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춰보니 노랗게 곪았더라 아웃!
몇 년 전 주가조작 사건으로 대표이사가 구속되고 상장폐지가 됐던 A 사. 주가조작 사건이 들통 나기 전 이 회사는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작전’을 수행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때문인지 주가는 급상승 중이었다. 6만 8000원이었던 A 사의 주가는 한 달 만에 8만 1700원으로 치솟았다. 한 달 사이 약 20%나 상승한 것. 한 달이 더 지나서도 주가는 7만 9600원을 유지했다.
그러던 중 명동에서 A 사의 시장금리가 타사에 비해 높고 시장에서 거래도 꺼린다는 정보가 흘러나왔다. 명동의 사금융 업체들은 각자 나름의 기준으로 거래 기업의 금리 등을 공개하는데 A 사에서는 이러한 정보가 나돌아 강력한 항의는 물론이고 공개된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경우, 즉 해당 회사의 정식 요청이 있으면 공식문서 등의 절차에 따라 정보를 비공개로 처리하기도 한다. 결국 A 사의 정보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정보가 비공개로 처리되고 6개월 뒤 A 사의 주가는 8580원으로, ‘십분의 일 토막’이 나고 말았다. 그 사이에 A 사 대표이사는 주가조작으로 처벌되고 우여곡절 끝에 상장폐지는 물론이고 몰락의 길로 들어서고 만다. A 사가 왜 그토록 금리정보 공개에 민감해 했는지 쉽게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정보 공개 당시 A 사 투자자들은 이렇게 주가도 높고 전망 좋은 회사를 명동시장에서는 왜 나쁘게 평가했는지 의아해 했을 것이다. 그만큼 명동시장에서의 평가는 냉정하다. 한데 최근 A 사 관계자가 다른 사건에 연루돼서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며 씁쓸한 입맛이 가시지 않는다.
B 사의 경우는 A 사와 비슷하지만 유형이 다르다. B 사는 우리나라 벤처 IT기업의 대표주자로 불리던 회사다. 대표주자 격이다 보니 대표이사도 자주 언론에 오르내려 보통사람이 이름만 대도 금방 알 만한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도 시장의 금리정보에 대해서 이상하리만큼 과민반응을 보였다. 당시 B 사는 벤처 IT기업으로서는 보통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시장에서 거명되는 것조차 신경질적이었다. 사실 시장에서 벤처나 신생 기업들은 평가를 해주는 것만도 감지덕지다. 왜냐하면 아예 시장에서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따로 분류를 해놓는 것은 그만큼 그 회사에 대한 단기 지급능력이나 신용도를 저평가하고 있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기업들은 정보를 좀 더 자세하게 공개해주기를 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B 사는 정반대였다.
이에 대해 명동 사람들은 ‘다른 꿍꿍이’가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 아니나 다를까, B 사의 대표는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이 사실을 솔직하게 언론에 고백한 뒤 사법처리를 받았다. 뒤늦게나마 솔직하게 시인을 하고 사과했지만 한때 시가총액이 2조 원을 넘었던 회사를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는 어디 가서 보상을 받는단 말인가.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본격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한 시점이 시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평가를 하던 시점이었던 것이다. 이 회사는 손익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 부실채권을 장부상 회수한 것으로 처리하거나 주식 매각대금을 과다계상하는 방식으로 분식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평가가 공표되고 관심을 가지니 관련자들은 속으로 얼마나 놀랐을까. 당시 필자는 시장의 평가에 대해서 지나치게 부정적이거나 민감한 기업들은 한 번 더 살펴보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C 사의 경우는 지금 생각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건설사로 착실하게 기반을 다지고 있고, 알려진 바로도 크게 문제가 없는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는 막무가내로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했던 경우다. 실제로 금융기관들의 평가나 시장에서의 평가에서도 별로 문제가 없고 아주 우량하지는 않으나 건실한 회사로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명동 시장에서 많이 접하지 않았던 기업이라서 평가상에 다소 불리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업일수록 시장에 자신들의 기업을 잘 소개하고 활용하면 시장에서의 평가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 덩달아서 금융기관의 평판조회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막무가내로 삭제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안 해주면 소송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우리 회장님이 무조건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지만 결국 정식 절차를 거쳐서 삭제해주고 말았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회장님이 무조건’이라는 표현이 나올까. 그 분위기를 알 만은 했다. 이런 경우는 두 가지 상반된 평가를 하게 된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보통이 아니다’와 ‘아직도 이런 막무가내 스타일의 경영을 하느냐’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는 기업들이 자신들에 대해서 감추려고만 하면 투자자나 채권자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작정 감추려고만 하면 의심만 생기고 의혹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치호 ㈜중앙인터빌 상무 one1019@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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