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한 이구택 포스코 회장(왼쪽)과 허창수 GS 회장. | ||
올해 M&A(인수합병)계의 최대매물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을 둘러싼 인수전이 포스코와 GS의 컨소시엄 구성 선언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자금력을 앞세운 포스코와 사업 시너지를 높게 평가받는 GS의 연합은 일단 다른 인수후보인 한화와 현대중공업 등에 비해 우위를 점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정부와의 이해관계 등 여러 변수로 인해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수후보 4개 업체 중 가장 큰 자신감을 보여온 곳은 포스코였다. 윤석만 포스코 사장이 지난 5월 17일 ‘철의 날’ 마라톤 대회에서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면 같이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 기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합종연횡 가능성보다는 ‘다른 후보들이 포스코에 묻어가려 한다’는, 은근한 자기 과시로 비쳤다.
그런데 이번 인수전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던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발을 빼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인수후보들이 저마다 국민연금에 러브콜을 보냈는데 파트너 영순위로 꼽힌 곳은 포스코였다. ‘국민연금과 협약이 성사 단계에 이르렀다’는 소문까지 뿌려지던 터에 국민연금의 투자 철회 방침은 포스코에게 꽤나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자타공히 대우조선 인수전 1위 후보로 평가받아온 포스코가 자칫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할 경우 이구택 회장의 지지기반이 돼 준 외인주주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따라서 예비입찰 서류 심사에서 예상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GS와의 갑작스러운 연합 선언은 대우조선 인수전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려는 이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지분 31.3%를 보유해 대우조선 최대주주로 있는 산업은행은 최근 국민연금의 인수전 불참 선언과 주가 하락을 의식한 듯 ‘대우조선 가격이 낮아질 경우 유찰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때 10조 원까지 올랐던 대우조선 몸값 예상치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등 악재 속에 4조 원대로 떨어졌다는 평가에 직면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포스코가 GS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지갑을 두텁게 함으로써 인수대금 상향 조정에 대한 산업은행 측의 기대를 높여주려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포스코-GS 연합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기업들의 외자유치를 적극 장려하고 나선 정부에 맞장구를 쳐주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GS는 일찍부터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중동계 자본 2조~3조 원 유치를 거의 확정지었다고 한다. 포스코도 최근 한 유럽계 은행과 1조 원대 자금 유치를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GS와 쌍끌이로 유치할 외자 보따리를 통해 정부에 구애 제스처를 취했다는 시각이다.
포스코-GS 컨소시엄 구성 소식을 접한 한화와 현대중공업은 일단 ‘마이웨이’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는 현금 유동성이 포스코에 미치지 못하는 관계로 누가 재무적 투자자가 될 것인지 주목을 받아왔는데 일단 하나은행 외환은행 농협중앙회를 유치해 체면을 세웠다. 그러나 아직 돌출변수는 남아 있다. 우선 HSBC의 인수 포기로 갑작스레 외환은행이 매물로 재등장한 점이 걸린다. M&A 매물이 된 외환은행과 그 외환은행 인수를 M&A 전략 영순위로 삼은 하나은행이 대우조선 인수 재무투자에 얼마나 큰 여력을 할애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강력한 연합군 등장에 한화와 현대중공업의 연합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한화는 일단 ‘단독 입찰’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대우조선을 인수해 그룹의 새 간판으로 만들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 하지만 이미 여천NCC를 공동경영 중인 대림그룹과 잦은 마찰을 일으키며 골머리를 앓아온 김 회장이 컨소시엄 구성을 고려할지 의문이다.
인수후보들 중 유일하게 외부 재무투자 없는 단독인수 방침을 세운 현대중공업이 한화에 먼저 손을 내밀 가능성도 높지 않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현재 컨소시엄 구성 계획은 없다. 우리는 쓰러져가는 삼호중공업을 인수해 세계적인 조선사로 만든 저력이 있다. ‘화장발’만 앞세우는 다른 후보보다 ‘쌩얼’만으로도 충분한 우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재계 호사가들은 포스코-GS 연합에 대해 벌써부터 공동경영 불협화음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허창수 회장의 GS와는 달리 포스코는 사실상 ‘오너가 없는 기업’이다. 대우조선을 공동경영하게 될 경우 누가 선장 자리를 맡을 것인지를 가늠하기가 간단치 않다. 이번 컨소시엄 구성이 위기감을 느낀 포스코의 구애로 성사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기업 규모에서 앞서는 포스코가 GS에 대우조선 경영의 키를 내주려 하지도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와 달리 오너십이 분명한 GS 또한 제 목소리를 분명히 낼 것으로 보여 자칫 ‘대우조선판 여천NCC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