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셋의 지주회사격인 KRIA에 대한 물량 몰아주기 의혹이 일고 있다. 사진은 박현주 회장. | ||
KRIA는 지난 1997년 박현주 회장이 자신의 고향인 광주에 설립한 회사다. 주로 유가증권 투자와 경영컨설팅을 해오다가 2005년부터는 부동산업에도 뛰어들었다. KRIA는 일반인은 물론 재계에서조차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룹 내에서는 ‘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해주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미래에셋 지분 분포에서 핵심적인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KRIA는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9.11%를 가지고 있다. 34.77%를 가지고 있는 박 회장에 이어 2대주주.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보험의 최대주주이기도 해 박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그룹의 주력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KRIA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도 26.82%의 지분으로 2대주주에 올라 있다. 이밖에 미래에셋브랜드무브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등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다.
이번에 공시한 KRIA의 지분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박 회장이 43.68%로 최대주주에 올라있고 그 뒤를 박 회장 부인인 김미경 씨(10.24%)가 따르고 있다. 부부의 지분만 53.92%에 이른다. 그런데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아직 미성년자인 박 회장의 세 자녀들이 각각 8.19%씩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녀들의 몫까지 합하면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KRIA의 지분은 78.49%까지 올라간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인사는 “아시아 1등 금융회사를 지향하는 미래에셋 계열사의 지분구조는 개인회사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박 회장의 부인 김 씨는 KRIA의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KRIA의 한 관계자는 “김 이사가 회사에 자주 오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얼굴을 볼 수 있으며 이사회에는 꼭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KRIA가 들어선 토지와 건물도 박 회장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해봤을 때 KRIA에 대한 박 회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따라서 박 회장은 굳이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KRIA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그룹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룹에서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나눠서 하고 있는 KRIA 지분을 박 회장 자녀들이 가지고 있는 것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 나이가 어려 후계구도를 언급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이대로라면 박 회장 자녀들은 어렵지 않게 그룹을 물려받을 수 있게 된다. KRIA 지분만 승계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아직 회장님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앞서가지 말아 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 회장 일가는 KRIA가 상장될 경우 막대한 차익을 올릴 수도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최근 KRIA는 덩치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KRIA의 감사보고서를 확인해보면 2005년 KRIA의 당기순이익은 26억 원이었다. 하지만 2006년에 120억 원으로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230억 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2년 사이에 아홉 배가량 늘어난 것. 총자산도 같은 기간 600억에서 144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경제개혁연대 신희진 연구원은 “정확한 것은 거래 내역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이처럼 단기간에 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은 부당한 내부거래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KRIA 측은 “우리는 내부뿐 아니라 외부와도 많은 거래를 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KRIA는 지주사로 지정돼 계열사를 지배하거나 또는 지주사로 지정되지 못하더라도 상장에서 얻은 차익이 주력계열사 지분을 늘리는 데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셋이 KRIA의 덩치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미래에셋이 지주회사제로 전환되면 그룹 지배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KRIA의 상장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박 회장 일가는 전환 이전에 최대한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킬 듯싶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는 미래에셋캐피탈이 유력하다”며 “이 경우 KRIA의 상장에서 얻는 차익은 박 회장 일가가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이 지주사 전환을 고의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 올 초 미래에셋캐피탈은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이 자금을 주로 국공채 등에 투자했다고 한다. 은행에 비싼 이자를 내고 대출받은 돈으로 이윤은 낮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곳에 투자한 것이다. 이를 두고 당시 은행권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미래에셋캐피탈이 그다지 자금사정이 나쁜 회사는 아니었기 때문.
지주사 전환과 연관 지으면 그 해답은 쉽게 나온다.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캐피탈의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는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총자산의 50%를 넘었다. 이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미래에셋캐피탈은 은행에서 돈을 차입해 총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그 규정을 피해갔던 것. 현 시점에서 지주사로 전환하면 일부 사업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동안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이러한 방법에 대해 “지주사 혜택은 누리면서 의무는 하지 않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악용한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지주사 전환은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