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주주들을 설득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
최근 주식시장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국민은행 주가다. 9월 말로 예정된 금융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국민은행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8월 26일~9월 4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주총회에서 의결된 특별결의사항(영업의 양도·양수 경영위임 합병 등)에 대해 반대의견을 갖는 주주가 회사 측에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를 말한다. 이 경우 회사는 주주들에게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국민은행은 청구권 행사가격을 6만 3293원으로 정했다.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8월 14일 국민은행 주가는 상승세를 타며 5만 9800원으로 마감했다. 금융권에서는 6만 원을 국민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라고 보고 있다. 그 아래로 내려갈 경우 30% 이상의 주주들이 회사 측에 지분매입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 금액이 내려갈수록 이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국민은행에서는 지주사 추진 과정에서 전체 주주들 중 15% 이상이 청구권을 행사하면 지주사 전환을 늦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5%가 넘는 지분을 사들일 경우 재무 사정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따라서 주가에 따라 국민은행 지주사 전환은 예정대로 진행될 수도, 내년으로 연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주사 전환이 무산될 경우 황 내정자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황 내정자는 회장 내정 이후 여러 차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이 절실하다. 지주사가 아닐 경우 계열사 간 정보 거래가 제한될 뿐 아니라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M&A를 추진하는 데에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미 경쟁 금융사들이 지주사로 전환, 국민은행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는 것도 ‘국내 최대·최강 금융그룹’을 표방한 황 내정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이 늦어질 경우 이러한 황 내정자의 구상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허나 거액의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 부양에 실패할 경우 부작용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주사 전환도 어려워지고 자금 부담만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황 내정자는 주가 부양과 함께 국민은행 주주들을 설득하는 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그동안 쌓아왔던 막강한 금융네트워크를 동원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힘을 쓰고 있다는 것.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황 내정자가 국민은행 주주 몇 명을 만나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지주사 전환에 부정적이던 외국계 주주 JP모건(지분율 0.028%)이 찬성으로 돌아선 것도 황 내정자와 강정원 행장의 끈질긴 설득때문이라는 후문이다.
황 내정자로서는 ‘낙하산 인사’라며 자신의 내정을 반대하는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지주사 전환은 반드시 이뤄야 할 지상과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노조·위원장 유강현)는 그동안 회사의 지주사 전환을 적극 지지해왔다. 국민은행 측은 비록 노조가 현재 강경투쟁을 하고는 있지만 황 내정자가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면 노사 갈등도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 황 내정자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해 노조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퇴진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조 측은 황 내정자의 지주사 전환 방식에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노조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는 KB금융지주 출범에 대비해 사측과 함께 다양한 대책을 논의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소외됐다. 이는 곧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황 내정자가 정부 입맛에 맞게 회사를 재편하려는 시도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노조에서는 황 내정자의 독주가 계속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다. 노조와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황 내정자는 노조의 시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노조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 외부에서는 설명회도 개최하고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황 내정자가 정작 내부와의 대화 통로는 차단하고 있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비판하고 있다. 황 내정자가 과연 여러 난관을 뚫고 지주사 전환 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