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는 성남 일화 인수 및 공동 운영 등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우후죽순 시민구단 창설 추진 왜?
성남시가 처한 상황은 그나마 낫다.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새로운 팀을 창단하게 되면 K리그 챌린지(2부 리그)부터 진입한 뒤 성적에 따라 K리그 클래식에 가세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로축구 도시민구단이 탄생하면 곧바로 상위 무대에서 첫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K리그 챌린지가 생기며 규정이 바뀌었다. 2부 리그에서 걸음을 떼야만 한다.
일각의 오해와는 달리, 성남시가 완전히 성남 일화를 버리겠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2가지 창단 방식 중 후자 쪽에 좀 더 무게가 쏠리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구단을 창단하는 건 오래 전부터 성남 지역을 연고로 해온 성남 일화와 시 모두에게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삼척동자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성남 일화의 시민구단 전환 작업은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선진 축구로 도약을 위해 요구한 클럽 라이선스 획득의 일환으로 프로구단들이 독립법인화를 꾀하던 시점부터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조금씩 외부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종교단체 수뇌부가 적자폭이 유달리 큰 축구단 운영에 많은 회의를 느끼고 있는 데다 최근 이어지는 재정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불편한 소문들도 등장한 시점이다. 구단-시 차원의 대화도 여러 차례 이뤄지며 교감도 나눴다. 물론 이 사실은 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도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었다.
성남 구단과 프로연맹 소식에 정통한 복수의 축구 관계자들은 “성남시가 새로운 구단을 창단하기보다는 기존 (성남 일화) 구단과 공조하는 쪽에 훨씬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운영권과 지분을 나눠 팀을 운영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남시 입장에서도 그 편이 좋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따로 있다. 예전부터 연고지를 대표했던 프로구단이 있는 성남과는 달리 완전히 새로운 도시민구단 창단의 의지를 갖고 있는 지자체들이다. 사상 처음 승강제가 시행된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지역에서 프로축구단을 창단하고 싶다는 의사를 프로연맹에 알려왔다. 대표적으로 경상북도 구미시가 그랬다. 작년 하반기 프로팀 창단을 공식화했지만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던 불산 유출 사태와 여론 수렴 미비를 이유로 결국 포기했다. 이를 구미시는 ‘창단 포기’가 아닌, ‘창단 유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이전과 이후에도 팀 창단 관련 노하우를 묻는 의견들이 프로연맹에 쇄도했다고 한다. 한 축구인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곳에서 팀 창단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 인프라·규모 확대 좋지만…
그런데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마냥 장밋빛이라고 하기 어렵다. 현실과 이상은 분명 다르다. 축구 시장이 확대되기보다는 기초가 부실한 구단들이 처한 현실로 인해 오히려 가까운 미래에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들도 함께 나온다. 재정적인 부담이 늘어나고 전체 관중 수요 부족도 문제점으로 함께 지적된다.
당장 올해 챌린지 무대에 가세한 구단들만 봐도 차마 ‘프로’란 거창한 타이틀이 안타까운 상황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몇몇 구단들은 프로팀의 기본도 채우지 못했다. 수도권 A 구단은 아예 프로연맹 직원이 파견 형태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부분들을 도와주고 있다. 급여는 프로연맹으로부터 받으며 정작 업무는 A 구단에서 하는 이상한 모습이다. 팬 확보와 미디어 차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도 A 구단이 전혀 노하우가 없다는 게 축구계의 공통된 평가. 2부 리그를 창설하고, 승강제 시행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격요건을 충족시켜야 했지만 일단 문호를 여는 데 급급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왔다.
기본이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 흐트러질 수 있는 법. A 구단 외에도 많은 구단들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무보수’를 강요하는 일부 구단들도 있다. 현재 K리그(1, 2부 포함)가 처한 아픈 현실이다. 기업구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적어도 150억 원 이상, 시민구단은 100억 원 이상 운영비를 들여야 한다. 이마저도 어지간한 부분을 제하고 최소화한 금액이다. 재정 상태가 취약한 구단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여기에 시민구단이 빠짐없이 거론되는 부분, 정치적인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관심을 모으려면 매개가 있어야 하고, 역시 가장 좋은 건 구단 창단이다. 다만 대부분 구단 운영 기준이 정치에 얽혀있어 독립권은 부여되지 않는다. 시민구단의 감독 교체, 선수 영입 등이 등장할 때마다 언제나 정치적인 내용들이 함께 드러났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늘 반복하는 주장이 있다. “축구와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는 것. 하지만 아직 우리네 현실에서 축구는 정치적인 지배를 받고 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외형보다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