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현재 농협중앙회는 전국 262개의 공공금고(지방자치단체의 금융 업무를 취급하기 위해 경쟁 입찰을 거쳐 지정된 금융기관) 중 182개를 담당하고 있다. 69.5%로 국내 금융기관 중 단연 1위. 이것은 정기적인 수입·지출만 계산한 일반회계 기준이어서 특별회계까지 포함할 경우 77.5%로 커진다. 단위별로 살펴보면 86개의 군금고 중 85개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 상태다. 이밖에 16개 도 중 9개를, 75개 시 중 67개를 맡고 있다. 전국 16개 교육금고 중에서도 15개를 맡고 있다.
공공금고를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농협중앙회가 수신한 금액은 37조 6000억 원가량. 올해는 42조 원대로 전망된다. 농협중앙회의 올해 총 수신 예상액이 130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비중(31.6%)임에 틀림없다. 여기서부터 논란이 시작된다. 실제 공공금고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은 각 지역농협이지만 농협중앙회로부터 이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
오히려 무인 납부기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전적으로 지역농협에서 부담하고 있다. 지방세 납부 한 건당 820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규모가 큰 시·도 지역농협에서는 적어도 매년 수백억 원을 농협중앙회 대신 지출하고 있는 셈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농협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농협중앙회로부터의 재정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역농협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 지난 10월 18일 지역농협 노조가 서울역에서 촛불 시위를 하는 모습. | ||
하지만 노조는 “우리가 일한 대가를 달라고 했을 뿐이다. 중앙회가 해주고 있는 재정지원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생색내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공공금고 운용수익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또 “공공금고 운용수익이 신용사업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올해 해외 주식투자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경우 애꿎은 지역농협과 농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공공금고 운용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노조는 “공공금고 운용수익이 매년 수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공공금고를 통해 얻는 수익금이 그리 많지는 않다. 시중은행과의 유치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낮은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히려 싼 금리로 큰 금액을 운용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운용수익을 놓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농협중앙회가 공공금고의 운용수익을 별도로 회계처리하지 않고 일반 예금 등 모든 수신고와 묶어서 하기 때문이다. 운용수익의 규모와 사용처에 대해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노조가 공공금고 운용수익금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농협중앙회와 지방자치단체 간 계약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농협중앙회가 공공금고 선정 경쟁에서 시중은행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농협’이라는 타이틀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즉,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자치단체가 공공금고를 결정할 때 지역농협을 등에 업은 농협중앙회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여러 차례 농협중앙회 측에 수익금 환원을 요구했었다고 한다. 노조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비용분담을 해주고 수익금 일부를 돌려줄 것이라고 약속했었지만 말뿐이었다”고 비난했다. 최근 농협중앙회는 공공금고와 관련해 농심이 악화될 기미를 보이자 공과금 납부기 설치 등 일부 비용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핵심사항인 수익금 문제가 빠졌고 또 이번에도 ‘말장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투쟁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측은 “농협법에 따라 전혀 하자가 없는 계약이다. 노조가 전체 조합원을 대표하는 것도 아닌데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운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