년 현대자동차의 해외생산능력은 200만 대로 늘어나게 돼 국내의 남양과 미국, 유럽의 R&D센터와 함께 개발에서부터 생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각 권역별로 현지고객의 특성에 맞는 차량을 판매하는 글로벌 현지밀착 경영의 체제를 완성하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8년은 중국과 인도2공장의 본격적인 가동, 체코공장 건설의 마무리 단계 돌입, 러시아 공장 착공 등 그동안 진행됐던 대규모 투자들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중요한 시기”라며 “이렇게 글로벌 생산·판매 체제가 본격 가동되는 만큼 권역별 생산기지의 효율적 운영과 안정적 가동, 수익 창출을 위한 판매 및 마케팅 역량의 극대화에 경영전반의 초점이 맞출 계획”이라고 올해의 청사진을 밝혔다. 이제 각 해외 권역별 상황이 궁금해진다.
먼저 ‘자동차 왕국’ 미국시장. 현대차가 최근 미국에서 펼치고 있는 광고 캠페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현대차는 ‘Think about it(생각해보세요)’라는 슬로건으로 미국 전역에 광고를 하고 있다. 제품 하나하나를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질문을 고객들에게 던지는 것. 이를 통해 자동차의 진정한 가치와 품질을 제공하는 차가 현대차라는 점을 강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이제 더 이상 미국시장에서 ‘저렴한’ 차가 아니다. 세계적인 자동차조사기관인 ‘제이디 파워’, 소비자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를 비롯해 각종 유력지들에서 품질에 대한 호평을 받으며 높아진 브랜드 가치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시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야기된 경기침체로 자동차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46만 7000여 대를 판매하여 신장세를 이어갔다. 판매를 견인한 것은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쏘나타와 싼타페였다.
쏘나타는 지난해 14만 5568대가 판매됐으며 싼타페도 9만 2421대를 팔아 2006년 대비 44.5% 증가했다. 특히 현지생산을 하기 전인 지난해 초에는 월평균 3000~4000대가 판매됐으나 앨라배마공장 생산 이후로는 월평균 6000~7000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싼타페의 선전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차라는 이미지 이외에도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로부터 올해의 최고 안전한 모델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안전성과 품질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베라크루즈도 선전하고 있다. 출시 초부터 렉서스와의 비교시승을 통해 유력매체로부터 호평을 받은 베라크루즈는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5월부터 월평균 1500대 이상씩 판매되며 아제라(국내명 그랜저)와 함께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베라크루즈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언론과 평가기관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 현대차는 ‘글로벌 현지 밀착 전략’으로 미국 중국 인도 등에 공장을 세워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북경 공장(위)과 미국 도로주행시험장 오픈식의 모습(맨 아래). | ||
올 하반기 출시할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브랜드가치를 한 단계 도약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네시스는 후륜구동으로 안락한 승차감을 자랑하며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고 미국시장의 경우 3.3ℓ, 3.8ℓ 람다엔진과 함께 현대차가 새롭게 개발한 V8 4.6ℓ 타우(τ)엔진 탑재 모델이 추가되어 세계 최고의 럭셔리 모델들과 경쟁하게 된다.
준중형 차급에 해당하는 유럽 ‘C-세그먼트’는 연간 1500만 대 규모의 유럽 승용차 시장 중 30%가 넘는 500만 대 이상의 수요를 차지하는 등 유럽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차급이다. 이 세그먼트를 장악해야만 유럽시장에서 판매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아이써티(i30)를 투입, C세그먼트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출시한 현대차 유럽전략 모델인 i30는 국내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해치백 돌풍을 일으키며 매월 2000대 이상 판매되며 준중형차급에서 아반떼에 이어 판매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지난해 9월부터 전역에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가 매월 7300대 이상씩, 지난해 2만 4727대를 판매했다(일부국가 6월, 전역판매 9월).
