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못 마시는 이들은 잦은 술자리가 괴롭다. 폭탄주 돌리기나 벌주, 원샷 등 많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끈질기게 남아 있는 좋지 못한 술 문화가 그 원인.
얼마 전 일본에서는 한 민영방송국이 술 마시기 게임을 소재로 예능프로그램을 방영했다가 야단법석이 났다. 프로그램은 남녀연예인 16명 정도가 저녁시간부터 새벽 4시까지 술을 함께 마신 후 마지막까지 자지 않고 버티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내용이다. 자정을 넘어 술에 한껏 취한 연예인들이 윗옷을 벗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거나 팬티만 입고 자는 등 추태를 보이자 시청률은 16%대로 급등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시청자의 항의도 빗발쳤다. 한 사회단체는 “급성 알코올 중독이나 과음으로 인한 사망을 유발하는 그릇된 술 문화를 조장하는 내용”이라며 시청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원샷방지연락협의회’란 단체로, 대학 신입생환영회 등에서 선배의 강권에 못 이겨 술을 마시다 죽은 자식을 둔 부모들이 중심이 돼 20년 전 설립된 바 있다.
해당 방송국이 별 다른 사과를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자 원샷방지연락협의회는 ‘알코올 괴롭힘’이란 신조어까지 내놓으며 더욱 열렬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원샷방지연락협의회 측은 알코올 괴롭힘이 ‘음주에 관한 인권침해’라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술을 빨리 마시도록 시키거나 의도적으로 괴롭힐 목적으로 술을 마시게 하는 것을 비롯해 상하관계·조직·집단에 의한 부추김, 벌주 등의 형태로 심리적 압박을 가해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 등이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