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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유진그룹은 M&A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지난 1969년 군납 건빵회사로 시작해 천안레미콘 고려시멘트 서울증권 로젠택배 하이마트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계열사 42개를 거느린 재계서열 42위(공기업 제외)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무리한 M&A 후유증으로 인해 자금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유진그룹이 유진투자증권을 매각할 것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다.
여기에 상반기 유진투자증권의 수익률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것도 매각설을 부채질했다. 처음엔 부인하던 유진그룹에서도 지난 9월 초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매각 방침을 시인했다. 결국 9월 24일 유진그룹은 “삼성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을 유진투자증권의 공동매각주간사로 선정해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6년 12월 유진투자증권의 전신인 서울증권을 인수하며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키우겠다”며 포부를 밝힌 지 1년 10개월 만이다. 증권가에서는 유진투자증권의 몸값을 2000억 원대로 보고 있다.
현재 유진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곳은 KB금융지주 롯데그룹 GS그룹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HMC투자증권 등이다.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없지만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본격적으로 매각 일정이 시작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이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올해 실적은 좋지 않지만 1954년 설립된 서울증권 시절부터 쌓아온 영업 노하우 및 인프라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 또한 유진투자증권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도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업계의 ‘공룡’ KB금융지주는 유진투자증권 인수전에 사실상 뛰어든 상태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향후 M&A 포트폴리오에 유진투자증권이 들어있는 것은 맞다. 지금 구체적인 사안을 검토 중”이라며 인수전 참여 방침을 시사했다.
KB금융지주가 유진투자증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황영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황 회장은 취임 후 여러 차례 “글로벌 금융그룹을 만들기 위해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황 회장은 비은행 부문 중 증권업 강화를 절실히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KB금융지주의 유진투자증권 M&A 참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KB금융지주는 이미 지난해 말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한누리투자증권은 리서치 부문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영업에 필요한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 이 때문에 KB금융지주는 유진투자증권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은행들의 무리한 사세 확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황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에 주력하기로 한 결정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KB금융지주와 경쟁할 상대로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는 롯데그룹은 공식적으론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 10일 신동빈 부회장은 “증권업 진출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는 제2롯데월드 건설에 자금을 집중시키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신 부회장이 유진투자증권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신 부회장이 금융업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부문은 신 부회장이 직접 개척한 분야다. 자질 시비에 시달리고 있는 신 부회장이 신격호 회장의 그림자를 떨쳐버리고 당당한 ‘황태자’로 우뚝 서기 위해서라도 금융부문 확대는 절실해 보인다.
롯데그룹은 올 들어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와 코스모투자자문을 인수하며 금융왕국 건설을 위한 기초를 다졌다. 따라서 다음 행보는 증권사 인수가 될 것이란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실제로 올해 초 한 증권사 인수에 나섰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었다. 이 때문에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인수전 참여설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한 내부인사는 “그동안 금융 계열사 인수를 맡았던 실무자들이 증권사 인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룹 현금 보유고를 감안하면 제2롯데월드를 염두에 두더라도 크게 무리가 안 갈 것이라고 본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한 GS그룹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GS그룹은 올해 8월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며 금융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이 때문에 유진투자증권 매각설이 불거지자 ‘후보 영순위’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GS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전력하기 위해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유진투자증권 후보군에서 제외됐었다. 대우조선해양 M&A에서 발을 뺀 지금 GS는 또다시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M&A에서 잡음을 일으킨 GS가 당분간은 M&A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GS 관계자는 “일단은 상황을 추스른 다음에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신흥증권을 인수해 설립한 HMC투자증권도 인수 후보 중 하나다. HMC투자증권은 유진투자증권의 정보력 및 인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시가총액으로 업계 6위인 유진투자증권을 인수할 경우 당장 5위권 안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 이는 금융업을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키우려는 그룹의 전략과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HMC투자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유진투자증권 인수는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HMC투자증권은 공식적으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