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브릿지 인근 부동산 업자들은 “타임브릿지에 사람들이 입주한 것이 지난 2006년의 일인데 오피스텔의 경우 보유 2년 이내에 팔면 높은 양도세를 물게 된다”며 매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업자들은 “계속해서 가치가 오르고 있는데 삼성 고위 인사들이 당장 뭐가 아쉬워 팔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타임브릿지 등기부를 훑어보다 보면 근저당권 설정이 돼 있는 곳을 제법 볼 수 있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채무를 위해 담보로 제공된 곳만 30여 곳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일부 업자들 사이에선 “주인이 (다른 사람 허락 없인) 자기 마음대로 팔지 못하는 공간 같다”고 얘기되기도 한다.
타임브릿지가 지닌 폐쇄성이 결과적으로 타임브릿지 가치를 올려주고 있다고 인근 부동산업자들은 전한다. 매물이 나돌지 않는 상황에서 삼성의 고위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타임브릿지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 부동산업자들은 “삼성에서 임원들에게 헐값에 나눠주다시피 해서 그동안의 차익을 고려하면 소유주들 모두 큰 이익 봤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시각 때문인지 일부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선 ‘세무당국이 타임브릿지 소유주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흘러 다니고 있다.
그렇다면 타임브릿지 오피스텔 분양을 통해 얼마나 큰 이익을 얻었을까. 등기부에 표기된 실거래가를 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2006년 1월 1일 이전까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시점 이후에 거래된 오피스텔 등기부에 한해서만 거래가액이 표기돼 있다).
사장급 ㅎ 씨는 2006년 7월 타임브릿지 20층의 195㎡(60평)형 한 채를 매입했다. 등기부상 실거래가는 6억 2580만 원이다. ㎡당 320만 원 정도(평당 약 1060만 원)에 매입한 셈이다. 그런데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타임브릿지가 지닌 상품성상 최근 시세는 ㎡당 900만 원(평당 약 3000만 원)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ㅎ 씨가 6억 원가량에 구입한 오피스텔의 현재 가치를 17억 5500만 원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불과 1년 9개월 만에 11억 원 이상, 즉 투자금액의 두 배에 가까운 평가차익을 본 셈이다.
2004년 11월 타임브릿지 분양 이후로 매매 거래가 이뤄진 것은 등기부상 단 세 차례뿐이다. ㄱ 전무가 30㎡(약 9평)형과 264㎡(약 80평)형을 각각 1억 5000만 원과 20억 원에 매각했으며 ㄴ 전무가 264㎡형을 19억 원에 판 것으로 등기부상 기재돼 있다. 부동산 업자들의 평가와 거의 일치하는 가격인 셈이다.
타임브릿지를 소유한 삼성 임원들은 전세를 주기도 했다. ㅂ전무는 195㎡(약 60평)형 오피스텔을 3억 5000만 원에 전세를 놓았는데 전세권자가 삼성전기다. ㅈ 상무는 195㎡형을 삼성전자에 4억 5000만 원에, ㅇ 전무 역시 같은 195㎡형의 오피스텔을 삼성전자에 4억 4000만 원에 전세를 놓았다. 224㎡(68평)형 오피스텔을 갖고 있는 ㄱ 전무는 삼성SDS와 5억 8000만 원짜리 전세 계약을 맺었다. 그밖에 10명이 자신이 보유한 타임브릿지 오피스텔을 삼성그룹 계열사들이나 다른 법인 혹은 개인과 전세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전세가가 이들이 지불했던 분양가에 거의 육박하는 셈이다.
타임브릿지 오피스텔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자녀 명의로 해놓은 경우도 있다. 핵심 임원 ㅊ 씨의 경우 그의 1982년생 아들 명의로 30㎡(9평)형과 267㎡(81평)형을 각각 한 채씩 2005년 4월 매입했다. 이 오피스텔을 두 채 보유하고 있는 삼성 임원들의 수가 손에 꼽힐 정도여서 ㅊ 씨 아들의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천우진 기자 wjc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