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순방 전세기 선정에서 탈락했다. 대한항공이 독점하던 대통령 전세기는 1998년에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번갈아 띄웠다. 지난 11월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항공을 이용해 아시아지역을 다녀온 바 있어 그동안의 관례대로라면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차례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한항공의 승리였다.
이번 순방에 동행하는 박삼구 회장은 경쟁사 항공기를 타기가 껄끄러웠던지 일정을 따로 잡아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고 출국했다. 박 회장은 전세기 입찰에서 탈락한 것에 대해 “대한항공이 더 싼 가격을 써내서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입찰가 차이는 불과 100만 원 내외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것만 보면 박 회장이 말한 것처럼 단지 가격 때문에 대한항공이 선택됐다고는 보기 힘들 것 같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전세기 선정과 관련해 아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 전세기 선정에 대해 “안전에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것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한 내부인사는 “이번 결정이 정말 안전 때문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라며 “만약 정치적인 입김이 있었다면 앞으로 전세기 선정은 힘들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치적인 해석과는 별도로 항공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큰일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잇단 사고로 물의를 일으켰다. 올해 1월 항공기 연료공급 장치에 이상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비행을 강행했을 뿐 아니라 2월엔 항공기와 관제탑과의 교신이 두절되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고였다”며 “노선을 확장하는 등 규모를 키우는 것도 좋지만 안전부터 다시 챙겨야 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아시아나항공의 ‘대한항공 베끼기’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비행운영규정(FOM)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5000만 원을 대한항공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06년 9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자사의 FOM을 표절했다’며 소를 제기했었다. 그후 1년 7개월간 양사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결국 법원은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을 하는 동안 아시아나항공은 일관되게 표절을 부인해왔다. 오히려 “대한항공도 외국 것을 베껴서 만든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도덕성에 흠집을 입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판결문을 읽어본 후에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이 계속된 불운에 시달리자 회사 안팎에서 박삼구 회장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무리하게 회사의 규모를 키우다가 결국 부작용이 생기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런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을 더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그룹의 창립 62주년 행사에서 “해운업체 인수와 자산운용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 이 소식에 그룹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4만 6300원(4월 7일 종가)에서 4만 1850원(4월 16일 종가)으로 떨어졌다.
이것은 금호아시아나의 신규사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만 해도 상당한 자금압박이 예상된다”면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보다는 재무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호아시아나 내부에서도 “우리가 진정한 대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실을 다지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편 검찰청이 위치한 서울 서초동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기업 수사’ 소식도 금호아시아나 측의 심기를 편치 않게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이번 총선이 끝난 후 기업들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성사된 M&A 과정에서의 비리와 일부 급성장한 기업들의 특혜의혹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국세청과 감사원의 협력을 받아 전 방위적으로 정보를 수집 중이라고 전해진다.
공교롭게도 금호아시아나는 이 두 가지에 모두 해당된다. 그동안 금호아시아나가 사업을 확장하거나 M&A에 성공했을 때 “뒤에 든든한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것. 검찰 관계자는 “꼭 어느 기업을 집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금호아시아나 입장에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금호아시아나는 이에 대해 “아직 (수사에 관한) 어떤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