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한 번쯤 떠올릴 만한 것이 바로 자외선 차단제다. 특히 여름을 앞둔 4월부터 판매량이 급증한다고 한다. 화장품 업체들이 이 기간 신제품을 출시하고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장품 업체 간에 벌어지는 자외선보다 더 따가운 ‘마켓대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지난해 자외선 차단제 시장규모는 3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됐다. 지난 2002년 1500억 원가량이었던 것에 비해 5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이처럼 자외선 차단제 시장이 커지게 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주5일제가 실시됨에 따라 여가생활을 즐기는 인구가 많아진 것, 오존층 파괴로 자외선 양이 늘어난 것, 여성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 사용한다는 것 등을 이유로 꼽았다.
현재 국내에는 수백 종의 자외선 차단제가 나오고 있어서 정확한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또한 일반 화장품에 비해 규모가 아직 작기 때문에 구별해서 매출을 기록하지 않는 것도 각 업체들 간 비교를 어렵게 하는 이유다. 하지만 화장품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이 “시장점유율에서 비교적 앞서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1947년 설립된 LG생활건강은 자외선 차단제 시장에서 단연 1위다. 지난해 점유율에서도 30%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LG’라는 브랜드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회사 측에서도 “대기업에서 만들었다는 인식 때문인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두텁다”며 이를 인정했다.
이것은 반대로 경쟁업체들의 ‘공격거리’이기도 하다. 일각에서 “품질은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데 인지도 덕분에 잘 팔린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하지만 LG생활건강 측은 “비교적 고가인 자외선 차단제를 소비자들이 대충 사겠느냐”며 반박했다.
LG생활건강의 마케팅은 광고를 빼놓고서 얘기하기 어렵다. 그동안 김남주 이영애 김희선 등 톱스타들을 모델로 썼던 것. 올해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자외선 차단제 모델로 이효리와 <태왕사신기>의 헤로인 이지아를 ‘더블 모델’로 내세운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자외선 차단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올해 새롭게 출시한 제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휘 파우더 선블록’(SPF50+/PA+++)이다. 이 제품은 자외선 차단제로는 최초로 파우더 형으로 제작돼 간편하게 덧바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 남성 전용 제품인 ‘보닌 선스틱내추럴’(SPF50+/PA+++)도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남성들이 제품을 휴대하기 쉽도록 스틱 형태로 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는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답게 신기술로 무장한 제품을 내놨다”고 자랑했다.
1932년 설립된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업계에서 부동의 1위다. 비록 자외선 차단제에서는 LG생활건강에 1위 자리를 빼앗긴 상태지만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는 여전히 절대강자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자외선 차단제는 큰 시장이 아니었다”며 “앞으로 본격적으로 자외선 차단제 시장에 진출해 저력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에는 그야말로 ‘스타 브랜드’가 즐비하다. 에뛰드 마몽드 아이오페 헤라 등 화장품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아모레퍼시픽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반해 자외선 차단제는 딱히 내놓을 제품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화장품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고 있는 한방화장품 한율에서는 ‘빛단 선블록’(SPF43/PA+++)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한방 농축액이 첨가돼 있어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밖에 ‘아이오페 에어쿠션 선블록’(SPF40/PA++)도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엔 미백기능 메이크업 효과 등 다양한 기능이 있어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자외선 차단제는 경쟁사의 제품에 비해 “지속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앞으로 개선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애경은 1980년대 중반부터 자외선 차단제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자외선 차단제가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했다. 하지만 자외선 차단제 시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자 회사에서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애경의 한 관계자는 “여름뿐 아니라 가을이나 겨울에도 사용하는 피부보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밝혔다. 애경의 이러한 예상은 적중한 것 같다. 현재 자외선 차단제는 화장품업계에서 ‘블루칩’으로 불리며 가장 유망한 화장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기 때문. 현재 애경에서 선보이고 있는 자외선 차단제는 총 3종. 업계 선두권에 위치한 회사치고는 적다. 그래서 경쟁업체들에서는 애경을 한 수 아래로 접어두기도 한다.
시장이 커질수록 소비자들의 기호는 다양화될 것인데 단 3종만으로는 그러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애경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전체 매출액은 좋지 않느냐”라고 맞받아쳤다. 애경의 대표적인 자외선 차단제는 ‘포인트 선 파이트 롱래스팅 선크림’(SPF50+/PA++)이다. 이 제품은 사용 후에 끈적임과 번들거림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특히 땀이나 물에 쉽게 지워지지 않아 장시간 야외활동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