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은 뭘까. 흔히 떠올리는 것은 아마 음주 습관일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그만큼 간이 지치고 피로해지고, 그로 인해서 각종 간질환을 앓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음주량과 간질환 발병률은 비례할까. 최근 이에 대해 영국의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은 특정한 음주습관을 가진 여섯 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간 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꼭 술고래라고 해서 모두 간이 나쁜 건 아니었으며, 술을 적게 마신다고 해서 모두 간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술은 간 건강에 그다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었다.
<데일리메일>이 실시한 이번 검사는 ‘파이브로스캔(FibroScan)’이라는 장비를 이용해서 간의 탄력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간의 탄력도가 7~13인 경우는 간이 어느 정도 손상이 간 상태를, 그리고 14 이상인 경우는 간경변증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 인물들의 간 건강 상태를 보고 과연 나는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살펴보자.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BMI(체질량) 지수 계산 방법 몸무게(㎏)÷(신장(m)x신장(m)) △18.5 미만(저체중) △18.5~22.9(정상) △23~24.9(과체중) △25~29.9(비만) △30 이상(고도비만) - WHO 아시아-태평양 기준 (영국인 피실험자들의 경우에는 WHO 유럽을 기준으로 한 것임) * 알코올 유닛이란? 영국에서 규정한 알코올의 함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 단위로, 1유닛은 알코올 10g이다. 맥주는 약 500cc, 그리고 와인은 작은 잔 한 잔이 1유닛에 해당된다. 하루 적정 알코올량은 남성이 3~4유닛, 여성이 2~3유닛 정도다. |
- 나이: 48세
- 직업: 발 치료사
- 신장: 약 160㎝
- 몸무게: 약 95㎏
- BMI 지수: 37
- 매주 마시는 음주량: 2유닛
- 간 탄력도: 10.9(위험한 상태로 간이 손상됐을 가능성 있음)
술을 자주 마시지 않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간 상태가 썩 좋지 않다. 문제는 음주량이 아니라 잘못된 식습관과 과체중에 있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래디번은 집에 오면 지치고 너무 배가 고파서 폭식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도 주로 소화가 잘 안 되는 빵과 감자로 배를 채우는 습관이 있으며, 과자와 케이크 등 간식을 입에 달고 살고 있다. 운동은 거의 하지 않은 채 기름지고 단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쉽게 살이 찐다.
- 전문가의 조언
래디번의 간은 매우 심각한 상태로 이미 간경변 직전까지 간 상태다. 래디번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간질환이 오로지 술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운동 부족과 비만이야말로 간질환 발병의 심각한 원인이 된다. 가족력으로 당뇨가 있을 경우에도 간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아진다. 당뇨병 환자들은 대개 과체중으로 인한 지방간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래디번과 같이 술은 마시지 않지만 과체중인 경우,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지 않으면 간의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 과거에는 많이 마셨지만 이제는 줄였다
- 나이: 33세
- 신장: 약 185㎝
- 몸무게: 약 96㎏
- BMI 지수: 20
- 매주 마시는 음주량: 35유닛
- 간 탄력도: 3.1(놀랍게도 정상임)
한때 군부대에서 군수보급 업무를 맡았던 윌콕스는 당시 직장 문화 때문에 퇴근 후 폭음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저녁 7시만 되면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부대 밖으로 나가 술자리를 가졌으며, 그렇게 시작된 술자리는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현재는 술을 줄인 상태다. 군부대에서 나온 후에는 가능한 술자리를 피하고 있으며, 현재 일주일에 5~6일은 조깅을 하면서 저지방 건강식을 챙겨 먹을 정도로 건강에 신경 쓰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술을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다.
- 전문가의 조언
과거 엄청난 술고래였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간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아마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질 때문일 것이다. 또한 뒤늦게나마 꾸준한 운동을 한 덕분에 간 손상을 방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운동을 해서 몸무게를 적정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건강식을 챙겨 먹는 점도 간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간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아직까지 음주량은 많은 편에 속하다. 앞으로 술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 집에서 직접 술을 담가 마신다
- 나이: 53세
- 신장: 약 167㎝
- 몸무게: 약 54㎏
- BMI 지수: 19
- 매주 마시는 음주량: 35유닛
- 간 탄력도: 5.8(주의 요망)
패스트푸드는 일절 입에 대지 않고 외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 식사는 꼭 집에서 하며, 운동은 하지 않지만 항상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술을 직접 집에서 담가 먹을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다. 주로 와인을 담가 마시며, 매일 밤 한 병 가까이 마실 정도로 많이 마시는 편이다. 이렇게 집에서 담근 와인의 알코올 함량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와인(13~14%)보다 낮은 10%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알코올 도수보다는 자주 마신다는 데 있다. 또한 50대이기 때문에 과음으로 인한 심장질환을 염려해야 한다. 술을 줄이는 것이 좋다.