판매호조뿐만 아니라 유럽현지 언론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i30는 스페인 유력 자동차 전문가들이 선정한 ‘올해의 차(2008 Car of the Year·COTY)’에서 1위를 차지했다. 피아트 500, 포드 몬데오, 푸조 308, 도요타 아우리스를 제친 쾌거였다. 스페인 ‘올해의 차’는 매년 스페인 내 52명의 유력 자동차 전문가들이 평가단을 구성해 전년 출시된 모델들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자동차 부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또한 지난해 10월 출시된 호주에서도 주요 일간지들이 선정하는 최고권위의 상인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i30에 이어 2008년 1월부터는 인도공장에서 생산하는 아이텐(i10)이 유럽판매를 개시했다. i10은 i30와 더불어 유럽판매를 이끌어갈 대표차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향후 유럽시장에서 런칭될 모든 차종의 이름 처음에 영문 ‘i’를 붙인 i시리즈를 순차적으로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즉 i10(경차급), i20(소형), i30(준중형), i40(중형) 등과 같이‘i’를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유럽소비자들에게‘i=Hyundai’라는 인식을 형성시켜 기업 브랜드인 ‘Hyundai’의 인지도를 보다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는 information(정보), innovation(혁신) 등 앞서가는 첨단제품의 이미지와 더불어 나(I, myself)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젊은 세대를 상징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는 연구개발-생산-마케팅-판매-애프터서비스의 자동차 관련 전 부문의 철저한 현지화 및 일관 시스템 구축을 통해 중국 현지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시장 경쟁력을 높여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최근 아반떼의 중국형 신모델인 ‘엘란트라 위에동’ 출시를 통해 현재 정체된 중국판매에 힘을 불어 넣을 계획이다. 최근 2공장 준공과 함께 출시된 ‘위에동’은 현지 시장조사를 통해 점차 고급화 되는 중국 현지인의 기호와 크고 화려한 것을 선호하는 중국시장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모델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11월 광저우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위에동’은 후드와 차체 높이(전고)를 높이고 대형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 디자인을 보다 역동적으로 변경해 아반떼를 준중형을 넘어서 중대형 차급으로 보이게 하는 시각적 효과를 구현했다. 또한 고급감을 증대시키기 위해 반짝이는 크롬 내장형 리어가니시와 보석 같은 이미지의 우아한 리어콤비램프를 적용했으며 계기판에 블루 조명 등을 사용해 세련됨을 더했다. 더불어 젊은층의 기호를 고려해 외·내관 스타일을 다이내믹하게 변경하는 것은 물론, 상향된 범퍼라인과 강인해진 후드 캐릭터라인으로 신세대들의 개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인도에서 대표적인 현지화 성공모델의 하나인 쌍트로에 이어 또 다른 전략모델 i10을 출시한 것은 지난해 11월 1일. i10은 현대차 최초 해외공장 전용모델로 인도공장에서 생산돼 인도전역 및 유럽 아중동 중남미 등 100개국에 수출될 예정이다. 인도공장은 쌍트로의 인기와 i10의 출시에 힘입어 올해 인도 내에서 18만 7334대를 판매, 인도 2위 메이커로서 확실하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현대차는 i10에 인도시장 소형차 최초로 조수석 에어백을 적용, 안전성을 강화하였으며 현재의 쌍트로에 비해 전고를 40㎜ 낮추고 전폭을 70㎜ 증대하여 날렵한 외관 및 넓은 실내공간을 구현하였다. 현대차 인도법인장인 임흥수 부사장은 “i10은 날로 경쟁이 심화되는 인도 소형차 시장에서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23개월간 총 1796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인도 유럽 전략형 모델”이라고 밝혔다.
쌍트로 i10 겟츠 등 주력 모델을 중심으로 한 내수시장 공략과 2공장 확충에 따른 수출 물량 증대 및 수출 국가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소형차가 전체 승용차 수요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 특성에 맞게 신모델 i10의 집중적 마케팅을 통한 신차효과 극대화에 나서 올해 인도에서 i10을 12만 대 이상 판매해 쌍트로에 버금가는 전략차종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