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제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자 LPG나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
허나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면 “기름값 올라서 차 끌고 다니기도 어렵겠네”라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유가 상승 수혜주가 어떤 것일까”라고 접근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유가가 급등하자 연일 언론에 ‘유가 상승 수혜주’를 주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시류에 민감한 코스닥 시장에선 일찌감치 ‘고유가 테마주’가 형성돼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진짜 고유가 수혜주일까.
옥석을 골라낼 자신이 없다면 우선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좋다. 너도 나도 고유가 수혜주라고 말들 하지만 실제로 고유가 수혜주는 극히 한정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때문에 투자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 고유가 테마주보다는 실적주를, 코스닥 기업보다는 코스피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향후 유가 전망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증권 정유·조선 담당인 이을수 윤필중 애널리스트는 고유가 구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올해 원유가격이 연평균 배럴당 90∼110달러 전후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유가 상승을 견제하는 요인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유 채굴기간의 축소 가능성, 빈번한 프로젝트의 지연, 탐사 및 개발비용의 상승, 상품시장으로의 자금유입 확대 등 상승요인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들은 해외 E&P(Exploration & Production·자원개발) 사업 자산가치 상승효과가 있는 SK에너지를 정유산업 내 최고 선호주로 추천했다. 또 조선업체 중에서는 에너지 관련 특수선 수주분의 비중이 63.6%(해양구조물 40.3% 및 LNG 관련 23.3%)에 이르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수주경쟁력이 돋보일 것이라며 6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5만 1000원에서 5만 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화증권 석유화학·정유 담당 차홍선 애널리스트도 SK에너지를 고유가 수혜주로 매수 추천했다. 차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38달러로 상승해 (투자자들이) 정유·석유화학 업종의 이익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우다. 왜냐하면 정유 석유화학 이익은 국제유가와 비례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01년 유가는 배럴당 26달러였으며, 2007년 유가는 배럴당 72달러로 6년 동안 178% 상승했다”면서 “원재료인 국제유가가 상승해 석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SK에너지의 이익이 하락한 것으로 짐작했을 수 있지만 SK에너지의 영업이익은 동반 급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화증권에 따르면 SK에너지의 2001년 영업이익은 5654억 원이었으나 2007년 영업이익은 1조 4795억 원으로 162% 증가했다. 즉 국제유가가 상승해도 영업이익은 더 증가하는 구조라는 것. 때문에 차 애널리스트는 향후에도 국제유가와 비례적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화학·정유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와 함께 다른 업종 담당자들도 고유가 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 수혜주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이 바로 ‘조선·중공업’ 업종. 미래에셋증권 조선 담당인 이재규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해양을 “고유가 시대의 최대 수혜주”로 극찬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해양프로젝트, 원유운반선, 천연가스운반선 시장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확보하며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종류의 선박들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는 등 에너지 관련 비즈니스가 국내 조선업체들 중 가장 크므로 고유가시대 최대 수혜주”라고 분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특히 M&A 프리미엄이 향후 더욱 부각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인수전에 뛰어든 두산그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전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두산인프라코어 기획조정실 사장으로 영입했고 한화그룹은 동사 인수시 100% 고용 승계를 보장하겠다고 밝히는 등 M&A 경쟁은 향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고유가로 인해 동사의 에너지 관련 비즈니스의 경쟁력은 더욱 부각되고 있어 인수 후보 그룹들 간의 기대 시너지 효과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목표주가 7만 원을 제시했다.
한화증권 조선·중공업·기계 담당 김홍균 애널리스트도 심해지역 유전개발을 위한 부유식 시추선 수요의 폭발적 증대가 예상된다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추천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에너지자원 감소와 1만 피트 이상 심해지역 개발을 가능케 하는 기술의 발전은 부유식 시추선 시장의 중장기 성장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LPG는 고유가의 대체재”라며 SK가스 매수를 추천하며 목표주가 10만 6000원을 제시했다. 남옥진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3년 이후 국제 유가 등 타 원자재에 비해 낮은 LPG의 가격 상승률, 국내 LPG 차량 증가, LPG 경차 도입으로 LPG에 대한 대체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최대주주가 SK로 변경된 후 그룹 내 위상이 강화되고 있으며 2007년 이후 자원개발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어 이러한 추가 성장성을 감안할 경우 SK가스의 실적은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이도연 이을수 애널리스트는 효성을 고유가 수혜주로 추천했다. 이들은 “고유가로부터 파생된 신재생 에너지원 및 중동 산업설비투자 등은 효성에 있어 중장기적인 성장의 기반이 될 전망”이라며 “이는 효성 중공업사업부의 전력사업과 기전사업 모두 전력 및 산업설비 수요증가에 대한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철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