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에 위치한 미래에셋 본사 전경. 막대한 자금력의 미래에셋이 최근 부동산 투자 시장에 진출하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지난 6월 12일 미래에셋증권은 자본총액 50억 원인 ‘미래에셋디앤아이(D&I)’를 설립해 계열사에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에 따르면 D&I의 주요사업은 부동산 개발 및 관련 서비스업. 재계에서는 D&I 설립을 미래에셋의 본격적인 부동산 사업 진출을 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D&I가 부동산 직접투자를 위한 첨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우리는 꾸준히 부동산 투자를 해왔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D&I는 그룹 내 다른 부동산 계열사와는 업무가 다른 것으로 안다. 시행사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부동산 투자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박만순 전 미래에셋캐피탈 대표가 D&I 대표이사를 맡았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박 전 대표는 박현주 회장과 같은 광주 출신으로 박 회장이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캐피탈 대표를 맡겼을 만큼 각별히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대표가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이틀 만에 D&I 대표이사 직에 올랐다는 것을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D&I 설립을 주도한 박 대표는 향후 그룹 내 부동산 업무를 총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의 부동산 사업 확장은 이미 예견됐다. 올 초 국내 최대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를 인수한 것. 당시 미래에셋은 “(부동산114 인수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부동산 간접상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래에셋을 시작으로 자금과 조직력을 갖춘 금융회사와 대기업들이 부동산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제 미래에셋의 D&I 설립으로 부동산업계의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개인협회가 전혀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셋과 같은 대기업이 뛰어든다면 부동산 시장은 초토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미래에셋에 인수된 부동산114는 지난 5월 자체 개발한 부동산 자산관리 솔루션 ‘미래에셋 랩스’를 오픈했다. 미래에셋 직원들은 이 솔루션을 통해 최신 부동산 정보 및 전문가의 분석을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됐다. 기존 부동산 자산관리 솔루션과는 달리 금융과 부동산을 통합한 자료들을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미래에셋은 미래에셋 랩스가 부동산 사업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 랩스가 공개된 이후 미래에셋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시티그룹센터’를 약 4000억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부동산 펀드가 사들인 미국 부동산 중 가장 큰 금액. 미래에셋이 거액을 들여 시티그룹센터를 매입한 데에는 박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박 회장은 한 공개석상에서 “미국 부동산이 싸졌다는데 그곳에 투자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자신의 저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도 “내가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일하고 싶고 살고 싶은 곳에 투자하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부동산 투자론’을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이 대형 빌딩을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엔 판교 중심상업용지, 청계스퀘어가든, 분당 미래에셋플레이스 등 굵직굵직한 곳에 투자를 한 바 있다. 올해 2월엔 여의도에 건축 중인 초고층 오피스 타워 ‘파크원’을 9000억 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했으며 최근엔 역삼동에 위치한 ‘한솔빌딩’을 4000억 원가량에 사들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부동산 투자도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호텔식 주거용 건물 ‘레이크빌’을 인수한 데 이어 4월엔 인도에 4조 원대 부동산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이미 부동산업계에서는 “미래에셋과의 입찰경쟁에서 이길 곳은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쟁사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금액을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한 인사는 “본격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미래에셋이 마음만 먹으면 시장에 나오는 매물들을 싹쓸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나 재계에서는 미래에셋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7조 원대 펀드 투자 손실(추정)을 기록한 미래에셋이 부동산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내면 투자자들로서는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현재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이윤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손실을 더 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의 부동산 사업 확대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미래에셋이 새로 설립한 D&I의 지분구조를 보면 부동산114가 51%, 케이알아이에이(KRIA)가 49%를 가지고 있다. KRIA는 부동산114 지분도 14.76%를 보유, 2대주주에 올라있다. 박 회장이 KRIA를 통해 부동산 관련 회사들을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KRIA는 미래에셋캐피탈과 더불어 박 회장의 그룹 지배 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사실상 박 회장의 개인 회사(박 회장 가족 지분율 78.49%)다. <일요신문>이 836호에서 이미 보도한 ‘물량 몰아주기’ 의혹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KRIA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부동산 임대 및 관리 사업. 미래에셋이 부동산 사업을 확장하면 KRIA가 이득을 볼 것이란 추측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KRIA가 비상장 회사임을 감안할 때 KRIA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앞으로 이뤄질 상장에서 박 회장과 그 일가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더욱 커질 것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로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더라도 KRIA는 엄청난 이윤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에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