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부사장에 대한 검찰 내사는 재벌가 인사들 주가조작 수사가 시작되기 수개월 전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조 부사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도자기 총수 일가 3세 김영집 씨는 코스닥 업체들 인수과정에서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5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고발을 당한 바 있다. 여기서 조 부사장이 김 씨와 함께 투자했던 정황들이 수사당국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조 부사장 실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 검찰청 주변과 증권가는 물론 언론계에서도 조 부사장에 대한 내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최근 들어 여러 언론이 재벌가 인사들 주가조작 수사 내용을 보도하면서 ‘또 다른 재벌가 자제’ ‘고위층의 친인척’ 같은 표현을 언급한 것이 검찰에 적잖은 부담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사위인 조 부사장에 대한 내사는 청와대에도 큰 고민거리였을 법하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가 공천 비리 혐의로 구속돼 ‘언니 게이트’란 표현이 등장한 것이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안 그래도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금융위기, 종교편향 논란 등으로 곤욕을 겪는 청와대에 또 다른 친인척 구설수인 ‘사위 게이트’가 터져 나오는 일은 절대 반갑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조 부사장 관련 보고가 이미 내사 초기부터 청와대에 접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선 이미 ‘조 부사장에 대한 큰 처벌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대세로 굳어가는 상황이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월 16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재벌 2·3세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엄단을 요구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측근 인사로 꼽히는 인물. 당시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선 “조 부사장 사법처리 가능성이 낮아 보였기에 그 같은 강도 높은 발언이 가능했을 것”이란 견해가 주를 이뤘다.
검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조 부사장 내사 사실이 공개되고 이어서 청와대의 ‘엄정 수사 촉구’ 입장이 발표된 것은 의혹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되기도 한다. 알 만한 사람들에겐 다 알려진 마당에 계속 ‘쉬쉬’하고 있으면 의혹만 더 커질 까닭에서다.
조 부사장이 LG가 방계 3세 구본호 씨나 박용오 전 두산 회장 아들 박중원 씨처럼 구속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이 조 부사장의 주식투자와 관련해 주목하는 부분은 김영집 씨의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이다. 김 씨는 지난 2006년 초 코스닥 업체 엔디코프를 인수했다가 지난해 본인 명의 지분을 팔았는데 이 과정에 조 부사장이 개입한 정황에 대한 내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 부사장 이름은 김 씨가 대표로 있는 코디너스 지분 변동내역에 등장한다. 지난해 8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코디너스 지분 39만 4500주(지분율 5.70%)를 주당 1만 150원에 인수한 것으로 공시돼 있다. 조 부사장의 지분 참여 이후 코디너스의 사업영역 확대와 최대주주 변경, 계열사 추가 등 공시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 주가가 2만 원대에 달하기도 했다.
만약 조 부사장이 이때 지분을 팔았다면 투자금액의 두 배를 벌어들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조 부사장은 해당 지분을 지금까지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최근 코디너스에 투자한 재벌가 인사들에 대한 주가조작 수사 내용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하락, 9월 9일 현재 9450원에 머물러 있다. 결국 조 부사장은 코디너스 투자를 통해 이익은커녕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공시내역으로만 놓고 보면 조 부사장이 주식투자를 통해 딱히 큰돈을 벌어들였다고 볼 여지가 없다. 이런 까닭에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선 “조 부사장 내사 공개가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순일 것”이란 관측이 등장했다. 검찰 안팎에선 “대통령 사위를 함부로 기소했다가 무혐의나 증거 불충분으로 귀결되면 나중에 그 뒷감당을 누가 하겠는가”란 평이 나오기도 한다.
조 부사장의 주가조작 가담 여부와 더불어 조 부사장이 검찰 조사선상에 오른 배경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검찰이 내사 사실을 시인한 만큼 조 부사장이 김영집 씨 주식투자 과정에 어떻게든 관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데 이번 주가조작 수사에 연루된 대부분의 재벌가 인사들은 방계이거나 총수 일가 핵심부에서 밀려난 인사들이다. 반면 조 부사장에 대해선 “뭐가 아쉬워서…”란 수식어가 따라붙게 된다.
한국타이어 지분구조를 들여다보면 조 부사장의 그룹 내 위상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조 부사장은 형인 조현식 부사장(조양래 회장 장남)이 가진 지분 5.79%보다 많은 7.10%의 지분을 보유해 조양래 회장(15.64%)에 이은 2대 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다가 조 부사장은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조현식 부사장 겸 마케팅본부장과 더불어 그룹 경영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이렇게 잘나가는 재벌 3세 경영인이자 대통령의 사위인 조 부사장이 어쩌다 자신과는 사뭇 다른 재벌가 2·3세들의 주가조작 사건에 ‘이름’을 올렸을까.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올 때쯤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