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는 30~50대 남성의 3분의 1가량이 냉증을 가지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냉증이 있어도 자신에게 냉증이 있는지 알아채지 못하는 이른바 ‘숨은 냉증’을 포함한 수치다. ‘숨은 냉증’의 위험성 및 그 메커니즘과 대책을 일본의 생활정보지 <r25>를 중심으로 알아봤다.
‘손발이 별로 차지 않고 추위에도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의외로 ‘숨은 냉증’을 갖고 있는 이가 많다. 이들은 내장도 차갑고 체온도 낮다. 36.5°C를 평균 체온이라 봤을 때 내장온도를 포함하여 체온이 35°C대에 그친다. 손이나 발 등 몸의 표면만 따로 차가운 게 아니기 때문에 냉증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건강한 몸의 이상적인 내장온도는 37.2~38°C. 이를 유지하려면 체온은 36.5°C 이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숨은 냉증이 있는 이는 십중팔구 저체온 상태다. 숨은 냉증인지 아닌지 살피려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체온을 재면 된다. 35°C 이하면 숨은 냉증이라 보면 된다. 또 기상 시 측정한 체온이 발끝, 복부 등 어느 특정한 일부분만 낮다면 냉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아침에 막 깼을 때는 몸 전체 체온이 균일한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내장이 차갑고 몸이 저체온인 상태, 즉 냉증이면 전신의 기능이 떨어진다. 피부도 거칠어지고 설사도 자주하며 잠도 잘 못 잔다. 가장 큰 문제는 면역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기 쉽고 여러 병에 걸릴 확률도 커진다.
특히 가와시마 교수가 냉증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들고 있는 게 대사증후군이다. 이는 ‘내장지방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내장지방형 복부비만에다가 고혈당, 고혈압, 지질이상 중 2가지 이상을 앓고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일명 ‘뱃살병’인 대사증후군이 진행되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그럼 숨은 냉증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인 대책은 과식에 주의하며 꾸준히 운동하여 뱃살을 빼고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배 주위 및 하반신에 근육이 생기도록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자전거를 타면 좋다. 집안에서는 누워서 다리를 들어 위로 굴리기를 한다.
중요한 점은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추운 곳에서는 가급적 오래 머무르지 말고 목덜미와 배, 허리를 먼저 따뜻하게 하자. 그러면 손발을 비롯하여 전신이 따뜻해지고 혈행도 나아진다. 또 상의는 얇게 입더라도 하의는 두껍게 입는 게 좋다. 하반신에 전신 근육의 7할이 있다. 근육이 있는 곳에는 혈행이 많아 따뜻하게 할 필요가 있다. 수족냉증인 경우는 손이나 발을 직접 덥히기보다 동맥이 있는 손목 및 발목에 온팩을 붙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자기 전에 38~40°C로 약간 미지근한 물에 20분 이상 몸을 담그고 반신욕을 하면 혈관이 확장되는 효과가 있다. 욕실에서 나와 30분 이내에 잠이 드는 습관을 기르도록 한다.
식생활은 달걀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게 좋다. 위에서 단백질을 분해할 때 생기는 대량의 에너지로 인해 몸속에 열이 발생한다. 체온을 올려 지방분해를 돕는 매운 음식도 좋은데 위장병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은 영양사나 의사와 상담하도록 한다.
한편 밤늦게까지 깨어있거나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은 냉증에 아주 나쁘다. 긴장을 이완하는 부교감신경보다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우위에 있으면 자율신경계 조화가 깨진다. 자율신경계는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