- 전문가의 조언
비록 알코올 도수가 낮다고 해도 술은 술이다. 또한 랜딘이 마시는 술의 양을 볼 때 심장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아진다. 알코올은 혈압을 높이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키며, 심장근육에도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술을 끊을 수 없다면 일주일에 적어도 3일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아니면 무알코올 와인을 마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한꺼번에 몰아서 폭음을 한다
- 나이: 30세
- 신장: 약 173㎝
- 몸무게: 약 65㎏
- BMI 지수: 22
- 매주 마시는 음주량: 30유닛
- 간 탄력도: 4.6(정상)
10~20대 때에는 지금보다 운동을 훨씬 더 많이 했다. 지금은 일도 바쁘고 시간도 없어서 운동을 가끔 하고 있다.
평일에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마셔봤자 한두 잔 정도다. 하지만 주말에는 폭음을 하는 습관이 있다. 와인 두 병이나 보드카 등 몰아서 과음을 한다. 어떤 날은 하루에 15유닛을 마시기도 한다.
- 전문가의 조언
라일리처럼 폭음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간 탄력도가 정상인 경우는 대개 아직 나이가 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또한 주말에만 몰아서 마시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나마 평일에는 간이 쉴 수 있다는 점도 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주말에 술을 마셔서 쌓였던 지방이 평일에 분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폭음하는 습관을 유지할 경우, 결국에는 간이 심하게 손상될 위험이 있다. 아직은 BMI 지수도 정상이긴 하지만 지금의 음주 습관이라면 언젠가 결국에는 살이 찔 위험이 있다. 술을 줄이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 나이: 57세
- 신장: 약 162㎝
- 몸무게: 약 54㎏
- BMI 지수: 20
- 매주 마시는 음주량: 0유닛
- 간 탄력도: 3.8(정상)
술을 마셔본 적이 거의 없다. 와인 한 잔만 마셔도 머리가 핑 돌 정도로 술을 못 마신다. 또한 대식가도 아닌 데다 활동적이어서 몸을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특별히 하는 운동은 없지만 항상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 전문가의 조언
매우 완벽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간질환을 앓을 수도 있지만 건강한 생활습관 덕분에 현재로선 매우 건강한 상태다. 심지어 폭음을 하는 30대인 라일리보다도 더 건강하다.
▲ 술을 입에 달고 사는 주당이다
- 나이: 46세
- 신장: 약 155㎝
- 몸무게: 약 58㎏
- BMI 지수: 24
- 매주 마시는 음주량: 40유닛
- 간 탄력도: 2.4(놀랍게도 정상임)
매일 밤 와인 두 잔씩을 꼬박꼬박 마시는 진정한 주당이다. 주말에는 와인 두 병을 거뜬히 마시기도 한다. 이런 음주 습관은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히 터득한 것이다. 술자리가 많다 보니 자연히 술이 늘었고, 이제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시게 된 것.
하지만 쇼가 술을 잘 마시는 것은 가족 내력이기도 하다. 부모님 모두 술을 즐기며, 가족들이 모이면 늘 술자리가 펼쳐지곤 한다. 술을 마시다 보니 자연히 몸무게도 늘게 됐고, BMI 지수는 간신히 정상 범주에 들어가 있지만 언제라도 과체중이 될 위험이 있다. 지금까지는 운 좋게 건강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술을 줄이지 않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위험이 충분히 있다. 또한 몸무게도 줄여야 한다.
- 전문가의 조언
쇼의 경우는 지극히 예외적으로, 그녀의 간이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은 아마 유전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 듯싶다. 지금까지는 운 좋게 건강한 상태긴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건강 상태를 유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간경변이 일어날 소지가 다분히 있다. 간세포는 재생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그 속도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둔화된다. 또한 심하게 손상됐을 때에는 자가치유 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가능한 음주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고 간을 쉬는 게 좋으며, 과체중은 간 손상을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되므로, 가능한 체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