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당초 중앙대 매각이 거론되면서 재계 서열 11위 두산보다 자금동원 능력이 뛰어난 다른 재벌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한때 신격호-신동빈 부자의 경영권 승계를 앞둔 롯데그룹이, 지난 4월 총선 전후로는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재계 서열 9위)이 인수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결국 두산이 중앙대의 새 주인으로 나섰지만 향후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과의 비교가 불가피한 까닭에서다. 지난 1996년 삼성은 성균관대를 인수한 이래 7000억 원이 넘는 투자로 반도체학과 휴대폰학과 등 삼성이 세계 최고기술을 지닌 분야를 집중 육성해 국내 최고로 키워냈다. 또 삼성의료원과 성균관대 의대의 결합으로 시너지효과를 창출했다. 두산 역시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과 연계해 공과대학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의 물량공세에 얼마나 근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적지 않은 투자가 예상되다보니 두산의 중앙대 인수를 사업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법 많다. 중앙대 병원을 통한 병원업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두산이 건설 중장비 부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확장해온 것과 같은 일종의 ‘병원업 M&A’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두산은 1990년부터 병원 설립을 검토하다 외환위기 등으로 미뤄온 바 있다.
이 같은 시각은 자연스레 두산가 4남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된다. 지난해 2월 두산건설 회장직에 취임하기 전까지 박용현 회장은 서울대학병원장과 대한외과학회장을 지내는 등 의사로서 일가를 이뤘었다. 두산그룹 측은 “병원업 진출이나 중앙대 운영 주체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힌다. 하지만 중앙대 인수 결정 직후 박용현 회장은 기자들로부터 향후 중앙대와 병원 운영계획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았을 정도로 두산의 중앙대 운영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두산 총수 일가는 고 박승직 창업주와 2세인 고 박두병 회장에 이어 3세 ‘박용곤→박용오→박용성’ 순서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형제경영 기업이다. 형제의 난 이후 ‘그룹 회장님’ 직함은 사라졌지만 현재 5남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실질적인 그룹의 얼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만약 박용현 회장이 중앙대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면 두산 총수 일가 3세들 일색인 계열사 회장단에 4세 적통 장손인 박정원 부회장이 명함을 내밀 가능성이 엿보인다. 중앙대 인수가 그룹의 간판을 3세에서 4세로 넘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촌인 박용만 회장에서 조카인 박정원 부회장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은 그동안의 지분 변동에서도 예측돼온 일이다. 지난해 초(2007년 3월 30일 공시 기준)만 해도 ㈜두산 지분 2.79%를 갖고 있던 박정원 부회장은 이후로 36만여 주를 늘려 현재(2008년 5월 9일 공시 기준) 4.16%까지 지분율을 높인 상태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박용만 회장의 주식 수는 82만여 주(3.34%)로 동일해 대조적이다. 지주사 ㈜두산의 지분율이 곧 그룹 장악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두산 지분율 추이가 그룹 내 영향력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한편 박범훈 중앙대 총장과 현 정부의 인연을 두산이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총장은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두산은 현재 거대 매물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 인수 후보 물망에 올라 있다. 대형 매물 인수전에 정부와의 교감이 중요하다는 점과 더불어 지난 정권 당시 형제의 난 사건으로 총수 일가가 곤욕을 치렀던 점 때문에 일각에선 두산이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한 ‘보험용’으로 중앙대를 인수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