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는 지난 5월 6일 ‘참이슬 후레쉬 섬머’를 출시했다. 기존에 유통되던 참이슬 후레쉬에 시원한 여름 이미지를 더한 참이슬 후레쉬 섬머는 업계 최초로 동해 수심 1000m 심해에서 끌어올린 해양심층수를 첨가했다고 한다. 알코올도수는 19.5도로 참이슬 후레쉬와 같다. 진로는 “해양심층수가 들어가 맛이 더욱 깨끗하고 깔끔하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해양심층수 비율에 대해서는 “제조기법상 공개할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참이슬 후레쉬 섬머를 접한 소비자들은 일단 “신선하다”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것은 맛보다는 용기 디자인이 기존 소주병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주류업체는 소주병에 종이 라벨을 사용해왔는데 이번에 진로는 업계 최초로 투명한 열 수축 필름을 이용해 병 전체를 래핑(wrapping) 포장 기법으로 만들었다. 진로는 “시원한 바다를 연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통 소주병을 만드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비용이 더 들어가지만 출고가(839.36원)는 올리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진로는 여름소주 출시 후 “국내 최초로 개발된 계절용 소주다. 여름철 소주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라고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라이벌 두산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예상대로(?) 두산은 “우리는 이미 지난해 여름에 보냉 효과가 있는 C-PACK 소주를 선보였다”고 반박했다. 참이슬 후레쉬 섬머가 최초의 여름 소주라는 진로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 그러자 진로도 “우리는 단지 용기만 바꾼 것이 아니고 시원한 맛을 위해 해양심층수를 사용했다. 따라서 우리가 처음이 맞다”라고 응수했다. 오히려 “우리가 여름 소주를 내자 두산에서 따라한 것 아니냐”라며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참이슬 후레쉬 섬머는 한 달 만에 판매량 1000만 병을 돌파했다. 회사 측은 현재 대부분의 판매가 음식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입소문이 나서 할인점 등에서의 수요가 증가하면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진로는 참이슬 후레쉬 섬머를 8월 중순까지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때까지의 목표 생산량은 약 2700만 병으로 세웠다.
진로와 두산의 맞수 대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광고다. 진로는 참이슬 후레쉬 섬머의 모델로 배우 김민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회사 관계자는 “참이슬 후레쉬 소주는 특히 여성들과 젊은 층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다른 계절용 상품도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두산은 지난 10일 여름용 소주 ‘처음처럼 쿨’을 선보였다. 참이슬 후레쉬 섬머에 비해 한 달가량 늦은 출발. 처음처럼 쿨은 기존에 판매되던 ‘처음처럼’과 도수(19.5도)와 출고가(819.36원)는 같다. 대관령 기슭에서 추출한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었다는 것도 비슷하다.
두산은 처음처럼 쿨의 특징으로 우선 레몬과 같은 과실에 주로 들어있는 ‘에리스리톨’이라는 성분을 가미한 것을 꼽는다. 두산은 “에리스리톨은 상쾌한 맛을 느끼게 해주고 열을 빼앗는 역할을 해 시원함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에리스리톨은 칼로리가 전혀 없기 때문에 웰빙형 차세대 감미료로 손색이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처음처럼 쿨은 용기 디자인에서 “진로보다 더 파격적이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 병 전체를 래핑하는 방식은 똑같지만 가수 이효리 사진을 용기 전면에 담았다. 이처럼 광고모델을 제품에 실은 사례는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 대해 두산에서는 “효리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 ‘효리 효과’란 이효리를 모델로 내세운 이후 처음처럼 판매량이 급증한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두산은 여름에만 나올 예정인 ‘처음처럼 쿨’이 ‘처음처럼’ 판매량도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두산이 진로를 따라 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두산은 “처음처럼 쿨은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다. 다만 선수를 빼앗겼을 뿐이다. 우리도 난감하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따라하기 논란’에 대해 “최근에 처음처럼 판매량이 늘어나자 진로에서 우리를 흠집 내기 위해 내논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두산은 일단 처음처럼 쿨을 술집과 음식점 등에 집중 공급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접한 후 생산량을 늘릴지 결정할 계획. 또한 아직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한시적인 제품이기 때문에 이 제품만을 위한 홍보와 판촉활동 여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처음처럼 쿨은 처음처럼보다 원가비용이 50원가량 더 들어간다. 하지만 가격을 올리지 않고 출시한 것은 우리 소주를 사랑해준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