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회장 | ||
이 같은 상승세의 비결은 상장에 대한 기대감에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1월 말 롯데건설의 상장 추진을 선언하고 우리투자증권과 기업공개(IPO) 주간사 계약을 맺었다. 롯데건설 상장작업은 지난 2006년 롯데쇼핑 기업공개를 진두지휘했던 신격호 회장의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건설 측은 큰 변동사항이 없는 한 올해 안에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 밝히고 있다.
롯데건설 상장을 통해 롯데그룹은 거액의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8위로 지난해 매출액 3조 5296억 원, 영업이익 3730억 원, 당기순이익 2552억 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다. 상장 이후 롯데건설의 가치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아직은 판단할 수 없는 단계”라며 조심스러워 하지만 증권가에선 시가총액이 4조~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총액 4조 원을 넘기려면 주가가 16만 원을 돌파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롯데건설 주식 장외거래가 상승세와 상장 이후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그 정도 주가는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건설이 상장 대박을 터뜨리면 그 수혜는 대주주 명부를 채우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들과 총수 일가 인사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신격호 회장의 숙원사업인 세계 최고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 건설이나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신동빈 부회장 시대 개막에 대비한 신 성장동력 장착 차원의 인수·합병(M&A)을 위한 넉넉한 실탄 수급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롯데 총수 일가와 계열사들이 현재 보유한 롯데건설 주식은 2455만여 주로 지분율 99.53%에 해당한다. 지난해 12월 롯데건설 주식 장외거래가 3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상장 추진 선언 직전 롯데건설 시가총액이 약 7300억 원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 인사들의 예상대로라면 상장으로 인해 1년 만에 최소 3조 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거둬들이게 되는 셈이다. 상장 이후 회사 지배에 필요한 지분을 남기고 나머지 주식을 매각할 경우 계열사들과 총수 일가 인사들은 거액의 돈 잔치를 벌일 수 있게 된다.
롯데건설의 1대주주는 43.38%를 보유한 호텔롯데이며 32.78%를 보유한 호남석유화학이 뒤를 잇는다. 상장 후 롯데건설 시가총액을 4조 원으로 예상하면 호텔롯데와 호남석유화학이 보유한 롯데건설 지분의 평가액은 각각 1조 7000억 원과 1조 3000억 원가량이 될 전망이다.
롯데건설 대주주 명부에 올라 있는 총수 일가 일원들도 적지 않은 차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회장(0.66%)을 비롯해 신동빈 부회장(0.58%),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0.37%),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0.14%)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0.06%) 등이 총 44만 8787주(1.81%)의 롯데건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예상대로라면 이들 총수 일가 명의 지분의 가치는 상장으로 인해 70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말 상장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1년 만에 560억 원가량의 평가차익을 보는 셈이다.
롯데건설 대주주 명부에 올라 있는 롯데알미늄과 롯데브랑제리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두 회사가 신격호 회장의 지분 증여로 인해 롯데건설 지분을 늘리거나 새로 주주명부에 편입돼 롯데건설 상장 특수를 누리게 된 까닭에서다.
지난해 12월 신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2000억 원대 계열사 지분을 롯데알미늄과 롯데브랑제리를 비롯해 롯데미도파 롯데후레쉬델리카 등 4개 계열사에 증여한 일이 재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정도 증여라면 거액의 세금 납부가 불가피하지만 네 개 회사 모두 결손법인이라 별도의 증여세를 물 필요가 없었다. 세금 한푼 안 내고 신 회장 자녀들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들에게 지분을 몰아줘 ‘회사 이익을 늘려 결국 그 혜택이 신 회장 자녀들 몫이 될 것’이란 비판론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신 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롯데건설 지분 중 0.77%(17만여 주)를 롯데알미늄과 롯데브랑제리에 증여했다. 롯데알미늄은 신 회장으로부터 롯데건설 주식 4만 8100주(0.21%)를, 롯데브랑제리는 12만 8219주(0.56%)를 넘겨받았다. 가치로 따질 때 롯데알미늄은 50억 원, 롯데브랑제리는 133억 원대의 지분을 세금 없이 챙긴 셈이다. 이로써 롯데알미늄은 롯데건설 지분율을 12.26%까지 높였고 지분이 하나도 없던 롯데브랑제리는 새롭게 롯데건설 대주주 반열에 올랐다. 롯데건설 상장이 증권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롯데알미늄과 롯데브랑제리 명의 롯데건설 지분의 시가총액은 각각 4800억 원과 200억 원을 웃돌게 될 전망이다.
롯데건설의 상장 계획이 공식 발표된 것은 신 회장이 계열사들에 자신의 지분을 증여하고 한 달이 지나서였다. 롯데그룹 최고결정권자인 신 회장이 상장계획을 모르는 상태에서 두 회사에 지분을 증여했을 리 만무하다. 아들로의 경영권 이양을 목전에 둔 신 회장이 실적부진에 허덕여온 롯데알미늄과 롯데브랑제리에 ‘상장 후 가치 폭등이 예상되는’ 롯데건설 지분을 세금 부담 없이 증여해 두 회사가 결손법인에서 ‘우량법인’으로 탈바꿈하는 데 일조하려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에선 롯데건설 상장계획이 발표되기 전과 비교할 때 두 회사가 롯데건설 상장으로 획득할 평가차익만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