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면서 소비자들을 시원하게 해 줄 아이스크림 업체들의 경쟁도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 ||
롯데제과는 1980년대부터 빙과시장에 뛰어들었다. 최초의 빙과제품이 1963년에 생산된 것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출발. 하지만 껌·제과시장에서 쌓은 탄탄한 유통망을 무기로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롯데제과는 1983년 죠스바, 1985년 스크류바 등 연이은 히트작을 내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고 1986년에 선보인 월드콘으로 빙과시장 1위에 등극했다. 월드콘은 출시 2년 만에 빙과시장의 지존이었던 해태제과 부라보콘을 눌렀다. 지난해 롯데제과는 35%가량의 점유율로 빙과시장 1위를 지켰다. 매출액은 4300억 원가량.
경쟁업체에서는 롯데제과의 성공 요인을 ‘톡톡 튀는 CF와 CM송’이라고 분석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제품만 놓고 보면 그리 우수한 편은 아니다”라고 꼬집는다. 이에 대해 롯데제과는 “아이스크림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산 제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며 “1998년부터 생산한 나뚜르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성공한 것도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롯데제과 빙과류 중 가장 잘 팔린 상품은 설레임이다. 2003년에 출시된 설레임은 매년 300억 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효자상품. 전체 빙과시장 단일제품 판매 순위에서도 5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롯데제과는 설레임의 인기 요인을 “맛도 맛이지만 빙과제품 중 처음으로 치어팩(비닐 주머니에 돌림 마개 부착 포장)에 아이스 슬러시를 넣어 짜먹는 재미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뒤를 월드콘 스크류바 등이 이었다.
롯데제과는 여름 성수기를 앞둔 지난 4월 17일 소유즈콘과 소유즈바를 출시했다. 최초의 한국인 우주인이 탑승한 우주선에서 본 딴 이름이다. 또한 5월 중엔 해양 심층수로 만든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점유율 40%를 넘기며 1위를 굳힐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빙그레는 지난 1974년 투게더를 선보이며 빙과시장에 뛰어들었다. 빙그레는 투게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덕분에 당시 해태제과와 삼강산업이 장악하고 있던 빙과업계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3년 대전엑스포에서 공식 빙과 공급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2400억 원가량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롯데제과의 뒤를 이었다. 점유율은 20%대 후반.
빙그레는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롯데제과가 새롭게 빙과시장에 진입한 이후 매출액이 급감했던 것. 또한 투게더를 제외하고는 딱히 내놓을 대표상품이 없었던 것도 부진의 이유였다. 하지만 빙그레는 1989년에 더위사냥을, 1992년에 메로나를 출시하면서 부활했다. 특히 메로나는 1990년대 전체 빙과 판매순위에서 줄곧 선두를 다퉜던 제품이다. 비록 지금은 10위권을 맴돌고 있지만. 빙그레는 “1980년대 어두운 터널을 지나 1990년대에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메로나 덕분이다”라고 했다.
빙그레는 빙과업체 ‘빅4’ 중 유일하게 우유를 팔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회사 관계자는 “빙과공장과 우유공장이 나란히 있다”며 “빙과제품에 생우유를 넣기 때문에 가장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빙그레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더위사냥이다. 한 해 동안 380억 원어치가 팔리며 빙과시장 전체 단일 제품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투게더 비비빅 메로나 등이 더위사냥의 뒤를 이었다.
해태제과는 1970년에 부라보콘을 출시하면서 빙과사업을 시작했다. 해태제과가 덴마크에서 최신 설비와 기술을 도입해 만든 부라보콘은 롯데제과의 월드콘이 등장하기 전까지 빙과시장에서 매출액 1위를 기록했다. 또한 해태제과를 1970년대 빙과시장 1위 업체로 만든 제품이기도 하다. “부라보콘은 한 개가 팔릴 때마다 역사가 된다”는 해태제과 관계자의 말에서 부라보콘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해태제과는 1980년대부터 후발주자인 롯데제과와 빙그레에 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매출액 1800억 원가량으로 업계 3위를 기록했다. 2006년 1850억 원가량보다 다소 줄었다.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줄어든 곳은 빙과업계 ‘빅4’ 중 유일하다. 이는 부라보콘을 이을 대형 히트상품이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지난해 빙과류 전체 판매 순위에서도 10위 안에 부라보콘을 제외한 해태제과 제품은 없었다. 해태제과 제품만 놓고 보면 누가바 탱크보이가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 해태제과는 20~30대 여성들을 겨냥한 신제품 여유를 출시했다. 여유는 빙과류 최초로 청국장이 가미된 제품이다. 해태제과는 “여유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IMF 때 부도를 겪으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곧 턴어라운드(turn-around·호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롯데삼강(옛 삼강산업, 1977년 롯데그룹이 인수)이 1963년 출시한 삼강하드는 국내 최초로 대량생산된 빙과제품이다. 아직까지도 ‘하드’가 바 형태의 빙과류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될 만큼 삼강하드는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 이후 1972년 아맛나, 1973년 쭈쭈바를 선보이며 롯데삼강은 해태제과와 함께 빙과시장을 양분했다.
현재 롯데삼강은 빙과업계에서 매출액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인수된 후 계속 점유율이 하락하더니 지금은 15%가량으로 추정된다. 1983년에 국내 최초의 고급 아이스크림 빵빠레를 출시하며 점유율이 상승하기도 했지만 다시 4위로 밀려났다. 이에 대해 롯데삼강은 “계열사인 롯데제과와 합치면 50%를 넘는다”며 “따로 볼 필요가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또한 동종업계에서 같은 계열사와 경쟁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따로 하는 것이 더 시너지 효과가 크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롯데삼강에서 가장 잘 팔린 제품은 돼지바다. 그 뒤를 구구콘 보석바가 이었다. 1983년 출시된 돼지바는 삼강하드 이후 롯데삼강의 최고 히트상품이다. 지난해에도 빙과류 전체 판매순위 3위 안에 들었다. 돼지바는 그동안 독특한 CF로 눈길을 끌었는데 배우 임채무가 축구 심판으로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배우 이순재가 김정일을 이발하는 장면이 담겨 있는 CF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롯데삼강 관계자는 “올해도 돼지바 홍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