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도 이러한 역학 구도를 살필 수 있다. 프로 팀 지휘봉을 잡은 사령탑들을 개개인으로 쪼개 보면 각자 인연이 있고, 나름의 관계가 있다는 사실에 쉽게 근접할 수 있다. 인맥 지도로 K리그 벤치 열전을 분석했다.
# 동향을 찾아라!
지난 3월 10일 창원축구센터에서는 경남FC의 2013시즌 홈 개막전을 앞두고 오프닝 매치가 열렸다. 흥미로운 점은 경상남도 지역을 대표하는 40대 이상 축구인들이 두루 출전한 레전드 게임이었다는 사실이다. 경남 구단 팬 투표로 참석자들을 선정한 이 자리에는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을 비롯,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박항서 상주 상무 감독, 신홍기 현직 국가대표팀 코치 등 다수의 경남 축구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듯 뿌리가 비슷한 인물들이 유독 많은 곳이 바로 프로축구 무대이다. 유난히 얽히고설켜 있어 더욱 흥미를 준다.
유독 경남 지역에 한국 축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축구인들이 많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과 FC서울 최용수 감독이다. 김 감독은 통영 태생, 최 감독은 부산에서 태어났다. 본향이 비슷한 데다 걸쭉한 사투리마저 비슷한 둘은 연세대 축구부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다. 김 감독이 지도자로 활약할 때 최 감독은 한창 나이의 푸릇한 선수 시절을 보냈다.
여기에 부산 아이파크 윤성효 감독이 더해지면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진다. 역시 부산 출신의 윤 감독과 최 감독은 동래고-연세대에서 절친한 선후배 관계다.
특히 지난 시즌이 흥미진진했다. 윤 감독은 당시 수원을 이끌고 있었고, 최 감독은 서울에서 성공적인 지도자 인생을 꽃피웠다. 수원이 작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음에도, 단 한 번도 서울에게 패하지 않았다. 5차례 대결을 하면서 윤 감독은 4승1무로 압도적인 결실을 냈다. 우승 팀이 특정 팀, 그것도 최대 라이벌에게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 셈. 그러면서도 스승이 이끈 울산을 3차례나 꺾고 한 번밖에 무너지지 않았으니 엮이는 부분이 참 많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최 감독을 도와 서울의 정규리그 제패에 공헌했던 박태하 전 수석코치도 가장 친한 선배로 윤 감독을 주저 없이 꼽고 있다.
#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솥밥을 먹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서로에게 창을 겨눠야 하는 묘한 상황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어차피 돌고 도는 게 인생이라고 했던가. 특히 성적 하나하나에 울고 웃는 축구계이기에 꼭 유쾌할 수는 없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진한 경남FC 감독은 경남 진주 태생이다. 경남 감독으로 가기 전 그는 FC서울 2군 감독으로 있었다. 그런데 최용수 감독을 성장시킨 곳도 서울이었다. 두 명의 최 감독들은 서울 코칭스태프로 함께 동고동락했다. 또 부산에서 성남 일화로 올 시즌 자리를 옮긴 안익수 감독도 서울에서 코치로 활동한 바 있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김학범 감독도 ‘명장’의 타이틀을 얻은 곳이 바로 성남이었다. 안 감독이 성남에서 코치로 머물 때 모셨던 분(?)이 또한 김 감독이다. 안 감독은 유상철 전 감독에 이어 대전 시티즌 지휘봉을 새로이 잡은 김인완 신임 감독과 부산에서 찰떡궁합 콤비를 이뤘다.
전남 드래곤즈 하석주 감독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시절을 거의 경남권에서 보냈다. 부산과 포항 스틸러스를 거친 뒤 역시 같은 곳에서 코치로도 활동한 바 있어 누구보다 이들 구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또 김호곤 감독과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은 2000년대 초반 부산 감독-코치로 함께 활동한 데 이어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축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남다른 인연이 있다.
# 월드컵 공통분모
축구인 교집합에는 월드컵도 크게 작용한다. 특히 많은 지도자들이 1998프랑스월드컵을 경험했다. 수원 서정원 감독과 포항 황선홍 감독, 서울 최용수 감독, 전남 하석주 감독 등 무려 4명이 월드컵을 통해 당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기억이다. 이 중 황 감독과 최 감독은 2002한일월드컵에도 출전해 4강 신화에 밑거름을 놓기도 했으니 월드컵은 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월드컵’과 함께 ‘사제지간’으로 범위를 추가한다면 어떨까. 최진한 감독은 거스 히딩크 전 감독(현 러시아 안지)을 트레이너 위치에서 도운 바 있고, K리그(2부 리그)까지 넓히면 대표팀 코치로 활약한 박항서 감독도 있다. 지금은 대한축구협회 경기위원장으로 제2의 도전을 시작한 정해성 전 전남 감독도 코치로 히딩크 전 감독과 함께한 유력 축구인이다.
어디에도 묶이지 못하는 지도자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FC 당성증 감독과 전북 현대 파비오 감독대행이 있다. 나란히 올 시즌 국내 프로축구 사령탑에 데뷔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